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우리 교육은 여전히 입시중심 교육에 머물러 있고, 과도한 성적 경쟁을 하고 있다.…입시·경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에 맞게 공부할 수 있도록 새 교육과정 현장 안착을 지원하고...문·예·체 교육을 활성화하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학교를 혁신하겠다.”

유은혜(사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모두 발언의 일부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교육계에서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어이없다’ ‘정말 현장을 모르는구나’였다.

“공허한, 허울 좋은 말을 대체 얼마나 우려먹으려는 거냐” “뭐가 문제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십년 아니 이십년 전에 작성한 듯한 원고를 읽는 것 같다”라는 반응은, 후보자 스스로 또는 여당 주장대로 그래도 ‘전문가’이길 바랐던 실낱같은 희망마저 지니기 어려움을 보여줬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3시간에 걸쳐 이어진 청문회에서도 ‘기대’의 불씨는 살아나지 않았다. 이날 유 후보자는 각종 의혹 가운데 딸의 위장전입에 대해서만 공개 사과했다.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단순 실수’거나 ‘잘 몰라서’ ‘고의가 아니었다’며 피해 갔다. 아니 오히려 “제가 첫 여성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여서 (야당과 언론의) 타깃이 된 게 아닌가 싶다”며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역 의원 ‘불패 신화’를 깨겠다던 야당은 호언과는 달리 결정적 한방을 날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여당 의원들의 유 후보자 엄호가 인상적이었다. 후보자 남편 회사 매출 축소신고 의혹에 대한 초반 야당 공세에는 회계사 출신 박찬대 의원이 ‘대리 방어’를 하는 장면도 수차례 연출됐고, 위장전입 사과도 박경미 의원이 먼저 판을 깔았다.

이찬열 위원장은 “너무 과보호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으며,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여당의 스마트한 의원들이 유 후보자를 잘 방어해 줘 부럽다. 대리대답 말고 자신이 대답하라”고 비꼬기도 했다.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해 자녀 양육에 대한 국민 부담을 덜겠다”는 모두 발언을 포함한 정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는 구체성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희경 의원과 김현아 의원은 “장관을, 사회부총리를 하시겠다는 분이 비전 하나 내놓지 못 한다”고 질타했다.

교육계와 학부모를 가장 절망하게 한 것은 무엇보다 차기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유 후보자의 대답이었다. 유 후보자는 “역대 교육부장관 평균 임기가 1년 2개월이었다”고 했다. ‘1년짜리 장관’이 당연(?)하다는 속내가 은연중에 드러난 셈이다.

유 후보자는 “지난 1년 동안 교육 문제에 관한 여러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1년이면 교육을 얼마든지 망가뜨릴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충분히 경험했으니 말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년짜리 장관 지적은 뼈아프다”고 했지만, 유은혜 후보자의 이날 청문회 발언을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되는 것이 더 뼈아프다. “내가 교육부장관이 되면 아무것도 않겠다. 단, 인기에 도움이 되는 세금 쓰는 일은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