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대 출신 대법관에 임명된 노정희 신임 대법관
노정희 신임 대법관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대법원 역사 70년 만에 첫 여대 출신 대법관이 배출됐다.

지난 2일 첫 여대 출신 노정희(55, 이화여대 법학 86년졸)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 절차를 완료하고 이날 취임했다. 현재 여성 대법관으로는 김소영, 박정화, 민유숙 대법관이 있으며 노 대법관이 인준됨에 따라 대법원 최초 여성 대법관 4명 시대를 맞게 되었다.

1948년 대법원이 생겼지만 여성이 대법관에 임명된 것은 반세기가 넘은 2004년이 되어서다. 역대 대법관 145명 중 여성 대법관은 6명뿐으로 전체의 4%에 불과했다.

노 대법관이 임명됨에 따라 여성으로는 사법 사상 7번째, 여자대학 출신으로는 첫번째 대법관이 됐다. 대법관 8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채워진 미국과 비교하면 이번 노 대법관의 임명은 한국 사법계의 유리천장을 뚫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노 후보자는 1963년 광주 출생으로 이화여대 법학과(1986), 동 대학원(1996)을 졸업했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는 이화여대 전 총장(2002~2006)인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으로 제자·스승 관계다.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고 올 들어 법원도서관장으로 재직하다가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됐다.

노 대법관은 판사 시절 성과 본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한 자녀가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종원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으며, 장애여성 성폭력범죄가 발생한 사회복지법인과 관련해 그 임원들이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임 명령 사유가 된다고 선고하는 등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거듭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노 대법관 임명동의안에서 “28년 동안 법조인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며 공익의 실천을 깊이 고민하고 특히 여성과 아동의 권익 보호와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이화여대 출신들이 국가 요직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최초 여성 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영애(기독교학 74년졸) 서울시 인권위원장, 20대 국회 후반기 행정안전위원장으로 선출된 인재근(사회학 77년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올해 들어 이화여대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화여대는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태영 동문), 헌법학자(윤후정 전 명예총장), 헌법재판관(전효숙 전 초빙석좌교수), 법제처장(김선욱 전 총장) 등 한국 법조계에서 전무후무한 ‘최초’의 기록을 세웠고, 1996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법과대학을 설립했으며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을 개원했다. 이러한 전통을 계승해 2013년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 배출, 2014년 사법시험 합격인원 전국 5위, 2015~2017년 사법시험 합격인원 전국 4위, 2013년 및 2015년 재판연구원 임용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매년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