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순 서울여대 명예교수

20세기 사회 환경과 행복관의 변화

20세기에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무고한 개인이 엄청나게 희생됐다.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가 보장되는데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와 나치즘, 파시즘 등 이상주의를 내세우며 등장한 전체주의적인 독재정치를 경험하면서, 현대사회의 세계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전대미문의 시행착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쳤다.

이를 통해 세계인들은 개인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보장받는다는 것, 즉 진정한 자유, 자유의지, 자율성 등이 얼마나 중요한 조건인지 새삼스레 인식했다.

현대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혁명의 성공적 전개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 진행했고,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학문과 의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질병문제를 해결해 개인의 수명 연장이 가능해지고 삶의 질적 수준이 향상됐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독거인(1인 가구)이 급증하는 등의 사회문제가 밀물처럼 다가오고 있어 행복에 관한 관심도는 더욱 더 증대하고 있다.

지구촌은 풍요로운 복지사회를 추구하면서, 개인적으로 고도의 과학기술 혜택을 직접 누리기 위해 더욱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 즉 다각적인 웰빙(Well-being, Good life)이나 복락(福樂)을 추구하는 경향이 보편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1세기 사회 환경과 행복관의 변화

21세기 들어 주관적이고 즉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풍토가 확산해 이기주의적 만족에 치우친 편협한 행복관이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응해 행복한 사회 안에서만 개인의 행복을 조화롭게 추구하고 건전한 행복관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 및 선택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개인 고유의 행복관을 자율적으로 추구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결국 이기적이고 쾌락주의적인 행복관이 만연하며 그 반작용으로 개인의 자유의지와 자아실현을 통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추구하면서 개인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책무성을 강조하는 방향의 행복교육운동의 필요성이 긍정심리학의 영향을 받아 크게 대두했다.

이와 같은 현대 사회의 대전환 추세에 따라 변화의 물결은 결국 개인의 잠재능력을 계발하고 인간 고유의 호기심에 입각한 탐구정신을 자극하면서 과거와는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과학 기술과 예술의 발달을 가져왔다.

그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문이 정립하고 발달해 산업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으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회변화를 가져왔다.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로 자본주의가 성행하면서 지구촌 사회의 변화가 가속화해 급기야는 과도한 이기주의적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됐다. 그 결과 불평등 사회, 상호불신 풍토의 만연, 빈부격차의 심화, 퇴폐적인 쾌락주의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며 부를 추구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인류의 가설, 즉 개인마다 독자적으로 부를 축적해야 더욱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의도하는 만큼 실현되지 않자 오히려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들이 나타나 수많은 현대인은 크게 당황했다.

산업화와 자본주의 발달로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도 점차 확산했다. 또한 근세 이후 지속해서 사회문화적 여건이 향상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었으며, 교육수준, 경제수준이 향상됐다.

그러나 개인들의 자율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능력은 아직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주어진 자유의지와 선택 및 판단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개인의 행복수준이 향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행복 측정법의 대두

과학(학문) 발달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합리주의와 실증주의를 강조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는 개인의 행복도 측정 가능하다는 신념이 만연했다. 행동과학적 접근논리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행복지수를 구안해 활용하면서 행복 수준을 향상 및 증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21세기에 들어서 시행하는 유엔의 국가별 행복보고서에도 반영돼 있다. 특히 유엔은 개별 국가들로 하여금 국민의 행복수준을 체계적으로 향상하도록 자극하기 위한 목적에서 정치행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권유했다.

즉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복지정책이나 교육정책을 체계적으로 도입 운영할 필요성을 강조해 행복에 관한 행동과학적 접근이 세계적으로 널리 유포되고 생활화됐다.

동서양 행복 추구와 행복관의 변화

개인주의적 관점의 이성적 접근만으로는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행복을 누리는 복지사회를 구현하는 데 심각한 취약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한 서양문화권에서는 감성적이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동양문화권의 행복관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불교에서의 명상(瞑想, 선禪) 기법과 유교에서의 인간관계와 인, 의, 예, 지, 신(仁,義,禮,智,信) 정신을 중시하는 윤리의식을 개인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활용하려는 노력이 점차 증대했다.

동양인들이 오랜 동안 추구해 온 복락 중심의 행복관과 그를 실천하는 지혜에 특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아가 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미국사회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동양의 명상법을 개인의 정신심리치유방법으로 적극 활용했고 21세기 초반에 전국적으로 3천 여 개의 명상(선) 센터를 운영했다.

