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섭 전남대 윤리교육과 교수

2019년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이다. 장벽 붕괴 후 채 1년이 되지 않은 1990년 10월 3일, 동서로 갈라졌던 독일은 다시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독일은 여전히 통일과정을 성찰하고 있다. 20년간 화해 협력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흡수통일 후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남북이 새로운 전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남북관계 전환기’를 맞아 에듀인뉴스에서는 ‘통일교육 변화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학교통일교육, 탈북청소년 교육, 남북교육 교류협력, 독일 전환기 교육 통합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등을 알아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강구섭 전남대 교수

Ⅰ. 들어가는 말

한반도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세기적 사건들을 대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대결과 반목을 벗어나 새로운 평화 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를 모두가 염원하고 있다. 한반도 밖에는 이미 오래 전에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여전히 진행 중인 냉전을 이제는 종결짓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남북 관계의 현 상황은 사회 소수자로서 북한이탈주민, 탈북청소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긴 평화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 종착점은 남북한 주민이 어우러져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가게 될 미래 한반도의 모습을 지금의 상황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Ⅱ. 탈북청소년 현황...중국 출생 탈북 청소년 증가 

2017년 6월 기준 2764명의 탈북청소년이 남한에서 학업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2538명의 탈북청소년은 초·중·고교에 재학하고 있고 8% 가량에 해당하는 226명은 학교 밖 대안교육시설에 다니고 있다. 주목할 것은 2010년 이후부터 제3국에서 출생해 남한에 입국, 생활하고 있는 탈북청소년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출생 탈북청소년의 입국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중국출생 탈북청소년의 입국 규모는 계속 증가해 2010년대 중반부터 이미 중국출생 탈북청소년이 전체 탈북청소년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에 재학하고 있는 전체 640여만명(2017년 기준) 가운데 탈북청소년이 차지하는 규모는 0.3% 가량으로 매우 미미하다. 그렇지만 1만1613개에 달하는 전체 초·중고교의 10% 가량에 해당하는 1163개 학교(2017년 탈북학생 통계 기준)에 탈북청소년이 재학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탈북청소년의 양적 규모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전체의 10% 가량에 해당하는 초·중고교의 일반 학생들이 탈북청소년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탈북청소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학교의 구성원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 제3국 등 자신이 태어나서 생활하던 곳을 떠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적지 않은 탈북청소년들이 탈북 전후 과정에서 겪은 학습결손, 심리·정서적 상처, 남북한 사회 차이로 인한 사회문화적 충격 등으로 인해 남한에서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생계, 경제 문제 이 외의 다양한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남한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사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청소년의 특성 또한 다양해지고 있고, 남한 입국 후 큰 어려움 없이 남한 사회와 학교에서 생활하는 탈북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탈북청소년의 사회 및 학교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학교 안팎의 체계적인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탈북청소년의 학업중단율이 크게 개선되는 등 이전에 비해 탈북청소년의 적응 양상이 개선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다수의 탈북청소년들은 사회 및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남과 북이 긴 갈등과 대결 국면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탈북청소년의 남한 사회 적응 문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 및 학교의 통일 역량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신배경 알리지 않겠다’ 60% 의미 새겨야...21세기 한반도 교육 관점서 접근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Ⅲ. 남북관계 전환기 시대 탈북청소년 교육의 과제 

남북관계 대전환기에 탈북청소년 교육, 통일교육 측면에서 다뤄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시급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는 탈북청소년이 원만히 생활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남한사회를 지배했고, 지금도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북한 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남남갈등이 현존하는 남한 사회에서 탈북청소년들은 출신배경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감춘 채 살아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규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탈북학생의 60% 가량은 자신의 출신 배경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18% 가량만 자신의 출신배경을 알리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자신의 출신배경이 알려질 경우 차별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있었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적대적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일부 탈북학생들은 주변의 일반 학생들로 부터 폭력을 당하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사건에 강한 분노감을 느끼던 일반 학생의 일부가 북한과 북한이탈주민, 탈북청소년을 동일시하고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그들에게 분출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그대로 투영된 북한이탈주민, 탈북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팽배한 남한 사회에서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남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그래서 전혀 새롭지 않은 우리 사회의 냉전의식을 새삼 돌아보는 이유는 이제는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시대를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앞의 세대에게는 그것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세대는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오랜 기간 지속된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양측이 노력하고 있는 지금, 이제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탈북청소년, 북한이탈주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토대위에 탈북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그들을 비극적인 분단 상황에서 가슴 아픈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 그래서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로 생각하며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반도 북쪽에 있는, 언젠가는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북한청소년과 북한주민들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Ⅳ. 결론

남북관계 전환기 시대 탈북청소년 교육의 과제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로서 탈북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것을 넘어, 21세기 한반도의 교육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탈북청소년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주요한 구성원인 타문화 배경 청소년, 전체 사회의 적극적 관심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 청소년 등 다양한 상황의 청소년들이 사회의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평화의 다리를 건너 남과 북을 비롯해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