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순의 행복교육] 동양과 서양의 행복관 대조: 오복과 웰빙
[배호순의 행복교육] 동양과 서양의 행복관 대조: 오복과 웰빙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8.10.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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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순 서울여대 명예교수

웰빙 열풍과 행복관

최근 수년 동안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웰빙(Well-being, Good Life; 좋은 삶) 열풍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대다수의 국민이 열화와 같이 건강에 집착하며 웰빙에 관심을 두고 있는 우리 사회문화의 이면에는 5천년 이상 ‘강녕’(康寧;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안녕을 추구하기)을 중시해온 우리만의 고유한 행복관이 일종의 유전자로 잠재되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일제 침략과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인하여 그 동안 유지해온 우리 전통문화와 고유한 행복관을 망각하거나 상실하였으나 이제는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향상되고 삶의 질에 관하여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 빈자리를 비교적 유사한 웰빙이라는 서구식 행복관으로 채우려는 몸부림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웰빙 열풍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이후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서구사회에 개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개인들의 평등과 자유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널리 보급되면서 새롭게 정립된 행복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도 경제적 수준이 향상되고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개인적 평등과 자유를 갈망하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웰빙 개념이 우리가 추구하던 행복과 유사한 의미로 실제 삶의 방식에 융합되었기에 나타난 사회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것은 인류가 건강 개념을 보다 폭넓고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명분이 지구촌사람들의 신념에 자리 잡게 되면서, 웰빙 논리와 자연스럽게 결부되는, 건강을 우선적으로 중시하는 웰빙 중심 행복관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의 행복관...오복(5福)과 육극(六極)

우리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일제 침략을 받고 한국전쟁을 치르고 전쟁복구와 경제개발 등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면서, 살아남기 위하여 추진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사회문화적 변화가 있었다. 그 대변화를 겪기 이전에는 고조선 시대 이래로 전래되어 온 것으로 알려진 전통적인 오복(5福)사상(오복과 육극(六極)을 포함한 개념)을 비교적 충실하게 보존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오복’이란 강녕(康寧;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안녕 유지하기), 수(壽; 장수하기), 부(富; 부자가 되기), 유호덕(攸好德; 도덕/윤리 지키는 일을 낙으로 삼는 일과 더불어 이웃들에 대한 덕을 쌓고 베풀기), 고종명(考終命; 본분과 책무를 떳떳하고 충실하게 완수하기) 등을 삶의 과정에서 종합적이며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복된 인생이라는 우리 민족 고유의 행복관을 대변하고 있다.

오복과 균형있게 강조된 ‘육극(六極)’이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복을 효율적으로 추구하도록 보완하고 지원하는 수단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일상생활 중 당하기 쉬운 불행한 사건이나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며,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특별히 ‘육극’(흉단절凶短析, 질疾, 우憂, 빈貧, 악惡, 약弱)과 같은 재앙을 미리 예방하거나 피하도록 노력해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교화내용으로 해석된다.

‘육극’을 구성하는 내용요인들은, 1) ‘흉단절’은 비명횡사, 변사, 요절을 말하고, 2) 질(疾)은 고질병으로 고생하는 일을 의미하며, 3) ‘우(憂)’란 집안에 근심걱정이 그치지 않는 상태, 4) ‘빈(貧)’은 가난으로 고생을 면치 못하는 상황, 5) ‘악(惡)’은 악한 일을 저지르거나 추한 모습으로 생활하는 상태, 그리고 6) ‘약(弱)’이란 몸이나 정신이 너무 유약하여 생활에 지장을 가져오는 상태를 의미한다.

오복의 기원

동양사회의 행복관을 대표하고 있는 오복사상은, ‘서경書經’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중국 고대의 하나라의 우임금이 정한 9개 항목의 정치도덕인 ‘홍범구주’(洪範九疇) 중 아홉 번째 항목에 포함되어 있고, 상(은)나라 멸망 시 고조선에 망명해 온 기자(箕子)가 전승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범구주’ 자체는 원래 단군왕검이 태자 부루로 하여금 하나라 우임금(부친이 고조선 고위 관리출신이며 단군의 친족으로도 알려짐)에게 직접 전수시킨 내용에 근거하고 있고, 환웅시대로부터 단군시대에까지 전해져 내려온, 홍익민주주의에 근원을 둔 백성 교화와 통치 목적의 ‘큰 정치를 위한 철학’을 정리한 내용이다.

