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배성우 서울 명일여고 교사

배성우 서울 명일여고 교사
배성우 서울 명일여고 교사

지난 9월 7일 교육청으로부터 공문 하나를 접수했다.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을 위해 교복 현황을 제출하란다. A4 11장 분량이다. 게다가 10일까지 제출하란다. 주말에 출근하란 얘기인가.

재미있는(?) 것은 9월 초에만 벌써 3번째라는 것이다. 5일 학교정보공시에 교복 현황을 입력했다. 6일에는 당일 15시까지 국회의원의 요구로 편한 교복 도입 실태 현황을 제출하라는 공문이 왔다. 시간이 급했는지 내가 수업에 들어간 사이 담당 부장이 작성하여 제출했다. 그런데 7일에 또 교복 현황 제출 공문이 온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미 3월에 ‘2018학년도 교복 학교주관구매 추진 현황(3차)’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때마침 당일(7일) 교육청 출장이 있었다. 담당과에 찾아가서 항의했다. 우리학교는 제출하지 않겠다고도 얘기했다. 10일 월요일, 학교에 출근해 담당 부장과 교감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14일) 서울시교육청 담당 주무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료를 언제 제출할 거냐고 묻는다. 금요일에 담당과에 가서 얘기했다고 하니 자신은 다른 센터에 나와 있어 모른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얘기했다. 그래도 제출하란다.

“헉. 이건 뭐지?”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교육청이 학교의 교육을 지원해야 하는지, 학교가 교육청의 행정을 지원해야 하는지. 그랬더니 협조란다. 그래서 나는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공문을 보내면 협조하겠냐고 되묻는다.

“기가 찬다.”

수업에 들어가야 하고, 17일 월요일에 또 교육청 출장이 있으니 가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수업에 갔다가 온 후, 올해 교육청에서 온 교복 관련 공문을 모두 출력했다. 학교에서 기안한 것까지 하니 현재까지 교복 관련 공문만 30개가 넘었다. 월요일 담당 과장에게 주려 한다. 주면서 한 마디 할까 생각 중이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

어떻게 하면 협조할 수 있냐고?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으니 일러준다.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라. 가만히 앉아서 학교로 공문 뿌리고 제출받은 자료 모을 생각만 하지 말아라. 게다가 거의 비슷한 자료 계속 제출하라고? 정보공시에도 일부 있다. 이미 제출한 자료도 있다. 교육청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 언제든 적극 협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