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목 중 영어만 절대평가, 영어교육 부실 낳는다”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수학·과학 관련 단체에 이어 영어 관련 학회들도 집단 실력 행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대입공론화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교육부가 대입정책 포럼을 통해 논의한 수능 과목구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서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 관련 단체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는 작년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아 영어영역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5만2983명으로 전체의 10%를 넘어 지나치게 쉽게 출제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한국영어교육학회 등 영어 관련 학술단체 24개가 연합한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2022년 대입 이후에도 다른 과목과는 별도로 절대평가가 영어에만 적용될 경우 초래하게 될 심중한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를 위해 수능 절대평가제도가 도입됐는데 현재 같은 기초과목 군에 속하는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중 영어만 절대평가가 시행되고 있다”며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라는 근본 취지가 무색하게 학교 영어교육의 부실화를 낳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결정과 시행 이후 사교육 과목이 달라졌을 뿐 전체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영어 절대평가 시행 전인 2016년 25만6000원에서 절대평가가 첫 시행된 2017년 27만1000원으로 5.9% 올랐다.

또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발표와 시행 이후 학교 영어교육 위축은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 근거로 영어 절대평가가 결정된 2015년 이후 공립 중등 영어교사 임용 비율이 다른 과목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각 시도교육청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 분석에 따르면 영어 교사 채용은 2014년 672명이었지만 올해는 249명으로 2014년의 37.1%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어(59.9%), 수학(56.8%)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주장이다.

협의회는 “교육과정 상으로 영어는 국어, 수학과 함께 기초과목으로 분류돼 있으나 다른 기초과목과의 대입평가 방식 차이로 학교 영어교육의 위축과 기초학력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러한 불균형은 선택 중심 현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2022학년도부터는 학교 영어교육이 다시 견고하게 구축될 수 있을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다움 달 8일 교육부를 방문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기자회견 등을 계획이다.

한편 교육부는 국어에서 문법 내용을 포함하는 언어와 매체, 화법, 작문을 공통 과목에서 제외하고 수학에서는 기하, 과학에서는 과학Ⅱ를 제외하는 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국어, 수학·과학기술계 주요 단체들이 잇달아 성명을 내고 범위 포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13개 단체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학 기하 과목과 과학Ⅱ를 수능 과목 및 출제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집단행동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