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규의 교육칼럼] "정시는 확대되지 않는다"
[강명규의 교육칼럼] "정시는 확대되지 않는다"
  • 권호영 기자
  • 승인 2018.08.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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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학생의 선점과 돈벌이 수단의 절묘한 조화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숙의 결과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정시모집 비율을 45%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1안이 가장 높은 표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정시가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달콤한 꿈을 꿨지만, 그 꿈은 며칠 후 교육부 발표를 통해 산산 조각나버렸지요.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지 분석해봤습니다.

확고한 신념의 '김상곤 교육감', 학생 선발 비율 권한 없는 '교육부'

첫째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정시모집을 확대할 의지가 없습니다.

김 장관은 경기도교육감 시절부터 진보교육의 맏형으로 불리며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한 인물입니다.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 발표 이후에도 언론인터뷰에서 "수능이 절대평가로 가야한다"고 이야기할 정도이지요. 즉, 김 장관이 교육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한 정시모집 확대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둘째, 교육부는 대학에 정시모집 비율을 강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국공립대학은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어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정시모집 비율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말 그대로 사립이기에 정부도 어떻게 할 권한이 없지요. 그래서 교육부 발표내용도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겠다’가 아니라 ‘30% 이상으로 늘릴 것을 대학에 권고한다’라는 형식을 띤 것이지요. 대학이 꼭 따라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진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기에 대학이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즉, 교육부는 애초부터 정시모집을 확대할 의지도 권한도 없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숱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대입개편안을 논의한 이유는 무얼까요?

국민들의 뜻이라며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 위한 명분을 쌓을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애초의 계획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서 교육부도 상당히 당황했을 겁니다. 수능 상대평가/정시모집 비율 45% 이상이 담긴 1안은 어차피 1위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해서 국민들 반발이나 잠재울 생각으로 만든 것인데 1위를 해버렸으니까요.

우수한 학생의 선점과 돈벌이 수단의 절묘한 조화

대학도 정시모집 확대를 원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시모집을 늘리면 선발과정도 간단하고 뒷말도 적어서 대학도 학생 선발이 훨씬 편해질 텐데요.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첫째로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학교에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수시모집은 9월에 원서접수를 받고, 정시모집은 12월에 원서접수를 받습니다. 그리고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은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지요. 결국 수시 비율을 낮추고 정시 비율을 높일 경우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학교에 선점당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사활을 걸고 우수인력을 충원하려는 것처럼 대학도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시까지 가버리면 이미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빠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대학들은 우수학생 선점을 위해 앞 다투어 수시모집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둘째로 수시모집은 돈이 됩니다.

수시모집은 최대 6회까지 지원가능한데다가 정성평가로 이뤄지다 보니 커트라인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아 학생, 학부모들에게 꿈과 희망을 팔 수 있지요. 그래서 깜깜이 전형이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어쨋든 많은 학생의 지원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성적으로만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과 적성, 열정까지 봐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수많은 학생을 끌어 모은다고 할까요. 그래서 속된 말로 수시모집에서는 ‘원서 팔아 건물 세운다’는 말이 가능합니다.

2018학년도 서울권 15개 대학의 수시 모집 평균 경쟁률은 무려 18.5 대 1 이나 되거든요. 3만1428명 모집에 연인원으로 58만1539명이 지원했지요. 연인원으로 따졌을 때 수능 지원자 수와 거의 비등한 인원이 서울 주요 15개 대학에 지원한 것입니다. 대학별로 적게는 1만7000명, 많게는 7만2000명까지 지원했으니 대학별로 수십 억 원씩의 전형료 수입이 발생한 것이지요. 수시모집 원서비가 싸면 3~4만 원, 비싸면 10만 원이 넘으니까요.

반면, 정시모집은 수능시험 이후인 12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합니다. ‘정시모집은 수능이 모든 것이다’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능의 영향력이 크고, 평가도 정량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확한 커트라인이 존재합니다.

그에 더해 가, 나, 다 군으로 나눠져서 각 군별로 1개 학교만 지원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정시모집은 총 3회까지만 지원 가능합니다. 그런데 유사한 수준의 대학들이 같은 군에 많이 묶여있어 사실 대학선택권이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연세대와 고려대는 같은 나군에 포함되어 있어 중복 지원할 수 없지요. 수시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요. 게다가 다 군에는 중앙대 이외에 눈길을 끌만한 상위권 대학이 없다 보니 최상위권 학생들 중에는 가군에서 서울대를, 나군에서 연고대 중 한 곳을 지원한 후 다 군은 아예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정시모집은 커트라인이 명확히 정해지고 대학별 커트라인은 매년 유사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지원 전에 합불 가능성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요. 그래서 정시모집에서는 무모한 지원을 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 경쟁률이 수시 경쟁률의 1/3 ~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속된 말로 돈이 안 되는 장사인 것이지요.

권호영 기자  lovtome34@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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