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62.9% “무상교복 현물 지원해야”...도의회 "설문은 참고 자료"
현물 지급만 전액무상인 것처럼 설문조사 표현해 모순된 학생 대답 초래
12일 조례안 심의 후 본회의 상정…통과 시 중고교 신입생에 교복 지원

사진=경기도의회
사진=경기도의회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현물은 '학교가 직접 무상으로 교복 제공', 현금은 '학교가 교복 구매에 필요한 일부 비용 지원’.

설문조사를 이렇게 실시하면 어는 쪽이 우세하게 나올까. 현물은 무상, 현금은 일부 지원의 뉘앙스로 읽히는 경기도의회 설문조사를 두고 ‘아전인수’식 설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2교육위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2∼24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지역 31개 시·군별로 초·중학교 1곳씩을 선정해 초등학교 6학년생, 중학교 3학년생과 이들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에는 1만843명(학생 6909명, 학부모 3934명)이 응답했다.

결과는 경기지역 예비 중·고교생과 학부모 63%가 무상교복 '현물' 지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회에 따르면 '학교가 직접 교복을 제공'하는 현물 지급 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63%가 선호했다. 초등 6학년 학생의 선호도가 71.28%로 가장 높았고, 초등 6학년 학부모 68.65%, 중3 학생 59.33%, 중3 학부모 58.73% 순이었다.

반면 '학교가 교복 구매에 필요한 일부 비용 지원'하는 현금 또는 상품권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37%가 선호했다. 중3 학부모가 41.26%로 가장 선호했고, 중3 학생 40.66%, 초6 학부모 31.34%, 초6 학생 28.71% 순이었다.

학교가 선정한 '같은 디자인과 품질'의 교복(현물)을 '학생이 선택'하는 양립할 수 없는 질문도 있었다. '교복을 학교가 일괄 지급하는 것이 학생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그것.

자료=경기도의회
자료=경기도의회

이에 대해 학생 55.64%는 학생 선택권(같은 디자인과 품질의 교복이라도 학생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현물이라도 자신들이 교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해 이런 대답을 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의회 조광희(민주·안양2) 제2교육위 위원장은 “설문조사를 조례안 심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것”이라며 “현물과 현금으로 단순하게 물었을 경우 무상교복 지원 취지와 의미가 퇴색된 채 결과가 왜곡될 소지가 있어 현물은 '학교가 직접 무상으로 교복 제공', 현금은 '학교가 교복 구매에 필요한 일부 비용 지원'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복업계 관계자는 “학교주관구매를 통한 무상교복 지급은 현물이나 현금(상품권)이나 동일한 금액으로 동일하게 전체 무상이다. 그런데 마치 현물 지급만을 전액 무상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현물’ 선택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공정하게 조사해 그 의견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해야 할 지방의회가 왜 이렇게 도민을 속여 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하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물 지급은 납기 문제 등 이후에 나타날 부작용이 크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게 되거나 업계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29일 무상교복 지원 방식과 관련 ‘현물’에 무게를 실었다. 이 교육감은 이날 도의회 제330회 임시회 교육행정에 관한 질의에서 "현금이 오가는 것은 회계법상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현금이 아닌) 바우처도 좋은 방법이다.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앞서 이재명 지사도 7월4일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도의회가 현물 지급을 논의하고 있는데 좋은 것 같다”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협동조합에 생산권한을 주는 방안도 있다”고 현물 지급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제2교육위원회는 오는 12일 오전 9시30분 회의를 열고 중학교 등 무상교복지원을 주요내용으로 한 ‘경기도 학생교복 지원조례’을 심의한 뒤 제330회 임시회 본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면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1인당 22만원 상당의 교복이 무상 지원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