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 교육계 소외 아쉬워...北 수학여행 추진 등은 성급
평양선언, 교육계 소외 아쉬워...北 수학여행 추진 등은 성급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8.09.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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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그가 그리는 미래‧통일교육
사진=지준호 기자
 애니메이션 발달한 북한과 4차 산업혁명 등 미래교육 청사진 함께 그려야 한다고 말하는 이재정 교육감. 사진=지준호 기자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이재정(74‧사진) 경기도교육감의 이력은 다채롭다. 성공회 신부에서 유치원장, 신학교 교장, 대학교수‧ 총장, 국회의원, 국민참여당 대표, 통일부 장관, 남북정상회담준비기획단 단장, 노무현재단 이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경기도교육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책을 맡아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준비기획단 단장을 맡아 회담을 주도적으로 성사시킨 일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발전시킨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지난 27일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만난 이 교육감은, 백전노장(百戰老將) 경륜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정말 어렵다”고 입을 뗐다. 최근 교장 아카데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에 대한 섭섭(?)함도 느껴졌다. 남북문제를 비롯해 교육 철학과 소신, 경기교육 현안까지 막힘없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쏟아낸 그의 표정에서 민족의 미래와 교육에 대한 고민, 그리고 축적된 경륜과 지혜가 드러났다. 재선에 성공한 이재정 교육감이 펼치고 싶은 교육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시험 없는 교육 필요한 시점...자유학년제 도입 등 근본적 변화 필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나아갈 방향을 어떻게 보나.

-교육문제는 해법 찾기가 참 어렵다. 먼저 우리 교육을 병들게 한 지나친 입시경쟁, 줄 세우기 교육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시험이 없는 교육을 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자유학년제를 도입한 것처럼 교육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촛불정권은 바람직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구속되는 건 불행한 일 아닌가. 학생들이 이런 것 보면서 뭘 배우겠나. 학교에서 점수조작, 시험지 유출과 같은 일이 한 번만 일어나도 교사 불신이 초래되고,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바른 교육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지나친 경쟁교육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시민, 세계시민을 목표로 공부하고, 인생을 잘 준비해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한다. 통일교육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입개편은 아래로부터, 현장 의견 존중해야...교육자치, 학교민주주의로 완성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논란이 컸다. 지난 20일 교육감협의회가 대입제도개선단을 출범시키고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월권 아닌가. 또 교육감 권한만 강해지고 학교자율은 교문 밖에서 멈춰서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기본적인 방향은 교육자치로 가고 있다고 본다. 제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재임 시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만들었다. 그 때 내린 결론은 결국 교육자치는 학교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육감 권한 84개를 정해 학교로 넘겨주는 것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세세하게 칸막이가 되어 학교자율권을 제약하고 있던 학교운영비를 지금은 총액 개념으로 학교에 보낸다.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우선순위를 정해 쓰는 것으로 책임경영을 하라는 것이다. 대입제도개편 논란도 마찬가지다. 밑에서부터 논의가 이루어지고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가 안 되면 결국 살아 있는 교육이 어렵다. 미국, 유럽의 경우 소수 아이비리그 같은 건 있지만, 나머지 대학들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교수 역량 따라 과별 차이는 있지만 대학 수준은 비슷하다. 우리는 대학 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격차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대입제도 논란은 결국 주요 대학 몇 개를 놓고 벌어지는 것 아닌가. 밑으로부터의 의견을 반영하고, 초중고 의견이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 몇 몇 대학 때문에 대입제도가 좌지우지되는 건 옳지 않다.

 교육감 권한을 이양하고 학교 자율성을 살리기 위해 경기교육청은 학교운영비 칸막이를 없앴다. 사진=지준호 기자 

결국은 사람, 미래교육 투자 필요...지방교육재정교부금 25.27%까지 올려야

▲학교운영비 어려움 등으로 ‘찜통교실’ 이야기가 아직도 나온다. 교육재정 확충 전망은 어떤가.

