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표 전 동신대학교 교수, 전 한국통일교육학회장

 

2019년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이다. 장벽 붕괴 후 채 1년이 되지 않은 1990년 10월 3일, 동서로 갈라졌던 독일은 다시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독일은 여전히 통일과정을 성찰하고 있다. 20년간 화해 협력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흡수통일 후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새로운 전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남북관계 전환기’를 맞아 에듀인뉴스에서는 ‘통일교육 변화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남북관계 전환기 학교통일교육, 탈북청소년 교육, 남북교육 교류협력, 독일 전환기 교육 통합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등을 알아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최영표 전 동신대 교수, 전 한국통일교육학회장
최영표 전 동신대 교수, 전 한국통일교육학회장

남북관계가 전환기로 접어들었다. 70년간 지속한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내고 한반도를 평화의 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열기가 충만하다. 이번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우리 기업인들에게 평양 시내 소학교와 교원대학을 방문하도록 하여 교육 분야도 향후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주요 대상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의 요청에 부응하여 교육부문은 어떠한 교류협력 사업을 대상으로 삼아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러한 과제를 추출하기 위해선 먼저 남북의 교육현실은 어떠한 상황인가, 북한의 교육은 남북 공존의 시기에 경제개발의 방향으로 선회하게 될 때 어떠한 요청을 받게 될 것인가 하는 사항을 심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중국 사회통합의 실제를 검토하면서 남북 교육 교류·협력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념과 체제 달라...자유민주주의 인간 vs 주체사상 인간 양성

교육은 사회제도의 일종이라는 속성을 띠고 있어 특정사회가 요청하는 인재를 양성하여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는 당해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한편으로 미래 사회가 요청하는 자질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여 공급한다. 이러한 맥락으로 남한의 교육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과 체제에 맞는 인간을, 북한의 교육은 주체사상의 이념과 체제가 추구하는 인간을 양성한다. 이처럼 남북의 이념과 체제가 달라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인간을 길러낸다. 따라서 사회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남과 북의 교육현실은 민족공통체 형성이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데 있어 많은 갈등요소를 안고 있다.

북한, 국제표준 중시한 교육개혁 실시

북한의 교육 현실은 남북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볼 때 부정적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다. 북한의 교육제도는 정교일치의 특성을 띠고 있어 교육이 정치에 예속되어 있다. 노동당의 교육방침을 우선하여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교육 관련기관에 당지부와 서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사회주의 규범에 따라 집단주의를 숭상하고 정치사상교육을 철저히 중시하는 점 등이 부정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서 수행된 교육개혁은 국제표준을 중시해 보통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긍정적인 면도 함께 지니고 있다. 예컨대, 2012년에 초등교육을 5년제 소학교로 1년 연장하였으며, 중등교육단계에서 6년제 고등중학을 3년제 초급중학교와 3년제 고급중학교로 분리 개편하여 청소년 전기와 중기를 구분하였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과 수교하고 소학교 1학년부터 보편적으로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일찍부터 낙후된 경제를 단번도약 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엘리트 학생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도 취했다. 이러한 사항들은 국제 조류를 중시하는 특성을 띠고 있어 남북사회통합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북한의 현 교육체제...“시장경제 도입 시 직업인재 양성할 수 없어”

오늘의 남북관계 전환기적 상황에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 협조하여 체제 안전 보장을 받은 바탕 위에서 경제개발의 방향으로 선회하여 낙후된 경제를 발전해 나가겠다는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경제 개발을 추진하게 될까?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를 견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중국식이 될 것인지 베트남식이 될 것인지 또는 제3의 모델을 취하게 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북한은 현실적으로 정권 유지의 부담 때문에 사회를 과감하게 개혁개방 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어려움을 지녀왔다. 사회체제 유지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하여 과감하게 사회를 개혁개방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경제는 활성화되어 성장을 하게 될 것이지만 정권을 유지하는 데 있어 어려움에 직면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안고 북한은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 바탕위에서 과감하게 경제 개발의 새로운 길로 나아가겠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개발의 길로 접어들게 되면 북한의 교육체제는 시장과 기업이 요청하는 직업인재를 양성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인데 현존 교육체제로서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경제개발 관련 대학과 학과를 신설하여 전통적인 계획경제 전문가 양성에서 경제개발 전문가 양성으로 전환하고 있으나 수요 대비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중국, 시장경제체제 도입 이후 본격 교육개혁 추진

중국의 경우를 보면 공식적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전 시기를 상품경제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기 학교는 기업이 요청하는 직업인재를 충분히 길러내는 체제를 마련하지 못하여 임시 과도기적 조치에 의존하였다. 일부 대학에 위탁양성제, 유상양성제 등을 두어 대응하였으며 향후 이를 발전시켜 자비생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개설하였다. 4대 현대화를 내걸고 개혁을 추진한 초창기에 경영학, 회계학, 재정학 등의 인재가 소요되었으나 공식적으로 시장경제를 접목하기 이전의 계획경제체제에서는 고등교육기관이 이들 인재를 길러내는 체제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1992년 공식적으로 사회주의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 교육개혁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 기존의 고등교육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다양한 조치가 추진되었다. 시장경제에 부응하는 종합대학체제로의 통합·개편, 직업기술계 중·고등교육기관의 대폭 신설 및 개편 등의 개혁이 연이어 추진되었다.

