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복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

들어가며: 일본 학교교육 혁신의 논리와 목적

학교교육 혁신에 대한 어떤 문장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순차적으로 담겨있다면 논리적이라 말할 수 있다.

①사회는 어떻게 변화(정보사회)하고 있고 학교교육문제는 무엇인가?(피상적 지식과 문제풀이유형 습득) ②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자질·능력) ③ ②를 위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교육 과정) ④ ③을 위해 어떻게 배울 것인가?(교과 지도) ⑤ ④안에 학생 개개인의 발달을 어떻게 지원하는가?(학생발달고려) ⑥ ④, ⑤를 통해 ②가 습득되는가?(학습 평가) ⑦ ①~⑤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실현방안)

또한 ‘주체적이며 대화를 통한 깊은 학습’이라는 표어 안에 아래와 같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면 교육심리학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①주체적: 뒤(성찰)와 앞(계획)을 보며 배우는 것으로 학습 주체가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자각하고 배워간다는 점에서 메타인지와 자기 주도적 학습 관련 개념 반영 ②대화적: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으로써 대상화하고 그것을 공유하면서 심화하며, 이를 위한 표현방법으로는 언어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영상 등도 포함된다는 학습 이론 반영 ③깊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배움을 깊게 하는 구조 즉, 교과 등의 체계성이나 독자성을 바탕으로 하면서 과제해결을 위한 필수적 요소라는 학습 이론 반영

위의 문장과 표어는 일본문부과학성의 개정교육과정 논리이고 키워드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현재 일본 학교교육 혁신의 지침이 되어 여러 가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입시제도 개편이고 이 점은 월간교육 2017년 9월호 ‘일본대학입학시험의 서술형 문항과 절대평가 도입’에서 언급한 바 있다.

문부과학성은 주체적이고 대화를 통해 깊이 학습하는 능력을 육성하기 위해 기존 대학입시 평가내용과 방법이 변화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정책으로 추진한 것이다.

아래 사진이 그 대학입시제도 혁신을 상징하는 서술형 답안지 판독기다.

일본 대학입시센터의 서술형 답안지 판독기. 출처=일본 경제신문
일본 대학입시센터의 서술형 답안지 판독기. 출처=일본경제신문

답안지를 판독 장치에 이미지 데이터화(스캔)하고, 채점자가 수험자 개인 식별 정보를 볼 수 없이 처리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기계로 일본 대학입시센터에 도입해 활용할 예정이다.

일본 학교교육 혁신을 위한 에듀테크

주체적이며 대화를 통한 깊은 학습 능력을 육성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에듀테크다.

아래의 문장은 2018년 6월 일본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이 각각 발표한 에듀테크 관련 정책문서에서 공통으로 언급한 미래 학교교육의 모습으로 5가지(학생, 교사, 교실, 학습내용, 수업)의 혁신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안에 에듀테크가 있다.

▲학습자는 학년에 따라 구분되지 않고 다양하게 혼재된다 ▲가르치는 사람은 교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교사의 역할이 변화하고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다 ▲학습 장소는 교실에 한정되지 않는다 ▲학습 내용은 STEAM 교육에 중점을 두고 기초학력을 중시하며, 문이과 구분이 없다 ▲학습 방식은 일률적이지 않고 개인 맞춤형으로 변화하며 에듀테크를 활용한다.

문부과학성이 지난 6월에 발표한 에듀테크 관련 정책 문서에서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목표 3가지(①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배움의 실현 ② 기본적인 학력과 정보활용능력 습득 ③대학의 문/이과 분리 탈피)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다음 3가지 방법에도 에듀테크가 강조되고 있다.

①다른 연령·학년에서 협동학습을 실시하기 위한 시범사업 실시 ② 개개인의 학습 내용을 축적한 ‘학습 로그(Study log)’를 통한 맞춤형 학습을 구현하는 ‘학습 포트폴리오’ 활용 ③ 교육현장에서 에듀테크 활용으로 교육의 질 향상

일본 경제산업성이 조사한 해외 학교 혁신사례와 에듀테크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6월 발표한 에듀테크 관련 정책 문서에 포함된 해외 5개국(미국, 중국, 이스라엘, 네덜란드, 싱가폴)의 학교 혁신 동향을 정리한 자료에서 3가지 키워드(①학습의 개별화 ②PBL × STEAMs 학습 ③EdTech 활용)를 제시하였고, ①학습의 개별화와 ②PBL × STEAMs 학습을 효과적이고 효율적 추진을 위해 ③ 에듀테크 활용이 필수불가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을 정리해 아래와 같은 표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5개 국의 학교 혁신을 도모하는 사회 상황과 추구하는 인재상을 아래와 같이 표로 제시하였다.

이 정책문서에 소개된 혁신적인 학교 중에서 특히 필자에게도 새롭고 관계자에게 참고가 될 만한 4개 학교만 추려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미국의 High Tech High 차터 스쿨(총 12개교)=기존 입시 위주 교육 탈피를 목표로 교과 횡단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소프트 스킬(비인지 능력과 GRIT 등)의 습득을 지향하는 차터 스쿨은 유치원부터 고교 그리고 교육대학원의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2000년에 퀼컴 창업자가 출자해 만든 것으로 현재 12개교에 5300여 명이 재학한다. 수업은 교과 횡단 프로젝트 중심으로 예를 들어 관상어 사육을 통한 산호초 생태계 파괴 해결방법을 탐구하거나 지역사회의 과제를 테마로 연극을 기획해 공연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질학 조사(필드워크)에 참가해 학습하는 경우도 있다.