당시에는 동이족이 세운 하나라와 상나라를 단군 조선이 지원하기 위하여 오행치수법을 포함한 정치이념인 ‘홍범’을 전수하면서 고조선과 같이 큰 정치를 펴나가기를 요구하였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원적으로 고찰하자면, 오복사상은 환웅의 배달국과 단군의 고조선 시대 이래로 중시해 온 ‘홍익인간 재세이화(弘益人間, 在世理化)’에 따른 홍범의 통치철학에 근원하고 있다는 확실한 근거는 고조선시대까지 구두로 전해 내려온 교화내용을 고구려(재상인 을파소가 정리)와 발해(대조영의 아우인 대야발이 정리)시대 이래 정리해 놓은 ‘참전계경’의 내용에 있다는 것이며 그를 뒷받침하는 것은 ‘삼성기’, ‘단군세기’ 등이다.

특히 오복은 ‘참전계경’의 8개 영역(366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백성에 대한 교화내용 중에서 여섯 번째 영역인 ‘복福 ’과 일곱 번째 영역인 ‘보報’의 내용이 모체가 되어 후세에 백성들이 실천하기 편리하도록 다섯 가지 핵심내용으로 정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복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전통은 배달국의 환웅천황이 백성들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공동체 안에서 상호 협조하고 덕을 베풀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교화시켰던 내용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그를 고대 배달국과 고조선사회뿐만 아니라 그 제후국이었던 중국사회(하나라와 상나라를 비롯한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제후국들)가 충실하게 실천해 왔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서양의 행복관...‘합리적 쾌락 추구’

한편, 서양의 행복관에서는 그리스문화의 영향을 받아 ‘합리적 쾌락 추구’를 기반으로 하면서 유대 문화가 접목이 된 기독교문화에서 ‘사랑’과 ‘구원(은총)’을 중시해 왔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를 제외하고는, 중세에까지는 특별히 개인의 건강을 중시해 온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사회에서는 오로지 신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 구원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의 방식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두었기에 개인들의 자율적인 건강관리나 대인관계에 관해서는 비교적 소홀했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신앙생활 관련 생활태도를 중시하다 보니 개인들의 건강관리나 대인관계 등에 관한 확고한 원칙이나 지침이 자리 잡기 어려웠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한 배경 하에서 중세 이후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인본주의와 계몽주의를 강조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요시하게 되었고, 복지사회를 추구하기 시작한 근대 후반에야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개인의 고유한 삶의 방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동양에 비하여 비교적 역사적으로 일천한 서구사회에서의 개인적 행복을 중시하는 추세는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개인들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특히 개인의 건강에 초점을 두고 비교적 포괄적이며 추상적인 웰빙 개념을 도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20세기에 들어서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뒤에야 민주주의와 개인주의에 입각하여 개인의 존엄성을 중시하면서 실질적인 행복추구권을 구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영향과 더불어 20세기 후반에 새롭게 등장한 긍정심리학이 웰빙을 중요한 연구테마로 삼게 되면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 당시 웰빙운동은 마치 서양사회의 시대적 요구인 것처럼 인식되어 미국을 포함한 서구인들의 삶의 방식으로 수용되다시피 하였고, 고대 그리스 시대 스토아철학에 근거한 긍정심리학 이론의 지원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영향을 받아 빠르게 전파되어 세계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1948년에 설립된 WHO는 건강(보건)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이 완벽한 상태라고 정의하면서, 신체적 건강 못지않게 정신적인 건강이 웰빙의 중요한 요소라고 인정하였다. 이처럼 정신건강도 중시한 WHO는 아마도 5천 년 전부터 동양에서 중시해 온 ‘강녕’(오복 중 하나로서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안녕을 행복의 중요한 조건으로 강조)이라는 개념을 수용한 것으로, 또는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WHO는 그 후 21세기 초반에 이르러 건강개념 중 정신적 건강을 더욱 확대하여 지적 건강(Intellectual Health), 정서적 건강(Emotional Health), 영적 건강(Spiritual Health)으로 개념 정립하는 동시에, 사회적 건강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경제적 건강(Economic Health), 문화적 건강(Cultural Health), 사회적 건강(Social Health)으로 분류하며 건강을 균형있게 추구함으로써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표방해 오고 있다.

