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몇 명 안 되는 데…그 정도 승진 숨통을 열어주자는 것인데…”

이재정(사진)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27일 <에듀인뉴스>와 인터뷰에서 교장 아카데미 관련 질문에 유독 서운함을 표시했다. 이 교육감의 설명 요지는 7%도 승진하지 못하는 초‧중등 교원의 승진 문을 넓히고, 점수따기가 아닌 아카데미를 통해 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 새로운 ‘승진’ 통로를 만들어 주겠다는 진심을 현장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현장의 반발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과 18일 열린 ‘리더십 아카데미 인사정책설명회’ 분위기는 그렇게 납득하고 넘기기에는 너무 험악했다. 설명회에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교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다. 이들 대부분은 "승진 하이패스 아니냐", "현 승진제도가 문제라면 개선하고 강화하면 되지 않냐“, "승진 가산점은 다 필요해서 주는 것인데 왜 무시하나" 등등 질문을 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내부형 교장공모제(평교사 공모) 인력풀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이 교육감도 이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부형 평교사 교장공모제는 자율학교, 그것도 현재는 소규모 학교 특성에 맞는 제한적 제도다. 이를 위해 아카데미까지 만들어 양성하는 건 사실 모순이다. 이 교육감 설명대로 올해 12명, 현재까지 30여명으로 승진 '숨통'을 틔우는 수준이라면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얼마나 더 늘릴 예정이기에 아카데미까지 만드나'라는 교원들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량 강화가 목적이면 오히려 아카데미의 문을 교장임용 대기자에게 허(許)하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리더십 아카데미는 20년 이상 경력이면서 부장 5년과 담임 7년을 채운 교사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교감은 현임교 근무 1년 이상이면서 정년 잔여기간 5년 이상인 자가 대상이다. 교장 자격연수와 마찬가지로 6개월 간 집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10월 중 교사 35명 교감 35명 7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공모교장 지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의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현행법상 추진할 수도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도 현장 교원들이 의구심을 거두기에 역부족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원 양성, 임용, 승진까지 교원인사제도 전체를 손보고 싶다고 한 이 교육감의 말은 교감특별승진, 교장아카데미 등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지난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교육에 진보도 보수도 없다면서, 단일화추진연대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특정 교원단체 출신 교사들에게 '특혜성 승진'을 위한 통로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육감이 이런 지적을 피하고 그의 소신대로 교원인사제도를 개혁하고자 한다면 현장 교원들의 여론을 치밀하고 정교하게 살펴야 한다.

교육 당국은 그간 현장 교원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연구', '시범학교'로 포장하기도 하고, 충분한 공론화 없이 꼼수로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치 때문에 교원들이 교장 아카데미를 리더십 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꿔도 믿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 교육감이 강조한 점수와 역량 사이, 그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호하지만, 그의 진심이 현장에서 수용되기 위해서는 현장과 더 많은 소통,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