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최명숙 수석교사 "내가 가장 잘한 일? 공부하는 수석교사 택한 것"
퇴직 앞둔 최명숙 수석교사 "내가 가장 잘한 일? 공부하는 수석교사 택한 것"
  • 박용광 기자
  • 승인 2018.07.24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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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400시간 연수 받아 후배 교사에 전수...36만여명 찾은 수업 지도안 만들어
수석교사 자율활동 보장·처우개선 아쉬워...미래교실네트워크서 연구 계속할 것

나이 50세. 지천명(知天命)이라 하는 시기에 새롭게 대학원에 진학해 수업 연구를 시작, 현재까지 36만여명이 찾은 수업지도안을 만들어 낸 교사가 있다. 그는 2011년 56세가 되던 해 수석교사로 활동을 시작하며 하브르타(하브루타) 수업 실천과 거꾸로교실 연수 등 끊임없이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해 앞장섰다. 자신의 경험을 후배 교사에게 전수하고자 2014년 연간 400시간 이상의 연수를 받아 2015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70회 이상 교사 대상 강의를 진행해 온 최명숙 수석교사가 정년을 맞는다. 8월말 퇴임을 앞두고 '수업전시회'를 개획 중인 대구성지중 최명숙 수석교사를 보내기 아쉬워 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최 교사의 40년 교직 생활에 대한 추억과 미래 계획을 들어봤다.

최명숙 대구 성지중 수석교사
최명숙 대구 성지중 수석교사

 

형편어려운 학생 4년간 익명 지원 '뿌듯', 한 학생 체벌 기억 '가슴아파'

▲정년이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40년 교직생활을 정리해본다면.

- 40년 교직 생활을 하며 정말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만 꼽는다면, 형편이 어려운 제자를 4년간 익명으로 지원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저를 변화시킨 것 중 한 가지를 고른다면 거꾸로교실을 만난 것입니다. 가장 후회하는 일은, 한 학생을 체벌한 것입니다.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만날 수만 있다면 사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수업전시회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 대구교육청에서 주최하는 ‘대구 교육, 좋은 수업으로 물들다’라는 행사를 수년째 함께하면서 수업 관련 전시회를 많이 했지요. 그런데 한 사람의 수업만을 오롯이 전시한 적은 없었습니다.

제 전시회 기획은 대구협력학습지원센터의 개관에서 시작됩니다. 교육청은 센터를 개관하며 1차로 대구하브루타수업연구회와 함께 기획 전시를 했습니다. 이 전시의 반응이 좋아 2차 전시로 대구거꾸로교실연구회의 자료를 제 자료와 함께 전시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때가 대구거꾸로교실연구회 선생님들은 연구회 캠프를 준비하는 중이라, 전시회 자료를 내주십사 부탁드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 자료만으로 전시를 해보겠다고 교육청에 역 제안을 했습니다. 교육청에서는 저의 40년 교직 이력과 경험을 젊은 샘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1인 수업전시회로 초기기획을 수정하고 8월부터 전시를 시작하게 됩니다.

'수업전시회' 찾은 교사들 고민 달라..10년차 교직 권태기 극복 질문 많아

▲전시회 중에 교사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가 있던데. 후배들은 주로 어떤 질문을 하나.

- 전시회에 오는 선생님들이 많은 질문을 합니다. 그중에 경력 10년차 정도 되시는 분들은 ‘학교를 다니며 권태기는 없었는지, 학교에 가기 싫거나 한 적은 없었는지’ 등 주로 학교 생활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반면 초임 선생님들은 ‘제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하죠. 3년차 정도 되는 선생님들은 ‘수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는 수업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질문이 많습니다.

▲늦은 나이에 수석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 30대 후반에 대구에서 마산으로 통근을 3년하며 병이 나 휴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도 지속한 스트레스로 몸이 약해져 완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결국 50세가 되어서야 건강을 되찾았는데, 그때 승진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늦었더라고요. 그래서 나 자신과 내 자녀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교육학 박사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이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습니다. 박사과정 중에 가정교과연구회를 하며 5명이 수업 안 51개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수년간 홈페이지를 방문해 활용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이를 보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내 적성에 더 맞구나 싶어 수석교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11명 관리자 겪어..."교장은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사람"

▲교장 등 관리자 제도에 대한 논의가 많은 요즘이다. 퇴임하는 입장에서 현장 관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지난 40년 동안 11개 학교에서 많은 관리자를 만났습니다. 어느 단체나 그렇듯 지도자의 영향력은 참으로 컸습니다.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사람이 관리자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구태를 벗고 새로운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되, 강요가 아닌 솔선수범으로 교사들이 스스로 따르게 만드는 관리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최명숙 수석교사는 지난 2017년 교육부 올해의 스승상에 선정됐다.
최명숙 수석교사는 지난 2017년 교육부 올해의 스승상에 선정됐다.

