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교육수석 부활 등 교총 제안 '패싱' 당해
교육계 "어정쩡한 대응 등 눈치보기 일색" 비판

10일 오후 워커힐 호텔에서 환영만찬을 마친 남북 교육자 대표 참가단이 함께 현수막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공동취재단
10일 오후 워커힐 호텔에서 환영만찬을 마친 남북 교육자 대표 참가단이 함께 현수막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공동취재단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편지는 한국교총이 먼저 보냈다. 하윤수 한국교총(교총) 회장은 지난달 17일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교육자료전에 북한 교육자대표들도 참석, 남북교육자대표자회의를 열자고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교직동)에 제안했다.

그러나 답신은 교총이 아닌 전교조로 날라 왔다. 교직동은 지난달 20일 “합법화 실현을 위한 귀 단체의 의로운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평화롭고 번영하는 통일조국의 미래를 키워나가기 위한 교육활동에서 귀 단체와 언제나 어깨 걸고 나갈 것”이라는 내용의 서신을 팩스로 전교조에 보내온 것이다.

그리고 지난 10일 이들 두 단체의 만남은 성사됐다. 전교조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참석을 위해 서울에 온 교직동 대표단에 '남북교육교류사업'을 제안했다. 이날 전교조는 ▲남북교육자 교류협력 체계 복원과 유지 ▲전국참교육실천대회 북측 대표단 초청 ▲남북교육자 합동연구대회 추진 ▲남북학생 교류 사업 ▲남측 학생 북녘 수학여행 사업, 교육견학단 상호방문 등을 제안서에 담았다.

전교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남북노동자 상봉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며 전 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11일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전교조 조합원과 그 가족을 비롯한 학생, 학부모 1000여명이 참여했다.

요즘, 교육계 등에서는 이처럼 한국교총 ‘패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교원단체라는 이름값으로 체면치레는 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얼마 못 갈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주최 정책 간담회에 첨석해 보면 전교조 등 진보단체 일색이다. 구색 맞추기로 교총이 포함될 때도 있지만 학부모단체도 시민단체도 교총과 의견이 같은 조직은 하나도 없다”면서 “첨예한 정책에 교총의 의견이 실제로 반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남북 교원교류 외에도 최근 교총이 제안한 청와대 교육수석 부활, 교원단체·교육부-국회·정당-청와대 교육협의체(교정청 협의체) 구성 등은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요즘 교총의 보도자료나 성명을 보면 눈치 보기 일색인 것 같다”면서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반응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방송된 EBS의 '교사'를 주제로한 토론의 패널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서 “이 것이 교육계의 현실이고 교총의 현재 위치”라고 꼬집었다.

지난 9일 방송된 EBS 교육 대토론의 주제는 ‘교사(敎師)의 길, 현재 그리고 미래는?’이었으며 패널은 공주대학교 사범대학교 이병기 학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재혁 대변인, 경기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박은진 대표,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성식 회장 등이었다.

한국교총 하윤수 회장이 지난달 25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계획서' 제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교총
한국교총 하윤수 회장이 지난달 25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계획서' 제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교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