이러한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삶의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최근에는 웰빙 개념이 점차 확장되면서 구체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서구인이 몰두하고 있는 웰빙이라는 개념이 과도하게 추상적이면서도 모호하기 때문에 나온 반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미국의 긍정심리학자들인 톰 레스 & 짐 하터는 그의 저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에서 우리의 행복은 ‘직업적 웰빙(Career well-being), 사회적 웰빙(Social well-being), 경제적 웰빙(Financial well-being), 육체적 웰빙(Physical well-being), 공동체적 웰빙(Community well-being) 등을 통하여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추상적이며 모호한 웰빙 개념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러한 접근노력이 실제 웰빙을 추구하고 실천하기에 효율적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행복은 다각적인 웰빙이 조화롭게 추구되어야만 제대로 누릴 수 있다는 사회적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스와 하터에 의하면, 먼저 직업적 웰빙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좋아 하는가’와 ‘자신의 직업(직장)을 통하여 원만하게 자신을 실현시키고 있는가’를 의미하고, 사회적 웰빙은 ‘관계의 힘’을 강조하는 의미로서, ‘가족을 위시로 하여 친구, 친지, 사회생활 관련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가’를 중시하는 개념이다.

또한, 경제적 웰빙은 행복은‘돈 없이는 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재정적 안정감’을 강조하고 있고, 육체적 웰빙은 ‘건강해야 행복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잘 먹고, 더 움직이고, 잘 자야만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적 웰빙은 ‘줄수록 커지는 행복이 있다’는 점과 더불어 ‘지역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어야만 개인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동양, ‘사회인으로서 개인의 행복’ 추구

다른 한편, 오복 중심의 동양적 행복관에서는 오래 전부터 쾌락을 중시하는 개인적 행복에 중점을 둔 서양과는 대조적으로 일찍이 사회적 행복과 공동체적 행복(고종명, 유호덕을 조화롭게 추구하면서) 안에서 개인들의 부귀, 장수, 건강 등을 균형있게 추구하는 ‘사회인으로서 개인의 행복’을 강조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는 우리의 고대사회에서는 개인적 인격과 자유를 인정하면서 서양과는 달리 과도하게 특정 종교에 구속받지 않는 상태에서 사회적 행복을 동시에 강조하는 비교적 조화로운 문화를 형성해 왔다는 점을 오복개념을 기반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특히 개인의 행복차원에서 서양과는 달리 ‘강녕’을 강조하는 동시에 ‘유호덕’이나 ‘고종명’을 내세워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며 공동체적 행복이 없이는 개인이 행복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점을 고대사회에서부터 강조해왔다는 점은 매우 특기할 만하여 근대 이후 서구사회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서양,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 강조

이와는 달리 서양사회는 신성(神性)을 중시하면서 종교의 자유가 없이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던 고대와 중세시대에 행복을 누리기 어려웠던 일종의 ‘암흑시대’를 경험하였다. 그 후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추구하기 시작하게 되었고, 근대사회에 들어서야 사회적 복지를 중시하며 개인의 건강을 중요시하는 차원에서 행복추구권의 개념을 정립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세기 중반 이래 서양에서는 개인적 행복을 중시하면서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기 시작하였으나 자유시장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말미암아 경제적 행복을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반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이기적이며 쾌락적인 행복관에 크게 치우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중세 암흑시대에까지 억눌려왔던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인정받게 되었고 그에 입각한 행복추구권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했던 것이다.

그러나 개인들이 합리적 판단과 자율적 자기관리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였기에 대체로 사회적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낮은 수준의 자율능력 상태에서, 개인주의적 행복추구만을 강조하게 되면서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쾌락만을 추구하는 사회적 병폐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개인의 합리적 판단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사회적 행복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오복사상이 미래지향적인 행복관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웰빙은 대체로 개인마다 추상적이며 모호한 개념(좋은 인생이나 바람직한 삶)으로 인식되는 동시에, 현실 위주 쾌락지향적이며 건강에 치우친 개인주의적 행복관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복사상은 이와 대조적으로 행복한 삶의 주요 부분에 초점을 두며, 개인만을 중시하지 않고 그가 속한 공동체사회의 행복도 고려하는 보다 장기적이며 포괄적이고 조화로운 민주사회주의적 행복관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오랜 동안 우리가 추구해왔던 오복 중심의 행복관은 그 당시 백성의 품위 있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 매우 선진적인 통치이념에 그 근원을 두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즉 개인의 ‘강녕’만을 중시하지 않고 공동체의식을 중시하는 ‘유호덕’과 ‘고종명’을 균형있게 중시하고 있어, 비교적 순간순간을 중시하며 신체적 웰빙을 강조하는 행복관에 비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조화로운, 보다 거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행복관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오복(五福)사상이 정신적인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타인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동시에 중시하는 조화로운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들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전통적인 행복관은 개인의 행복과 함께 사회적 행복을 동시에 추구해 온, 그 당시에나 지금에도 매우 선진적인 수준의 행복관이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즉, 오복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덕목은 현대의 행복론에 입각해서 보아도 행복의 필요조건들을 무난하게 포괄하고 있는 내용요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고, 그 덕목들은 서구사회에서 추구하는 웰빙의 핵심요인들과 공통적인 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미국의 톰 레스와 짐 하터가 주장하고 있는 웰빙의 핵심요인들,‘직업적 웰빙, 사회적 웰빙, 경제적 웰빙, 육체적 웰빙, 공동체적 웰빙은 오복의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즉, 직업적 웰빙=고종명, 사회적 웰빙=유호덕, 경제적 웰빙=부자되기, 육체적 웰빙=강녕과 장수, 공동체적 웰빙=유호덕 등과 같이 상호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복사상이 최근의 선진국에서 추구하는 사랑과 사회복지를 강조하는 행복관에 비하여 조금도 손색이 없는 바람직한 행복관이라는 점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왜 낮은가?