▲지난 한해만 78회의 강의를 했던데. 교사의 교사인 수석교사제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 수석교사제는 2011년에 법제화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여러 기관에서 수석교사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종 설문조사에 참여하려고 해도 수석교사 관련 항목이 없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수석교사를 선발하지 않는 시·도가 있기도 하고, 각종 규제로 인해 아직도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기도 합니다. 수석교사가 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활동 제한 폭을 낮추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또 수석교사를 정원 외로 배치해 진정한 선생님의 선생님이 되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수석교사의 처우를 개선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 안타까워...절대평가 도입돼야

▲입시제도 개편을 두고 말들이 많다. 그간 중점을 두고 활동한 하브르타(하브루타), 거꾸로교실 등의 수업과는 사실 ‘거꾸로’ 가는 정책인데.

- 말씀대로 교육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어 심히 안타깝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AI 시대라고 그렇게들 강조하면서, 정책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의사소통하고 협업하면서 인지적 공감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게 해야 합니다. 줄 세우기의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도입돼야 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게 진로를 선택하는 공부를 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정책이 거꾸로 가면 각 개인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걱정됩니다.

▲ 퇴임 후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활동한다고 들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앞으로의 계획은.

미래교실네트워크(이하 '미크')는 2014년 10월에 만들었습니다. 미크는 교육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교육혁신과 미래교육 관련 연수 및 교육을 하고, 그 성과를 측정해 실행 방법을 연구합니다. 또 교육혁신과 미래교육 관련 온라인, 오프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을 합니다.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대안학교 ‘거꾸로캠퍼스’를 설립했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 하는 개인 프로젝트 수업, 사상최대 수업 프로젝트 활동은 AMERICA ACHIEVES & OECD로부터 ‘Global Leading Learner’ 인증패를 받았습니다. 2016년에는 Google Impact Challenge에서 우승을 해 5억원을 지원받기도 했죠.

거꾸로캠퍼스에서 하는 교육 실험은 앞으로 공교육을 변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크에서는 교사의 1박 2일 연수프로그램인 거꾸로교실 캠프,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생샘 거꾸로교실 캠프, 사상 최대 수업 프로젝트 캠프(이하 ‘사최수프’), 초등 캠프 등을 실시합니다. 전국의 사최수프 팀이 모여 사최수프 활동을 공유하는 사최수프 페어도 엽니다. 온마을 공동체에 참여해 사회 교육도 합니다. 미크의 자회사 EFG미디어는 교육 관련 콘텐츠를 생산, 보급하는 활동을 합니다.

여러 학교와 회사 등과 MOU를 맺어 교사와 학교를 지원하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활동을 더욱 확대하려 합니다.

부모 압박 없어도 아이는 스트레스, 아이 행복 우선하는 부모 됐으면 

▲학생이나 후배 교사, 학부모에게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 제가 1979년 3월 1일 첫 발령을 받았을 때 한 학급의 학생 수는 70명이었습니다. 저는 1학년 담임을 맡았고, 교무 분장은 교무일지계와 포상계 두 가지였습니다. 그 때는 고교 입시인 연합고사 시대라 3학년 담임은 입시 관련 일에 전념하도록 다른 업무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46학급의 학교에서 저는 막내였고, 미혼도 혼자여서 업무가 제게 많이 쏠렸습니다. 주당 수업이 27시간, 학급활동, 특별활동을 합하면 주당 29시간을 교실에서 보냈습니다. 1학년과 2학년 두 학년을 가르쳤기에 교재 연구하느라 항상 바쁘게 살아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마찬가지로 교육도 선배 교사들의 땀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어려움은 같을 것입니다. 후배 교사들이 각자 처한 지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수업에 변화를 원한다면 꼭 여러 선생님과 함께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가장 큰 실패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강조합니다. 실패를 통해서도 많이 배우기 때문에 많은 시도와 경험을 하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님께 내 아이가 잘 되기 위해서는 다른 아이도 잘 돼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성적보다는 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 아이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과 다르게 성장할지를 고민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성적이 좋든 안 좋든 아이들은 성적 스트레스가 아주 큽니다. 부모님이 압박을 하지 않으셔도 아이들은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성적 스트레스가 큽니다. 그로 인해 학교 폭력도 많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의 성공을 바라지 말고,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가 되면 좋겠습니다.

박용광 기자  cool4241@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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