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대구 동부중 교사

최명숙 수석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12년 전인 2006년 대구 다사중학교에 근무할 때입니다. 1학년 부장이었던 선생님은 곧 쓰러질듯 한 작고 연약한 체격이었으며, 여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안쓰러운 모습이 저에게는 첫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긴 세월을 병으로 고생했다는 선생님은 항상 “하루 종일 근무할 수 있어 행복해”라는 말을 함께 핏기 없고 창백한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힘들어 보이던 그 체력으로 대학원 공부라며 틈틈이 영어로 된 두꺼운 원서를 읽어내려갔죠. “공부가 정말 재미있고 즐거워”라고 말씀하며 몰입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최명숙 수석 선생님에게 있어 공부는 삶의 에너지 드링크 같은 존재이며 보약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열정을 지켜보면서 공부와는 어느 듯 멀어져버린 후배 교사인 저로서는 뭉클한 존경의 감정이 울컥 올라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2010년 대구 서재중학교에서 같이 근무하게 되는 큰 행운을 얻었습니다. 최명숙 수석 선생님은 힘들고 어려운 서재중학교 학생에게 매달 봉급날에 익명으로 용돈을 전달하고 있었으며 학생이 졸업하게 되자 고등학교 교복과 등록금을 사비로 해결해주었다는 사실을 어렵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수석 선생님은 “이 학생을 도울 수 있어 내가 더 행복 했어”, “이 학생 때문에 내 맘이 더 기뻐”라고 해맑게 말씀하셨죠. 늘 봉사하고 기부하는 삶을 산다는 사실에 놀람과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뿐만 아니라 수년간 인터넷 상담 봉사 활동을 하며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학생들을 도왔으며, 서재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서재사랑나눔회 회원으로 매년 10월이면 사랑나눔바자회 행사에 참여하고 후원하며 봉사하는 삶을 꾸준하게 이어가는 훌륭한 분입니다.

수석 선생님은 절약정신이 투철했습니다. 한마디로 절약의 아이콘이었죠. 생활 속에 다양한 절약 팁을 후배 교사에게 전수하는 인기 교사였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한 가지는 2010년 최명숙 수석 선생님께서 ‘에너지 절약 가구 수기 공모’에 응모해 3등에 당첨된 것입니다. 상금으로 100만원을 받자 서재중학교 발전을 위해 기부했죠.

그 당시 서재중학교 박정곤 교장선생님은 학생이 자신의 용모를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잘 볼 수 있는 중앙 현관에 큰 거울을 거셨습니다. 이 일은 교장선생님이 최명숙 수석 선생님에게 학생을 위해 기부해 주셔서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셔서 전 교사가 알게 되었습니다. 후배 교사들도 수석 선생님의 훌륭하신 모습에 감동의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렇듯 수석 선생님께 배울 점은 끝이 없었습니다.

2011년 9월 서재중학교에서 싱가포르에 있는 텍화이중학교와 국제교류행사를 가졌습니다. 이 때 교사 대표로 수업을 공개하셨습니다. 주제는 김밥 만들기였습니다. 한국 음식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외국학생이라 특정 종교에 대한 배려(김밥의 식자재에 넣지 못하는 것)와 9월이라 늦여름의 날씨 등을 꼼꼼하게 고려해 식자재를 준비하셨으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때 선생님은 학교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분이셨습니다. 준비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수업을 위한 최선의 노력과 준비 및 진행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싱가포르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김밥을 점심으로 먹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수석 선생님께서는 정년을 며칠 남지 않은 지금도 늘 수업을 위해 연구하며 공개하고 계십니다. 최근엔 “난 정말 수석교사하길 잘했어”, “수업을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해”라고 말씀하십니다. 보다 새롭고 알차게, 재미있고 유익하게, 즐거운 수업을 위해 노력하시는 열정적인 모습을 응원하며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수석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제 삶의 터닝 포인트라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글을 쓰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수석 선생님을 추억하는 기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하고 기뻤습니다. 정년퇴임하시는 수석 선생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