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서울 정릉초등학교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기획위원

저출산위 “초등학교 혁신 미진해 사교육 참여 높다” 진단

지난 8월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의 ‘놀이를 더하는 초등교육으로의 변화 필요성과 쟁점’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이미 오래된 ‘돌봄의 사회화’와 ‘학교의 돌봄 기능 부과’라는 논쟁에 정점을 찍는 듯, 그 포럼의 자리는 뜨거웠다.

저출산위 이창준 기획조정관은 2000년 이후 중등은 교과교실제,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으나, 초등은 학교교육 혁신 정책발굴은 미진하여 사교육과잉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초등의 사교육 참여비율은 82.3%인데 비해 중고등은 66.4%, 55.0%라는 것이다. 초등교육이 미진하여 사교육과잉이 일어난다는 진단 자체가 틀렸다.

초등학생들의 사교육참여비율은 높지만 주로 예체능 중심이고, 그 비용도 중고등학교 입시 사교육에 비할 바가 아니다. 초등 교실의 변화가 더딘지 중고등학교 교실의 변화가 더딘지 한 번 생각해보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칭송한 초등교육을 이렇게 정책 당국이 왜곡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혹세무민이다.

잘못된 진단...휴식 시간만 늘리는 데 국가교육과정 개정?

이렇게 진단부터 틀렸으니 정책 로드맵 역시 우왕좌왕이다. 먼저, 두 가지 모순된 노선이 동시에 언급되고 있다. 첫째, 놀이시간을 늘려서 학생들이 부담 없이 쉴 수 있겠다고 하면서, 또 2022년 국가교육과정을 개정하여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한다. 쉬는 시간만 늘리는 거라면 국가교육과정 개정이 왜 필요한가? 결국 저학년 수업시수를 늘리겠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 작업에 참여했던 고려대 홍후조 교수나 조호제 수석 교사는 이날 토론문을 통해 정규 수업시간을 더 늘려야 하며, 누리과정(주당 25차시)보다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학생 수는 줄지만 교사 정원은 유지해서 교사의 체감 부담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꿈담교실’처럼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하교시간 연장으로 돌봄시간을 오후 7시까지 추가 비용 없이 늘릴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여기에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여전히 ‘비용 절감형 돌봄 노동 부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초등전일제학교 참여율 추이. 자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연구보고서.
초등전일제학교 참여율 추이. 자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연구보고서.

독일 2002년 10.3% 전일제학교 2015년 55.6%로 서서히 증가

또 하나의 문제는 저출산위의 전일제 학교 사례에 대한 정책 연구를 담당했던 정재훈 교수의 발제문에 있었다. 의무형 전일제, 부분 전일제, 개방형 전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은 2002년 10.3%였던 전일제학교가 2015년 55.6%로 서서히 늘었다. 13년 동안 55.6% 참여율을 만든 독일과 달리 저출산위는 7년 만에 100% 전면시행을 로드맵으로 내놓았다. 이것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배제한 정책 포퓰리즘이며, 국가의 획일적 통치권력이다.

이 발제자료에서 더 큰 문제는 55.6%의 초등학교 중에 의무형 전일제를 하는 학교는 3.6%에 불과하며, 부분이나 개방형 전일제(우리나라의 현재 방과후+돌봄 방식) 학교가 96.4%라는 것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무형 전일제 학교는 2002년 4.7%에서 3.6%로 그 비율이 오히려 줄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생각해야 할 것은 2002년 독일은 분명한 재정 지원 약속이 있었다는 것이다. 2002년 슈뢰더 수상은 전일제 학교 확대를 위해 40억 유로(5조 4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약했고, 2018년 메르켈의 연립정부는 연정합의문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우리 저출산위의 자료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비용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그 비용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는 재정 지원과 교원 확충에 대해 합의를 해준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냥,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자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연구보고서
초등전일제학교 유형별 비율. 자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연구보고서

이렇게 보면 논점은 두 개로 정리된다. 첫째 저출산위가 제시한 의무형 초등 3시 하교 정책이 도대체 근거가 있는 정책인가, 둘째 사회적 돌봄을 위해 정말 필요한 논의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먼저, ‘초등 3시 하교 의무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주요 사례로 제시한 독일은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도 96.4%가 부분형이나 개방형이라는 점, 사례로 들고 있는 전북의 놀이밥+60, 충북 정규 놀이시간 40~60분 정책 역시 하교 시간 연장과는 무관하게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통한 놀이 시간 확보 방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강원도 놀이밥은 저출산위가 주요 모델로 제시했다가 강원도 교육청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포럼 자료집에서는 그 사례가 빠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논점만 남는다. 사회적 돌봄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진짜 필요한 것은 돈, 그리고 사회적 합의