이것은 개인들의 행복 추구 열풍에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실용주의적 논리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양문화권에서는 근대 이후 서양의 과학기술을 수용하고 자본주의적 자유시장경제 중심의 경제발전을 꾀하면서 서양의 역사와 사회문화를 배경으로 한 행복철학이나 서양인들의 행복관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수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지구촌 사회가 밀접하게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개인들의 행복관의 세계화도 속도 있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미래사회 행복론

미래학자들은 자본주의 팽창에 기인한 이기주의적 쾌락중심의 행복관은 개인적 웰빙을 기반으로 사회적 책무를 중시하면서 건전한 이성에 입각한 행복 추구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이기적 쾌락중심의 행복관이 야기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평범한 시민들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행복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지구촌 차원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의 미래학자인 제임스 데이토(James Dator) 교수를 포함한 다수의 미래학자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동서양 행복론의 융합과 진화를 이뤄 이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추구하고, 감성과 영성(신성)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수준 높은 합리적 자기관리능력의 습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즉 개인은 자유와 권리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와 책임도 강조해야 하며 그래야만 인간들 간의 화합이 가능해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미래사회에 대비해 서양사회에서는 아시아의 유교문화적 근검절약 가치와 인간관계(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상당수의 미래학자는 고대 한국사회에서의 홍익민주주의와 인간 존중 사상 등에 기반한 인본위적인 유불선(유교 불교 선교/도교) 사상을 수용하고, 명상과 깨달음을 통해 합리적이며 지혜로운 자기관리 능력에 중점을 둬야 과도한 이기주의적 쾌락만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행복관으로 인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치유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개인의 행복은 결국 개인의 이성에 좌우된다는 점을 강조하던 그리스 시대의 스토아 철학자들의 견해를 현대에 맞게 새롭게 적용하려는 복고적 노력(신스토아철학의 도래)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일었다.

이는 이성적 자기관리능력을 함양하는 긍정심리학적 접근법과 동서양의 행복론이 만나 공통적이며 인류보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지혜를 탐색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성적 자기 조절능력의 힘을 활용해 긍정정서로의 전환능력을 길러나가는 긍정심리학자들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웰빙프로그램, 행복교육프로그램 등이 그 열매를 맺어 행복교육이 학교 중심으로 보급돼 크게 전파할 것이다.

또한, 뇌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뇌를 합리적으로 훈련하는 과학적 노력과 함께 인위적인 처방과 훈련방법을 통해 뇌가 행복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방안이 활성화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동서양의 행복철학과 그를 실천하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상호보완적으로 융합해 더욱 수준 높은 행복철학(행복관)이 등장할 것이며, 개인들의 행복관도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보다 보편적 인간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며 인류사회가 추구할 행복관의 주된 방향이다.

인류역사 전반에 걸친 반성을 통해 그동안 인류가 저질렀던 실수나 시행착오로 인해 누적된 폐단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바람직했던 면을 상호 벤치마킹하려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관계와 합리적 이성에 의한 자기관리능력을 중시하는 행복관은 자연스럽게 동양의 행복논리와 융합해 발전할 것이다.

행복을 누리기 위한 핵심적이고 공통적인 방법론을 서로 공유하고 그 공통요인을 확장하면서 결국에는 인류보편적인 행복관을 지향할 것이다.

개인들이 이기적인 쾌락만을 추구하지 않고, 합리적 판단 능력을 중요시하며 자율적 자기조절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행복교육을 바탕으로,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화합하는 삶을 추구하며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인간 중심의 보편성 있는 동양의 전통적인 행복관이 크게 각광받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미래 세계인들의 삶의 방식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구촌 차원의 행복관 정립이 필요하다

이성적인 측면과 감성적인 측면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다스리는 행복지혜를 습득하고 연마하기 위해 지속해서 학습하는 방향으로 개인들에 대한 행복교육을 체계화할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회에서 이를 요구할 것이다.

동서양이 행복에 이르는 노하우를 개방된 마음으로 상호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더욱 품위 있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선진형 복지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국가별 고유한 사회문화적 특징이나 전통을 무시할 수 없지만 거시적으로는 지구촌 차원에서 인류사회가 지향해야 할 행복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인들은 강녕과 웰빙을 추구하며 인간답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상호 이해와 관용 정신을 기반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노력도 중시할 것이다.

그리고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수용 노력도 증대할 것이며, 공동체와 평화를 중시하고 이기적 이타주의(自利利他)에 입각한 사회적 차원의 행복, 즉 행복한 사회 안에서 개인들이 만족하며 평화롭고 안녕된 생활을 누리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