앞서 논의한 북한의 실정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 전환기에 북한의 교육체제가 개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제개발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새로운 인력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게 될 시기에 본격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전환기, 북한교육 현실 이해 선행돼야

이러한 제반 상황을 감안할 때 전환기 초반 우리 교육은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하면서 북한교육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이해해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장래 경제개발에 따라 요청되는 직업인재 양성에 적극 참여하여 북한의 경제성장에 직접 기여하는 과업을 수행하는데 중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남북교육사회 간의 다각적인 교류를 통하여 이해를 증진시켜 나가면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0년대 초반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이하였을 때 사회문화 교류를 추진하였으나 친선 방문 수준에 머물러 큰 실적을 거두지 못하였다. 준비도 부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부도 효율적으로 지원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사회문화부문을 중심으로 삼으며, 효율적인 체제를 갖추어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교류협력사업은 남북의 지역교육기관 간, 집단 간 자매결연 추진 및 상호 방문, 청소년 교류를 중심으로 삼고 각종 문화·체육 행사 부문과 북한 어린이 건강 증진 등의 사업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 부문과 대상은 사회문화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탈이념적이어서 갈등을 유발한 가능성이 낮고 상호간에 공감대 형성이 쉽기 때문이다.

“교육시설 및 기자재 지원 적극적으로 임해야”

이어 전환기 초반 협력사업으로서 교육시설 및 기자재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오랫동안 경제난으로 교육투자를 하지 못하여 교육시설과 기자재가 매우 낙후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시 우리 기업 경제인들이 평양 시내 최근 현대화 공사를 마친 소학교와 교원대학을 방문하도록 배치하였는데 이들 학교는 소위 ‘본보기 학교’로서 시설 설비 수준이 우수하나 여타 학교들은 대부분 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년 1월 이들 학교를 시찰하고 “각 도에서 이곳을 본보기로 하여 잘 꾸려야 한다”고 하였다는 것이 이러한 실정을 잘 말해준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기업 대표들을 방문하도록 하여 향후 현대적인 교육시설과 기자재를 지원받을 의향을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교육분야 협력사업으로 북한의 교육시설과 설비부문의 낙후성을 해결하는 지원사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분야의 이러한 협력사업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기에 추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어서 어려움도 적다.

정부주도?...학교, 민간교육조직 등 다양한 집단 참여해야

방법적인 차원에서는 정부기관, 학교, 민간교육조직 등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되 전문성을 지닌 조직의 컨설팅과 지원을 받으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칭 ‘남북교육교류협력 추진팀’을 중앙과 지방에 각각 조직하여 전문성을 갖추고 교류협력에 대한 자문을 하면서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예컨대 남북의 행정단위별 남한의 광역, 기초지자체와 북한의 상응하는 지방단체 간에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때 이 조직이 적절한 자매결연학교나 기관을 알선하고 추진 가능한 사업도 컨설팅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별학교나 단체가 북한교육에 대한 정보나 자료가 미흡하여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서다. 현재 일부 지방교육청은 이미 관련 조직을 결성하고 지원법규도 마련하여 적극 지원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 광역·기초지자체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설치하여 북한의 상응 단체와 결연하고 교류협력사업을 전개한 경험이 있다. 일반지자체와 교육지자체 간 협조체제를 구축한 바탕 위에서 지역단위별로 상호 연계하여 추진한다면 지역단위별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며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과거 남북고등교육기관 간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하였으나 남북관계가 순조롭지 못하여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던 경험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처럼 일관성 있게 지원체제를 마련한 후 교류협력을 추진하게 된다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청소년의 통일의식이 보수적으로 변하여 6070세대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이 각종 교류협력사업을 통하여 참여하게 된다면 북한사회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통일의식 함양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어 통일후속세대를 길러내는데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 경제개발?...“시장경제가 요청하는 질 높은 인재 개발 지원해야”

둘째, 북한의 경제개발 사업에 소요되는 인력 양성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남북 간의 협력사업은 비정치적이고 탈이념적 부문부터 추진될 것이어서 교육부문에서는 북한의 경제개발에 소요되는 직업인력 양성사업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개혁개방을 추진하지 않아 시장경제가 요청하는 질 높은 개발인재를 길러내는 데 한계가 많아 경제개발의 성과를 거두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도 시장경제 도입 후 경제개발에 필요한 직업인재 양성체제가 미흡하여 양안간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대응하고 있다. 시장경제를 접목하였으나 산업사회가 요청하는 질 높은 인재를 길러내는 체제를 갖추지 못하여 어려움이 많았다. 초창기에는 앞서 언급한 위탁양성, 유상양성 방식으로 대응하다가 공식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한 후 교육개혁을 추진하여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였다.

또한 대만의 우수한 직업교육체제와 다각적으로 연계하는 노력을 기울여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복건성과 대만이 상호 연계하여 시범적으로 직업인재 양성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구체적 프로그램으로는 공동학위(학과)과정 개설, 특정 전공 영역별로 ‘2+1’ 또는 ‘3+1’ 형태의 협력프로그램 개설, 양안 직업교육기관과 대학 그리고 산업체가 상호 연계하여 공동으로 전공과정을 개설하는 형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수한 직업인재를 길러내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이들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양안정부는 학점교류, 공동학위제 등의 제도도 마련하였다.

"북한의 인재양성 요청 올 것, 미리 미리 대비해야"

위 사례를 거울삼아 북한의 경제개발 단계별로 소요되는 직업인재를 길러내는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북한당국과 협의하여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 직업교육훈련기관, 연구기관 그리고 기업의 인재양성프로그램 등 관련 기관들이 상호 연계하여 적절한 협력프로그램 모델을 찾아 북한의 시장이 요청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학점교류, 공동학위 조치 등 법적 기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도 북한당국이 직업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유네스코를 통하여 우리 정부당국에 상당액의 경비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 북한의 경제개발이 본격화하면 이러한 요청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