우리는 이미 독일처럼 부분형과 개방형 전일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선택형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필요한 경우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돌봄교실이 부족해서 선택하고 싶어도 참여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와 교사들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 8월30일 교육부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전수조사 공문을 내려 보냈다. 내용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정규수업 후 학교의 돌봄 및 방과후 참여율을 조사해서 보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학교에서는 정규수업 후 하교, 정규수업+돌봄교실 참여, 정규수업+방과후+돌봄교실, 정규수업+방과후,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학년별 학생수를 조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높은 비율로 3시 이후 하교하는 것으로 나타날 거라 예상한다.

필자는 현재 1학년 담임이다. 우리반 26명 중 9월 현재 9명이 돌봄교실에 간다. 요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13명은 학교 방과후에 참여한다. 나머지는 집으로 가거나 태권도차를 타고 학원에 간다. 아파트 밀집지역이지만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1학년이 되면서 하교시간이 빨라서 휴직하거나 직장을 그만둔 부모(경단녀)는 없다. 오히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중국에 유학을 가 있어서, 어린 동생이 있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정말 내가 겪는 이런 실태가 아주 특수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돌봄에 대한 요구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에 매우 공감하고 동의한다. 아직도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어쩔 수 없이 학원차를 타고 돌게 되거나, 부모가 직장을 포기하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전국 모든 초등학생의 하교시간을 획일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본다. 저출산위가 제시한 독일의 사례처럼 이것은 필요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열어두어야 한다.

선택형 돌봄은 돌봄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 국가와 사회가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획기적인 지원을 위한 재정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 소요 예산에 대한 정확한 예측, 이를 위한 재정 조달 방법이다. 제일 먼저 정확한 수요 조사가 필요하다. 각 학구별 만5세 학부모(내년 초1)와 현행 초1(내년 초2)의 돌봄교실 참여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모든 계획이 나와야 한다. 사실, 1~2학년 교실을 모두 돌봄겸용교실로 사용하면 100%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수요조사 결과 100%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물론, 1-2학년 담임교사를 위해서는 교사 연구실을 따로 만들어 책상과 컴퓨터를 주고, 거기서 수업 연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수요 조사를 기반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그 수요를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돌봄교실을 확보한 다음에는 돌봄과 교육환경의 질을 높여야 한다. 먼저, 돌봄교실을 위한 공간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돌봄교실은 바닥 온돌을 비롯해 공간을 바꾸는데 1실당 2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돌봄을 위해서 쓰는 비용이라 생각하고 아까워하지 말고, 1~2학년 아이들의 교실 환경을 바꾸는데 쓰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공기정화시설, 방음시설, 단열시설까지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금상첨화다.

둘째,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돌봄센터에서는 20명당 3명의 돌봄교사가 배치된다. 저소득층 아이가 1명 포함되면 교사 1명이 더 들어오고, 특수아동이 포함되면 교사 1명이 더 들어온다. 그 돌봄교사는 지자체가 양성, 선발, 관리한다. (이정미(2017). 일 양국의 초등 돌봄교실에 있어서의 돌봄전담사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비교연구-한국의 창원시와 일본 도요나카시를 중심으로. 일본문화연구 62. pp.235~256.)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현재 교사 1명당 25명을 2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25명당 2명을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 ‘스케줄 관리형 돌봄교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이의 삶을 돌보는 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야 돌봄교실에만 가두어두지 않고 운동장으로, 마을로 다닐 수 있다. 일반교실 수업 뿐 아니라 돌봄교실도 25명을 교사 1명이 감당하는 구조는 낯설고 새로운 공간으로의 탐색이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자, 여기까지 매우 이상적인 제안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복병은 ‘돈’이다. 이 돈을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우리 사회는 돌봄의 사회화에 소요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출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생활형 SOC 확충을 얘기했다. 그걸 학교 공간 재구조화에 사용하면 어떤가? 문재인 정부가 고용 창출을 얘기했다. 그걸 학교의 돌봄 교사 양성-선발-관리에 집중하면 어떨까? 기재부와 행자부는 이걸 받을 의향이 있는가? 나는 이렇게 투명하고 분명한 재정과 인력 확보 방안이 마련된다면 교육청도 학교도 교사도 합의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이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자.

한희정 서울 정릉초등교 교사
한희정 서울 정릉초등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