장병집 전문대학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대책위원장
장병집 전문대학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대책위원장

전국단위 서열화, 형평성 문제 심각...권역별 서열화로 선정배율 조정해야

전문대학 교육부 감축 목표대비 128.6% 초과 감축...2주기 평가 반영 필요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가 지난 6월20일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가결과 성적표를 받아 든 대학가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총 116개 대학(일반대 40개교, 전문대 46개교)이 2단계 진단평가 대상에 올랐으며, 2단계 진단평가 대상은 평가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 재정 지원 제한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는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4년제 대학과 전문대 간의 형평성이 훼손되는 차별 문제가 있다”며 대책위원회(위원장 장병집, 국제대학교 총장, 이하 ‘대책위’)를 꾸렸다.

전문대학의 평가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을 장병집(사진) 전문대학 평가 대책위원장에게 들어봤다. 다음은 장병집 위원장과 일문일답.

교육부의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가결과 발표에 대한 대책위 입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진학률 감소는 모든 대학이 대면한 중차대한 과제다. 그러나 학생 수에 맞춰 대학들을 인위적으로 서열화하고 압박하여 퇴출하려는 교육부의 발상은 대단히 잘못됐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등교육은 개인이나 민간이 감당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경우엔 사립이 99%에 이른다. 개인 또는 민간이 막대한 초기 비용을 들여 대학을 설립해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학들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대학을 지원하기보단 통제만 하려 한다.

생존을 위한 대학의 구조조정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교육부가 손대지 않더라도 변화하고 있는 교육시장에 맞춰 스스로 생존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누구든 여기에 개입하면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전문대학협의회에서 가결과 발표에 대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형평성이 파괴됐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교육부는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대학까지 분모에 포함해 자율개선대학 비율 64%에 억지로 맞추는 오류를 범했다.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를 평가과정에 투입한 대학과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대학을 같은 모집단에 포함해 비율을 정하면 안 된다. 결국 자율개선대정비율이 일반대학은 75.0%, 전문대학은 65.4%로 10% 가까이 차이가 났는데, 실제 운영에 별 차이가 없음에도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간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돼 이미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또 1주기 구조개혁평가 시 정원감축을 조건으로 한 재정지원에 있어 전문대학은 교육부 감축 목표대비 128.6% 초과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 일반대학은 목표대비 86.4%밖에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전문대학의 성과가 2주기 평가 과정에는 반영돼야 한다.

지난 5일 수도권·강원지역 전문대학 총장회는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며 문제를 제기했는데.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 결과는 타당성, 신뢰성에 많은 결함이 있다. 그 결과 지역 간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전국 전문대 평균 자율개선대학 선정비율은 65.4%인데 반해 수도권은 55.8%에 머물렀다. 충청 등 다수 지역은 선정비율이 100%로 수도권과 약 44%나 차이가 난다.

이는 권역별 평균점수의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권역별 심사위원 집단이 다르기에 평가 기준(Rubric)은 같을지라도 각 심사집단의 문항별 평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점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평가항목 중 ‘학생충원율(배점8점)’ 부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진단하고, 평가항목 ‘졸업생 취업률(배점9점)’은 권역별(수도권/강원권/충청권/대구·경북권/부산·울산·경남권/전라·제주권)로 구분해 진단하게 되어 있다. 이는 권역이 아닌 전국단위로 서열화할 경우 형평성이 심각하게 결여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심사집단이 다르고 학생충원율, 취업률 등 일부지표의 진단자료가 다른데, 평가점수를 통합해 서열화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2단계 진단평가를 하는 경우에도 지역 구분 없이 75%에 해당하는 원점수가 그대로 합산된다면 지역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해 수도권의 피해는 더욱 커진다. 때문에 2단계 평가에서는 권역별 심사집단의 평가점수 편차 해소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그 방안으로 전국권 서열화보다는 권역별 서열화로 선정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자금 지원을 빌미로 대학들을 상대 평가해 줄을 세워 통제하겠다는 교육부의 발상부터 잘못이다. 교육부 정책에 대한 피해는 해당 대학의 학생들이 받는다. 간혹 부도덕한 대학이 있을 수 있지만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그에 상응한 벌을 주면 될 일이다. 선량한 대학 구성원이나 학생들까지 볼모(Hostage)로 붙잡는 정책은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 개선되지 않는 교육부의 의식과 행태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자율성 확대, 교육의 질 제고, 중소기업 구인난 해소,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방분권 실현 등 사회·경제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음을 교육부는 시급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전문대학이 그동안 국가의 청년실업 해소와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한 역할을 교육 당국은 잘 살펴야 한다. 지난 6월24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학력별 실업자 수를 보면 전체실업자수 112만1000명 중 고졸자는 40.6%(45만5100명), 일반대 졸업자는 35.8%(40만 2000명)에 이르는 데 비해 전문대학 졸업자는 14만5700명으로 13.0%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전문대학이 그동안 청년실업 해소와 나아가 국가의 경제·사회 발전에 얼마나 기여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을 개선한다면?

교육부는 대학평가 개념을 차별 없이 모든 대학에 지원하고 얼마나 교육과 대학 발전에 효용성 있게 사용했느냐를 따지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특성이 다른 대학을 하나의 잣대로 줄을 세우는 현 평가제도는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 예컨대 지난 몇 년간 교육부로부터 특성화 자금, 에이스 자금, 링크사업자금 등 다양한 국비지원을 받은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을 같은 선상에 놓고 교육역량의 경중을 가리겠다는 생각이 합리적인가? 주어진 환경이 다른 대학을 구별 없이 3년 간격으로 주기를 정해 일괄 평가하는 게 이치에 맞는가? 우선 모든 대학에 같은 기회를 주고 평가하는 것이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피하는 길이다.

▲‘대책위’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대책위에서는 교육부의 평가 과정과 내용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개선방안을 이미 교육부에 전달한 바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책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1년에 한두 차례 전국 전문대학 총장 100여명이 참석하는 전국 전문대학총장 총회가 열려도 교육부 장·차관은 얼굴도 비치지 않을 만큼 전문대학은 홀대를 받는다. 이번 평가와 관련해 대책위를 꾸리긴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회의감이 든다. 이번 만큼은 전문대학의 외침에 메아리가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