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칼럼니스트

최근 교육, 일자리 등 청년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회문제들이 이슈로 대두되면서, 청년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자 사회활동 참여를 높여가고 있다. 20대 정치인의 탄생은 물론, 각종 사회활동단체의 대표를 청년이 직접 맡으며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청년들이 바라는 세상을 독자에게 알리고자 ‘전지적청년시점’을 연재한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칼럼니스트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 거요?”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조선 노비 출신 미국군인 유진초이(이병헌)가 양반출신 의병 고애신(김태리)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녀가 지키겠다는 조선은 대체 무엇이고 누굴 위한 나라인지를 묻는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이 질문은 드라마 시대상황에서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물어도 날카롭다.

문재인이 구하려는 한반도에는 누가 사는 것인가. 김정은이 구하려는 북조선에는 누가 사는 것인가.

지난 70여년 간 우리가 아는 북한은 곧 김일성의 나라였고, 김정일의 나라였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세습 독재 국가였고, 온 나라가 체제유지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었다. 그랬던 북한이 김정은 정권 들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내고 있다. 그 변화는 김정은의 입보다 먼저 북한 시장과 사회의 달라진 모습에서 느껴진다. 생색내기식, 보여주기식 변화라고하기에는 농장과 장마당, 평양거리에서 전해지는 북한 시장화의 흐름이 꽤 거세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쓰여 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는 지리멸렬하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물음에 김정은이 답해야 한다. 김정은이 구하려는 북한은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 체제유지를 위해 설계된 국가일 뿐인가. 아니면 북한 주민의 행복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번영하는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인가. 그의 발끝이 어디로 향해있냐에 따라 우리와 국제사회도 그와 나란히 걸을 것인지, 그 반대로 걸을 것인지 정해질 것이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와 북한이 함께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더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특히 15만여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남한의 대통령이 평화를 이야기 했다는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다. 그동안 직접적인 북한의 민주화, 정상국가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에게도 이것은 대단한 일이다. 15만여 명 평양 시민들의 뇌리에 남한 대통령의 연설이 어떤 자극으로 남아있을지, 향후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할 수만 있다면 평양을 벗어나 북한 구석구석, 정치범 수용소를 비롯한 가장 어두운 곳까지 그의 뜨거운 말과 포옹이 더 많이 더 빠르게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화려한 날들만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여기 있었고, 두려웠으나 끝까지 싸웠다고···.

‘미스터션샤인’ 속 조선 의병들의 마지막 대사다.

문재인이 구하려는 한반도에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다 안타깝게 희생된 사람들의 어제와 그 가족들의 오늘도 있다. 가까이는 천안함 46용사, 연평해전 6용사, 지뢰도발로 다리와 발목이 절단된 두 병사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비핵화,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란 단어도 꺼내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에게 보여준 뜨거운 말과 포옹만큼이나 이들에게도 지도자 문재인의 온기가 아낌없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 고애신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TV화면 캡쳐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 고애신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TV화면 캡쳐

한반도에는 누가 살 수 있는 것인가

“신문에서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하더이다.”

‘미스터션샤인’에서 그린 대한제국은 일본의 침탈, 조선 특유의 계급사회, 개화기 등 많은 것들이 혼재된 시기이기도 했고, 모든 것이 변화하는 격동의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 ‘낭만의 시대’라 표현했다. 주인공들의 낭만은 총과 칼과 펜 끝에 있었고, 그 끝은 조선을 지키는 것과 맞닿아 있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이 격동의 시대, 낭만의 시대는 오늘날과 참 많은 것들이 닮아있다. 지난 70여 년과 다른 한반도의 대변혁기가 시작된 것만은 틀림없다.

대다수 남북한 주민들과 두 지도자, 그리고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까지도 한반도의 핑크빛 미래를 그린다. 그렇다고 말과 분위기가 이끄는 훈풍에 취해있어서는 안 된다. 온기 가득한 말의 성찬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본질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가 구하려는 한반도에는 누가 살 수 있는 것인가. 선택이 남았다. 우리의 낭만을 DMZ 이남에만 둘 것인지, 한반도 전체에 둘러싸게 할 것인지. 이 훈풍 속에 낭만적 통일도 금방 올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갈수록, 통치체제가 더 견고해질수록 우리는 ‘둘이 따로 잘 사는 방향’에 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의 평화는 누구나 바랐던 것이지만, 이 후 통일이 가져올 진통과 부담, 불확실성은 누구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먼 미래를 내다보며 통일 선진 국가를 꿈꾸고자 한다면, 대격동의 시대를 견뎌낼 우리의 각오가 먼저 필요하다. ‘미스터션샤인’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