-학교재정 어려움이 많다. 내국세 총액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25.27%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주장하는 이유다. 교육투자, 사람에 대한 투자가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학생 수 줄고 있는데 왜 예산을 자꾸 늘리느냐고 말하는데 옳지 않다.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학교건물이 제일 낙후됐다는 지적, 특히 재래식 화장실이 많아 경기도교육청은 작년까지 다 수세식으로 고쳤다. 학생들의 4계절 수업권 보장, 미세먼지 대책 등을 위해 체육관 없는 학교가 600개 정도인데 4년 내 모든 학교에 체육관을 다 짓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체육관 짓는 걸로 해결 안 된다. 발생요인을 줄여야 한다. 가령 학교 주변 미세먼지 발생시키는 공장시설을 막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선생님들도 자동차 타지 말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공터에는 나무를 심고 교실 청소도 열심히 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 노력들이 다 교육 아니겠나.

2개의 상임위, 초선의원 78%...경직성 예산 많은 교육청, 도의원 협조 필요

▲지난 임기 때와 환경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도의회 교육위가 2개 상임위로 바뀌었고 민주당 체제다. 정책 실현과 협조가 수월해 졌을 것 같은데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

-도청은 세금을 걷는 기관으로 의회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교육청은 대부분 법에 의해 나눠주는 돈을 쓴다. 90%가 넘는 예산이 경직성으로 교육자치 특성에 맞는 정책추진 예산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도의원이 교육을 위해 도와 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본다. 제10대 경기도의회 교육위가 2개 상임위로 분화된 것은 경기혁신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본다. 경기교육정책에 대한 도의회의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제10대 의회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초선의원 비율이 총 142명 중 109명으로 78%로 획기적으로 높아진 점이다. 초선의원들이 교육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고, 도교육청도 상시·지속적 소통과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전국 최초 ‘통일시민’ 교과서 개발...언어 차이 극복 등 통일교육 조심스럽고 단계적 접근해야

▲노무현 대통령 당시 통일부장관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총괄했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경기도는 접경지역이기도 하고, 교원단체들은 남북교육교류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 반면 학교 통일교육은 사안별 계기교육 등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통일교육감’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남북관계 전환기 통일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남북관계가 획기적이고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남북관계는 지난 4·27 남북공동선언 내용에 국한된 상황이다.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양선언에 좀 더 확대됐으면 했는데 교육은 의제로 들어 있지 못하다. 교육은 좀 소외된 느낌이다. 청와대 원로자문회의에서 청소년층이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선견지명은 아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평화시대를 여는 통일시민’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개발해 보급하고 학교 내 통일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학생이 스스로 계획하고 체험하는 통일교육이 전개되도록 접경지역을 ‘평화통일혁신교육특성화지구’로 지정해 ‘화해와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할 계획이다.

남북한 학제와 관련 미래에 어떻게 통합할지, 교과의 운영을 어떻게 협력적으로 할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래교육을 어떻게 할지 등에 관해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예를 들어 북한은 애니메이션이 매우 발달해 있다. 제2차 북미회담이 잘 진행되고 종전선언과 북한 핵 폐기가 스케줄대로 진행된다면 학생오케스트라 교류, 공동 백일장 등 낮은 단계 교류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일부서 학생 수학여행 등을 추진한다는데 이는 성급한 것이다. 5·24 조치도 해제되지 않아 금강산도 열지 못했는데 민간교류는 아직 어렵다. 왜 분단이 됐는지,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남북한 언어 차이 등 조심스럽고 단계적으로 서로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교육 아니겠나.

최근 경기교육청이 선보인 교장아카데미가 현장 반발에 부딪쳐 고민이 많다는 이재정 교육감. 사진=지준호 기자

교원 양성‧임용‧승진제 모두 ‘역량 중심’ 재검토 필요...아카데미 논란, 고민 많아

▲교장아카데미 논란이 뜨거웠다. 교감 특별승진제와 교장 아카데미를 통한 공모제 확대 계획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기본원칙은 교원 양성, 임용, 연수, 승진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 점수를 중심으로 승진하는 건 문제다. 대학교원은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 승진 개념이 있는데 초중교 교원은 그런 게 없다. 오직 7% 정도의 교감, 교장만 있다. 이걸 고쳐보자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 공모교장제가 나왔다. 논란의 중심인 내부형 평교사 공모교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번에 법령이 바뀌어 내부형 교장공모제 가운데 50%까지 평교사가 응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교장이 된 숫자는 경기도의 경우 12명이다. 여태까지 배출된 숫자를 다 합쳐도 30여명이다.

