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대입개편 결과 발표…정시확대·상대평가 유지 1위
대학자율 방점 '의제2'와 유의미한 차 없어 채택 여부 미지수

사진=대입개편공론화위원회
사진=대입개편공론화위원회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2022대입은 ‘정시 확대, 수능 상대평가 유지’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대입개편공론화위원회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며,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현행보다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긴 했지만 완전히 정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네 가지 공론화 의제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의제1, 2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의제1은 점수 3.40, 지지비율 52.5%, 의제2는 점수 3.27, 지지비율 48.1%이었다.

의제1은 정시를 45%이상 확대하는 것이고, 의제2는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의제1과는 사실상 정반대에 가깝다. 그럼에도 공론화위원회 측은 의제1과 2가 각각 1, 2위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어떤 의제가 채택될지 불명확한 상태다.

논란 끝에 뚜껑이 열린 대입개편공론화 결과는 다수안이 없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많다. 공론화 실패사례라는 지적에 김영란 위원장은 “하나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시민의 생각을 읽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공론화위원회에 대해 대입개편특위로 공을 넘긴 꼴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애매한 결과표를 받아든 국가교육회의가 어떤 권고안을 내더라도 현장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다수안 없는 결과...논란 계속되나

이 같은 공론화 결과에 대해 교원단체와 시민단체는 비판 일색의 입장을 내놨다.

교총은 “학생부 위주 전형 확대에 제동을 걸고 수능 전형을 일정부분 확대 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점을 존중한다”면서도 작년 8월 수능개편유예 이후 1년 동안 확실한 변화나 차이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총 관계자는 “대입은 국민적 관심이 가장 높고, 수능확대를 둘러싸고 각 진영 단체 간 치열하게 대립하고 갈등이 거세 시민참여단이 특정 의제에 많은 표를 주는데 주저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무책임하고 불공정한 운영으로 결국 시간만 낭비한 셈”이라며 “정부는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미래교육비전관점에서 대입설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좋은교사운동 등 32개 교육단체가 구성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단순하고 일반적인 국가 정책 결정이 아닌 계층과 집단, 지역 간 이해가 상호·상충되고 복잡한 대입제도에 관해 짧은 기간에 두 차례 숙의 토론을 한 시민참여단의 '공론화 결과'만을 토대로 대입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을 넘겨 받은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위는 이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마련하게 된다. 국가교육회의는 전체논의를 거쳐 대입제도개편 권고안을 오는 7일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 권고안을 토대로 8월말 최종안을 확정한다.

공 넘겨 받은 대입개편특위...어떻게 확정될까

1위인 의제1을 기준으로 개편안이 마련될 경우, 현행 입시제도 기본틀은 큰 변화가 없지만 정시 비중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제1 채택 시 가장 큰 걸림돌은 중장기적 절대평가 전환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상당 수 시민참여단이 중장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를 지지했기에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행 수능은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이 상대평가로 1~9등급별 학생분포도가 명확하다. 하지만 절대평가 시행 시 일정 점수만 획득하면 동일 등급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정시가 확대되더라도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수능은 '자격고사'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즉, 수능확대와 절대평가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학종이든 논술이든 대학은 나름대로의 변별력을 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정시를 45% 선발하면 실제로 정시모집은 수시이월 인원을 감안하면 50% 정도를 선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시확대에 따라 학생부위주전형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학종은 여전히 대학들이 선호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중요성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소장은 “학종 선발인원이 많은 대학은 인원을 다소 줄이겠지만 중요한 전형인 것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정시는 현재보다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수능 위주 정시확대, 수능 중장기적 절대평가라는 두 요소 간 엇박자를 얼마만큼 좁혀나가느냐가 앞으로의 핵심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제 간 근소한 차 결과이기 때문에 앞으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이 지속되는 과정에 새로운 변수들이 생길 수도 있고, 중장기적 변화가 예고됐기 때문에 중2 이하 학생들이 갖는 불안감도 동시에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가에서는 대입특위에서 이번 공론화 내용을 왜곡하거나 교육의 본질을 흐리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백광진 서울지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은 “의제1과 의제2의 결과값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데 정시 몇% 형태로 고정하는 것은 시민들의 여론과 의견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국민 정서에 맞춰 대학이 형편에 맞는 수준으로 정시를 좀 더 확대하고, 의견이 엇갈린 학생부종합전형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문영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도 “이번 결과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완화, 학벌주의 타파 같은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담고 있는 것이 맞냐"며 “단순히 다수가 원한다고 그 쪽으로 향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총은 “특정 의제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고 중요 내용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아있는 대입개편특위와 국가교육회의의 최종 판단·결정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