나. 중국의 심천중등학교=학생 수는 3000명 정도이고, 부지 면적은 약 10만 평방미터이다. 중국의 유명 글로벌 기업 Tencent 공동 설립자 5명 중 4명(Ma Huateng, Chen Yidan, Zhang Zhidong, Xu Chenxi)이 본교 출신이다.

학교 안에는 이노베이션 센터가 있으며, 13개 이노베이션 기업(Tencent, Huawei, DJI, BYD 등)과 공동설립 했다. 또 대학 등의 지원을 받아 최신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이 구축돼 음성 인식 AI(인공지능) 활용 실험과 로봇 활용 수업 등이 가능하다.

기업과 연계한 과학 기술 관련 과목이 24개 있으며, 대표적으로 Huawei의 스마트 폰 연구, Tencent의 평면 설계, DJI의 드론 영상 촬영 및 편집 과목이 있다. 학생 주도의 과학 기술(로봇, 무인 항공기, 프로그래밍 등) 관련 동아리가 19개 있다.

다. 네덜란드의 예나 플랜 스쿨(220개교)=예나 플랜 교육 이념과 철학에 근거해 운영하는 초등학교(일부 중학교)를 예나 플랜 스쿨이라고 칭한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협동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인재 육성이 목적이다.

예나 플랜은 독일 발상의 자율성과 공동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네덜란드 교육 정책과 친화성이 높아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발전·확산하였다. 1962년 첫 번째 예나 플랜 스쿨이 네덜란드에 개교했고, 현재 네덜란드에만 220개 교가 있다. 이것은 네덜란드 전체 초등학교의 약 3%에 해당한다.

참고로 네덜란드는 필수 교과와 최종 학년 수료 시 달성 목표, 총 수업 시간만 정하고, 세세한 지도 방법에 대한 지침과 기준은 없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4~12세)는 8년간 7,520시간 이상 수업시수 확보라는 규정만 있고 교과 비율 등은 각 학교에서 결정한다.

또 국정 또는 검정 교과서는 존재하지 않고, 학교와 교사는 교재를 자유롭게 개발하고 선택이 가능하다. 교원 인사도 각 학교 재량으로 학교마다 채용하며 학교 간의 이동도 거의 없다.(각 학교에서 필요한 인원을 채용·고용하는 시스템)

예나 플랜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이연령(異年齢)학급 운영이다. 3개 학년 학생들이 ‘근간 그룹’이라는 다른 연령 학급에서 함께 배우며 연하, 동갑, 연장의 입장을 3년간 경험하는 것을 8년간의 초등학교 재학 중에 반복한다. 교과에 바탕을 두지 않고 대화, 일, 놀이, 행사 등 4가지를 기반으로 수업시간이 정해진다.

위의 4가지 모두 현실 과제 기반 프로젝트 학습을 중시하며 학생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교과 학습에서 얻은 지식과 기술을 응용하면서 협동으로 탐구하며 학습한다.

라.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유치원(2개원)=이스라엘 교육부와 과학부 및 하이테크 기업(록히드 마틴) 등과 제휴해 설립한 최첨단 과학(로봇 공학, 컴퓨터, 우주과학 등)을 체험중심으로 학습하는 유치원이다. 2016년에 2개 과학기술 유치원이 개원했고 앞으로도 늘릴 예정이다.

맺으며 : 변화를 넘어 파괴적 혁신을 기대하며

일본 정부의 학교 혁신 정책과 에듀테크 그리고 에듀테크 관련 해외 조사내용을 추려 소개했다.

학교가 변화를 넘어 파괴적 혁신이 도모되어지고 있고 그 안에 에듀테크가 자리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정책을 보며 학교 혁신에 대한 진지함을 넘어 비장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학교 혁신과 에듀테크에 대한 노력과 변화가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과거에 서구화가 늦어진 원인 중에 서구화를 앞서 추진하고 있는 일본을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도 포함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자 한다.

당시 우리나라 조선은 임진왜란 전에 8회 이상 300명 이상의 대규모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방문했고, 심지어 임진왜란(1592년)이 발생하기 2년 전에도 방문했지만 일본의 상업과 중공업의 발전 그리고 사회제도의 변화 특히 전쟁준비 상황 등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고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동인과 서인이라는 정파싸움이 아니라, 김성일 등 당시 방문자가 자국(조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일본에 대한 뿌리 깊은 얕잡음에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래서 임금에게 전쟁 위험이 있다며 대비해야 한다는 황윤길의 보고는 객관적 근거가 미흡했을 수 있고, 호들갑떤다는 비판에 반박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과 자부심이 그로부터 426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의 흐름에 또다시 뒤쳐지지 않도록 주변 동향과 스스로에 대해 냉철하게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