아카데미는 미래교육을 견인할 인재 양성 및 교원의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미래교육 교원리더십아카데미’ 직무연수로 운영될 것이다. 교감과 교사를 대상으로 각각 35명을 선발해 학교 리더로서 역량을 갖춘 교원의 안정적 양성을 위해 아카데미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수자에게 공모 교장 자격을 주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며, 교장 공모제에 지원하는 것은 개인 자율적 의사다. 아카데미는 공모교장의 전문성 검증을 위해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다. 인력풀을 확보하는 방안인 셈이다. ‘교감특별승진제’는 교사 중에서 공모를 통해 교감 임용을 하는 방안으로 현재 연구 및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다. 아카데미 논란 잘 알고 있다.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 점은 교감, 교장도 이제는 역량 중심 승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학기당 1천명 교사에 6개월 자율연구년 기회 줄 것

▲20년 이상 경력 교사를 대상으로 6개월 간 연구년을 제공, 재충전 시간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는 지 궁금하다.

-현재 20년 이상 교사는 2만여명이며, 학기당 1000명씩 연 2000명에게 6개월의 자율연구년의 기회를 드리고자 준비하고 있다. 교사 자율연구년제 조기 도입을 위한 ‘자율연구년제 TF팀’을 구성해 정책시행 방안을 연구 중이다. 현장 교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세워지면 설명회 등을 통해 현장에 안내할 예정이다.

교권, 법과 제도로 지키기 어려워...교원치유센터 교육감직속기구 확대 개편

▲최근 시험지 유출 등으로 교사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또 교권 침해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교사 신뢰 하락, 교권 추락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교원 사기진작을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 중인 게 있는 지.

-요즘 아이들은 교사가 야단치면 대들고 부모는 항의하거나 교사를 나무란다. 교권 문제는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많다. 학교폭력이 발생해 아이들은 화해해도 부모는 화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법정까지도 간다. 갈수록 교육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든다. 학교별 자체적 규약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법과 제도로 만으로 교권보호와 학교폭력 등에 관한 대책은 안 된다. 학교폭력 가해자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적 접근, 교육적 원칙이 최우선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권 보호를 위해 ‘교원치유지원센터’를 교육감 직속 전담 기구로 확대․개편하고, 교직원심리상담 수요에 대한 전문적 지원 위해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의 ‘교직원상담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몽실학교 시발점으로 학교 밖도 ‘공평한’ 경기교육 실현

▲지난 임기 '학교 밖 청소년'에 집중했다. 20일 몽실학교가 2주년을 맞았는데, 학교내-학교밖 사업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청소년 교육 목표는 무엇인가.

-학교 안과 밖 청소년 모두에게 공평한 교육을 실현하자는 것이 몽실학교다. 몽실학교에 정기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청소년의 92%가 공교육 학생이고 8%가 대안학교,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원래 학교 밖 청소년은 교육청이 관리 대상이 아니라 지자체가 관리대상이지만 몽실 학교를 시발점으로 그런 구분을 없애고 학교 밖 청소년이라도 얼마든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교육 시설과 시스템을 접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경기교육’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경기 혁신교육 완성 목표...학교민주주의 학교자치 안정화 지속 추진

▲재임 임기 동안 가장 주력해서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 무엇인가.

-경기 혁신교육을 완성시키고 싶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학생 주도의 현장 교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혁신교육 3.0, 혁신교육지구 확대, 학교민주주의와 학교자치,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미래교육, 통일교육의 내실화 등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학생중심 학교문화, 교사가 편안한 교육환경 마련 위해 노력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학교문화가 학생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장이 살아야 한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좀 편안하게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행정실과 교무실 문제 등 학교를 어떻게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고 풀어나갈 계획이다. 교육은 이제 과거와 달리 경쟁 아닌 협력과 협동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학생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지 폭넓게 진로를 고민하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미래교육, 통일교육, 학교민주주의와 학교자치라는 중요한 과제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교육에 대한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교육, 교육다운 교육으로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할 것이다. 혁신교육의 완전한 모습을 잘 만들어 가도록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다.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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