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정부 책임론 커지는데, 교육부는 환자 통계나 제공
무상급식 이후 식재료 공산품 구매 비율 60%까지 높아져
“최저임금·물가인상률 절반도 못 미치는 급식비 해결해야”

대규모 식중독 사태 이후 학교급식 안전 점검에 나선 충남교육청. 사진=충남교육청
대규모 식중독 사태 이후 학교급식 안전 점검에 나선 충남교육청. 사진=충남교육청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급식 케이크로 인한 대규모 식중독 원인이 풀무원식품 계열사 풀무원푸드머스가 납품한 우리밀초블러썸케익으로 지목된 가운데, 사후조사 및 처벌에 방점을 둔 현 조치대로라면 대규모 식중독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대규모 학교급식의 원인으로 지목된 식중독 의심환자 수는 57개 집단급식소 2207명으로 집계됐다. 전북이 13곳(7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10곳(626명), 경남 13곳(279명) 순이다.

학교급식 때문에 전국적으로 1000명 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것은 2014년 인천 학생들이 급식 열무김치를 먹고 대규모 식중독에 걸린 뒤 4년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이번 식중독 사태가 학교급식에서 발생하기는 했지만, 학교 내부 요인이 아니라 외부에서 반입된 완제품 불량식품이라는 점이다. 학교의 식재료 구매방식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유사한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운영위원인 기회평등학부모연대 김정욱 대표는 “학교급식 대규모 식중독 발생의 원인은 큰 관점에서 보면 학교식당 직영체제와 무관치 않다”며 “2006년부터 매년 수조원의 혈세를 들여 학교식당 직영화와 무상급식을 이루었지만 식중독 발생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식중독 발생현황 및 발생원인 조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 식중독 발생건수는 총 188건으로 환자 수는 1만2693명으로 나타났다. 한해 평균 38건으로 매년 2538명의 학생이 식중독에 걸린 셈이다.

김 대표는 “학교급식이 직영 체제가 되면서 학교가 직접 고용하게 된 10만 여명의 조리종사원들이 강력한 근로조건 개선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식중독 사태도 그 부작용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최근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 비율을 보면 농수축산물 보다 공산품의 구매비율이 최근 5~6년 동안 50~60%로 증가했다. 조리종사원의 근로강도를 낮추기 위해 농수축산 원물을 구매해 손질하는 것보다 이미 반제품이나 완제품으로 손질된 공산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된 냉동케이크의 경우도 외부에서 완제품으로 들여와 조각내 나누어주기만 하면 되는 편의식품으로 학교급식에서 디저트용으로 선호되는 식품의 하나였다. 이처럼 대량공급시설에서 만든 가공식품을 선호하는 이상 학교급식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량공급시설에서 만든 가공식품을 선호하는 이상 학교급식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교육부
대량공급시설에서 만든 가공식품을 선호하는 이상 학교급식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교육부

경기영양교사회 관계자는 “전체 급식비에서 식재료비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완제품 공산품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경기도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률과 물가인상률 등을 모두 감안하면 최소한 21% 정도 인상되어야함에도 무상급식비 인상률은 6~8%에 불과했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식재료비는 계속 오르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급식비 인상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기도의 경우 2016년 식재료비 비중이 70%대였지만 올해는 65%대까지 떨어졌다. 주당 근로시간 감소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2학기부터는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상급식비를 %로 나눠 식재료비를 부담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올해 같은 최저임금 인상, 채소가격 일시 폭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현실적 시각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안정적 식품비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무상급식비 중 식재료비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교육청이 맡는 방안을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제도는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 중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후폭풍을 줄이기 위해 나선 정부가 정작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된 학교급식 분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천지역의 한 영양사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파도를 일으킨 정부가 학교급식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근본적 대안 마련에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정욱 대표도 “이번 사태가 나자 교육부는 남의 일처럼 현황 발표나 하고 있다”면서 “학교급식에서 공산품 구매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방치해 온 교육부나 학교당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구매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