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기 남북교사통일연구회 회장, 서울 마장중 교감

2019년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이다. 장벽 붕괴 후 채 1년이 되지 않은 1990년 10월 3일, 동서로 갈라졌던 독일은 다시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독일은 여전히 통일과정을 성찰하고 있다. 20년간 화해 협력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흡수통일 후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남북이 새로운 전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남북관계 전환기’를 맞아 에듀인뉴스에서는 ‘통일교육 변화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학교통일교육, 탈북청소년 교육, 남북교육 교류협력, 독일 전환기 교육 통합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등을 알아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조정기 서울 마장중 교장, 남북교사통일연구회 회장
조정기 남북교사통일연구회 회장, 서울 마장중 교감

■ 남북관계 전환기 학교통일교육 실태

민족 분단 70년이 지나면서 분단 이후 세대가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수동적 통일교육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까? 통일 환경의 대외 여건에 따라 통일에 대한 관심과 무관심이 교차하는 상황이 계속돼야 할까?

학교 현장의 통일교육은 교사와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대체로 교과서 중심의 영상이나 주입식 강의로 진행하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은 통일이나 북한 등에 무관심하다가도 남북한 간 긴장관계가 조성되거나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 혹은 긴장관계가 해소되고 화해무드가 조성될 때 일시적으로 관심을 갖고 통일의 필요성이나 통일 시기 등을 질문한다. 지도교사 역시 통일교육에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지속적, 체계적으로 하기 보다는 대외적 환경, 특정 상황, 분위기 등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다.

최근 상황을 놓고 보면 남·북미 간 긴장 완화로 화해 분위기가 꽃을 피우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통일교육의 일대 전환기를 맞이한 셈이다. 이러한 긍정적 대외 상황과 맞물려 학교통일교육 전반에 새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므로 학교통일교육의 실태가 어떠한지 먼저 파악하고자 한다.

통일부 2017년 실태조사..."북한은 힘 합쳐야 하는 대상,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대상"

통일부가 지난 2017년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생각으로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대상’이라는 응답이 42.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대상’ 40.0%,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대상’ 11.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62.6%, ‘대체로 필요하다’ 33.9%, ‘불필요하다’ 16.1%로 집계됐다.

학교에서 통일교육은 어떻게 받고 있으며 교사들은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라 생각할까? 복수응답 형식으로 진행한 같은 자료를 보면 학교에서 받은 통일교육 형태에 대해 ‘동영상 시청 교육’이 62.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교사의 강의, 설명식 교육’ 57.0%, ‘외부 북한 관련 강사 초빙교육’ 19.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통일교육 자료의 개발/보급’ 59.4%, ‘교사의 전문성 향상/통일교육 의지’ 37.3%, ‘학생 및 학부모들의 의식’ 29.3% 등의 순으로 응답되었다.

전체적으로 학교통일교육의 실태조사 결과는 이전 조사에 비해 남북한의 현재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 왜 평화통일교육인가?

전환기 학교통일교육의 새 패러다임으로 평화통일교육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기고문에서 제시하는 평화통일교육 개념은 사실 아직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일반적, 학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기고자 본인의 자의적인 개념임을 밝힌다. 평화통일교육은 미래지향적인 통일교육, 평화지향적인 통일교육, 통일지향적인 통일교육, 평화를 추구하고 통일을 추구하는 교육이라는 의미라고 말하고 싶다.

학자들 간에 학문적으로 제시하는 평화교육의 개념이나 통일교육 개념과 상관성은 높으나 평화교육, 통일교육 개념 그 자체는 아니며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의 절충된 개념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다만 평화교육이나 통일교육의 개념을 포함하는 포괄적, 상위적 개념으로 기고자는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통일교육은 문민정부 때 사용되어 2014년 시행된 통일교육지원법을 통해 법제화된 용어이며 현재까지 사용되는 공식 명칭이다. 현행 통일교육은 그동안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정권 차원에서는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평화통일교육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하여 왔으며 통일을 안보의 상위개념으로 치중하여 왔다. 그러나 실용정부, 박근혜 정부 들어 안보가 통일의 상위 개념으로 회귀하면서 통일안보교육으로 방향을 선회하였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통일교육 용어 자체를 평화통일교육 개념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정권따라 통일교육 개념 달라...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 키워"

