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장 모르는 교육부 학교폭력 대책, 차라리 폐지하라
[기고] 현장 모르는 교육부 학교폭력 대책, 차라리 폐지하라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8.09.0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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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경기 남수원초등학교 생활인성부장
이상우 경기 남수원초등학교 생활인성부장
이상우 경기 남수원초등학교 생활인성부장

교육부가 지난 8월31일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예방 보완 대책’을 내놨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대책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대책이다. 일부 환영할 만한 부분도 있으나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미한 학교폭력사안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부분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교사가 학교폭력을 은폐한 경우에는 가중해 징계하겠다는 것은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높아 심각한 교권침해가 우려된다.

지금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학교 자체 종결제’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회복적 접근을 통한 화해, 중재 전문가를 통한 분쟁조정이다.

학교의 화해와 조정은 모두 은폐‧축소인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정식 절차는 이미 학교 안에서 준사법적 기구로 변질되었다. 민사소송에서도 화해와 조정이 있고, 폭행과 명예훼손 같은 형사범죄도 합의를 하면 처벌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감경하는 형사조정제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화해와 조정을 모두 은폐나 축소시도로 모는 것은 학교를 평화와 성장의 공간이 아닌, 갈등과 분쟁의 장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증거다. 노골적인 학교폭력 은폐나 무마 시도는 이미 기존 공무상 징계와 사법체계로도 충분함에도 학폭 은폐에 대한 가중처벌을 논하는 것은 교육부 장관의 자세가 아니다. 학교의 학교폭력해결 권한을 확대하면서 학교의 화해‧조정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학폭 해결과 학교교육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된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폐지해야

가해학생에 대한 경미한 조치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은 바람직한 면이 있으나, 학폭위원회에서 생활기록부 기재를 피하기 위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감경할 여지가 있다. 가해 학부모도 기재를 피하기 위해 학교에 계속적 민원을 제기할 수 있고, 피해 학부모도 학폭위원회의 정당한 처분에 대해서도 불복해 재심을 청구, 끊임없는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생부 기재는 축소가 아니라 폐지가 바람직한 방향이다.

가해학생 조치에 대한 학생부 기재는 2012년 신설되었지만, 당시에도 인권침해로 논란이 많았고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정책이다. 학교폭력을 엄벌하겠다고 급하게 만들다보니 가해학생에 대한 주홍글씨가 되어 학교폭력예방 효과도 적고, 학부모간 분쟁의 소지가 더 커지고 세밀한 기재방식으로 학교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 득보다 실이 더 큰 제도는 축소가 아닌 폐지가 정답이다.

현장지원정책 없어...교육부도 지원청도 독립부서 꾸려야

교육부가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였으나, 안타깝게도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현장지원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학교현장에서는 학폭책임교사 기피현상이 일반화되었다. 담당자가 1년 이면 업무를 그만 두고, 저경력교사와 기간제교사, 전입교사에 떠넘겨진다. 최근에는 책임교사와 학교폭력이 일어난 학급의 담임교사들이 극심한 정신‧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해 병가와 휴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도 학교폭력은 독립부서가 아닌 학교생활문화과에서 담당하고, 학교폭력은 고작 2~3명의 사무관이 맡을 뿐이다. 지역교육지원청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을 맡은 장학사가 적어도 10여 가지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으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동학대업무도 담당한다. 이처럼 교육부와 교육지원청에서도 학교폭력 정책수립과 지원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를 제대로 지원할 수 없는데 교육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한 번이라도 내놓은 적이 있는가?

담당교사 가산점 폐지, 전문가 양성 급선무

담당교사에 대한 학교폭력 가산점을 폐지하고, 차라리 교육부와 교육청 차원에서 생활지도 경험이 풍부한 책임교사, 전문상담교사, 장학사, 학교담당경찰관을 학교폭력 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해 교육청 파견형식으로 독립적 지원 부서를 마련하고, 단위학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지원을 요청할 경우 학교현장을 긴밀하게 지원해주는 체제가 바람직하다. 대부분 교육청이 현장지원을 시도는 하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기존의 교사들과 교감, 장학사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겸직하면서 지원단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시간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청소년 폭력예방을 위해 학부모대상 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공염불로 그치기 쉽다. 학생대상 어울림 프로그램은 효과적이고 확대할 가치가 있으나 학부모용 어울림프로그램은 학교현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히려 발상을 전환해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부모가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어떤 절차로 학교폭력 문제가 다뤄지는지, 학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지식을 담은 동영상 강의 연수자료가 필요하다.

학폭문제를 맞닥뜨린 학부모들은 피해나 가해측 모두 당황하게 되고,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져 합리적 판단을 하기 어려워 학교를 공격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가해학생 서면사과가 나올 정도의 학폭 사안임에도 피해측 학부모는 긴급조치로 가해학생 출석정지, 무조건 강제전학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학부모가 있다.

반대로 학급교체나 출석정지, 강제전학에 이를 수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너무 피해측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하는 가해 학부모도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학교폭력사안절차와 학폭위원회의 처분결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부족에 기인한다. 실질적 예방교육 외에도 학부모들이 학폭문제 해결절차를 쉽게 이해하고 학폭해결과정을 예측하고 관련학생에 대한 처분을 납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자료가 제공되어야 학교폭력 문제가 학부모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줄이고 학교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형사미성년자 기준 13세 방안, 여론 떠밀린 것인가

범죄연령의 저연령화와 청소년 폭력의 심각성을 이유로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들의 법 감정과 촉법소년(만10~13세)의 범죄율 증가를 근거로 들고 있지만, 교육부의 보도내용 어디에도 청소년들의 강력범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최근에 많이 언급되는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서울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의 경우도 범죄를 주도한 것은 다수의 고등학생들이었다. 부산여중생 집단폭행사건의 경우, 가출한 학교밖 청소년들의 문제인데, 대다수 언론에서는 학교폭력의 시각으로 다루었다.

정부는 성난 여론에 휩쓸려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출 것이 아니라 이 학생들이 비행에 빠지게 된 원인을 분석해서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교육부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것을 강행하면, 현재 중1 학생들도 이에 해당돼 형사고소에 시달리고 범죄수사관련 인력낭비만 커질 것이며 범죄예방효과를 거두기도 힘들다.

이번 대책은 소년보호관찰 인력 증원과 전문상담교사 조기 충원 노력 등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학교현장에서 피부로 와 닿고 학교현장의 학교폭력대책역량을 강화할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교육정책 수립과정에서 교사 패싱으로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현장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교육부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전면적인 폐지와 재검토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학교폭력예방과 대책에 관한 정책은 미봉책에 그치고, 또 다른 문제만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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