동일한 명칭이지만 정권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에 대해 지도교사나 학생 뿐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통일교육의 개념과 용어 사용의 차이, 방향의 불확실성 등에 대하여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특정 정권 차원에서 통일교육 개념과 대북 환경이 달라지는 상황은 오히려 통일의 무관심과 냉대를 키우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 정부의 경우 남북관계의 일대 전환기 상황에서 미래지향적인 평화통일을 지향하고자 새 패러다임으로서 평화통일교육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인 지원법 테두리 내에서는 통일교육이라는 명칭이 아직 사용되고 있어 먼저 이를 평화통일교육으로 수정, 법제화하여야 한다. 통일 환경의 시대적 변화에 적합한 새 패러다임으로서 평화통일교육의 개념과 원칙, 방향을 상세하게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 평화친화적인 통일환경의 구축

그동안 통일교육지원법과 통일부 통일교육지침서에 따르면, 통일교육은 자유민주주의 신념과 민족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통일관, 건전한 안보관, 올바른 북한관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는 통일교육의 콘텐츠 구성에 속할 뿐 목표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 남북관계 전환기를 맞아 이를 평화통일의 실현과 평화 의식의 함양 그리고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이 결합된 평화통일교육의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평화통일교육을 한국적 현실에 부합하는 실현 가능한 목표로 재진술하고 그 개념과 원칙, 방향,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점은 평화친화적인 통일 환경의 구축이다. 목표나 방향 설정은 남한과 북한 및 국내외적인 정세 변화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지속하도록 제시해야 한다.

"평화통일교육, 평화친화적 통일환경 구성 필수"

앞의 설문에서도 보았듯이 평화통일의 인식이나 필요성, 평화의식 함양은 정부 차원에서 교육과정과 창체활동 시간을 활용하고 지원활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평화통일 마인드를 가진 지도교사가 열정적으로 교수활동에 임할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내외적으로 평화친화적 통일환경이 구축될 때 평화통일 인식은 크게 확대되며 일관성 있게 유지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불가역적, 범사회적인 평화통일환경의 구축

남북관계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완전한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은 요원하다. 평화통일교육은 우리 사회의 보수나 진보의 이분법적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분단 현실을 고려해 안보를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보수진영 논리도 존재하며 이러한 논리도 소중하게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통일교육의 방향은 기존 안보적 사고에 머무르지 않고 평화를 지향하는 평화교육으로 승화해 나아가야 한다. 이때 안보의 소중함을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국가안보에 관한 논의가 평화통일교육 내용에 당연히 포함하여야 한다. 평화와 안보는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평화가 안보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개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분단 현실 고려한 목표 설정...보수, 진보 망라한 평화지향적 의식 전환 필요"

평화통일교육은 분단사회인 현실을 고려해 실현가능한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분단구조가 가져오는 안보 위주의 사고를 극복하고, 남북 간 혹은 남한 사회 내에 다양한 의견을 지닌 집단 사이에서 평화통일교육이 실현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비난과 비판, 적대감을 줄이면서, 평화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평화통일적 기초를 쌓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나아가 불가역적 평화통일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보수, 진보를 망라한 범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평화지향적으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평화교육은 평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현재와 같이 남북 화해와 비핵화가 진전되거나 혹은 분단적 상황이 이어지더라도 평화교육의 기본 바탕은 평화능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견지되어야 한다.

"평화통일교육, 평화지향적 대외 상황 뒷받침 돼야"

평화통일교육이 이상적인 이념형으로만 제시된다면 현실에서는 분명 한계가 나타날 것이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혹은 남북 간의 긴장관계가 다시 조성될 경우 평화 동력은 상실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허한 외침이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지지가 없는 남한만의 일방적 주장은 남한 내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평화통일교육이 실현가능한 목표와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지속하고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평화지향적 대외 상황이 현실에서 함께 맞물려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미 간 긴장 완화와 화해와 협력이 지속해서 전개되는 현재, 평화통일교육의 필요성은 다시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협상과정에서 나타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북한의 국제사회로의 편입, 북미수교 등으로 이어지는 화해와 협력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지향적 상황이 구체화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평화통일교육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 우리 사회에 평화통일을 앞당기길 바란다. 또한 교실 수업현장에서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사실상의 평화가 논의되는 평화통일교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조정기(2012),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대통령 3.4분기 정책보고서 발제 요약 

조정기(2010), 한반도 정세변화와 평화통일교육의 재설정, 지속가능발전교육 콜로퀴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p. 3.

조정기(2014), 새 패러다임으로서 학교통일교육의 방향 및 내용의 재설정, 한독통일역사교육포럼, 베를린, p. 2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