그러나 무분별한 서구문화의 수입과 더불어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에 파묻혀 전통적으로 인간성을 중시하고 인간관계를 강조하던 사회문화가 급변하고 있으며, 그 자리에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경제체제의 영향으로 인하여 황금만능주의 사고가 파고들어 온 것이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행복도 결국 돈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파급되면서 서구인들과 유사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게 된 추세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하여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경제수준에 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대다수의 국민들이 개인 고유의 행복관을 상실한 채 공허한 상태에서 무조건 서구사회만을 모방하고 대중들에 동조해 온 것을 입증해 주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말하자면, 그 동안 자본주의경제체제를 취하고 있는 서양 선진국들이,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할 것이다’라는 인식이 잘못된 것이며, ‘돈이 행복을 크게 좌우하지는 않는다’라는 연구결과들을 공유하고,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상황은 이제 남의 이야기만이 아닌 바로 우리 사회가 처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최근에 수행된 행복경제학 관련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불행은 돈 문제나 빈곤보다는 사회적 관계의 문제와 신체적/정신적 건강문제 탓일 수 있다’라는 내용들을 내세우며, 웰빙을 기반으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공동체적 행복을 널리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우리 고유문화를 망각한 상태에서 서양문화의 판박이 노릇만 하고 있으니까 보다 심각한 사회문제 속에 빠져드는 아주 당연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닌가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웰빙은 개인마다 각기 다른 의식수준에서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에 입각하여 보다 바람직한 삶, 또는 보다 좋은 삶을 스스로 설정하고 추구하면서 실천해 나가야만 하는 행복관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수 십 년 동안 동양인들의 삶의 방식에는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개인주의적 가치와 분위기 등에서 준비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문화적으로도 그 뿌리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동양사회, 서양의 행복관에 흡수돼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20세기 후반 이래로 동양과 서양의 행복관은 점차 유사해지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로 우리의 전통적인 행복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우리 고유의 행복관이 존재하는 것조차 무관심한 실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성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것은 구습이며 파기해야할 것이라는 천박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무조건 선진국 특히 미국의 문화라면 모방해야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고, 그러한 사회적 풍토를 바탕으로 어느 나라도 갖지 못했던 지혜롭고 우수한 전통적인 행복관을 스스로 버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서양의 행복관을 무조건 모방하고 추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또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웰빙 중심의 행복관에 무조건 빠져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하여 글로벌화된 지구촌사회에서 국적이 분명하지 않은 행복관이 우리 사회에 무분별하게 도입되어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중시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사례를 보자면, 최근에 빠른 속도로 유행하고 있는 행복 관련 용어의 출현을 보면 그 실상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즉, 다각적인 ‘웰빙’ 선풍에 따라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열심히 즐겨라)라는 이기주의적이고 쾌락지향적인 행복관이 널리 유포되고 있는 반면에,‘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추구), '소확행'(小確幸 ; 작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 등과 같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웰빙을 추구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있는 국민들의 경제 관련 행복관을 나타내는 탕진잼(탕진하는 재미),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에 대한 만족도) 등도 유행하고 있어 우리 사회의 행복문화가 서구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오복사상을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으로 전파해야

정리하자면, 한국사회는 최근에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DNA(또는 밈)가 다른 행복관을 무조건 추종하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서구사회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웰빙에 열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선진국을 모방하는 데 급급하면서 ‘영혼이 없고 주체성이 없는 행복관을 별다른 생각이 없이 숨 가쁘게 수용하며 추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 동안 우리가 5천년 이상 준수했던 오복 중심의 행복관은 백성의 품위 있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 매우 선진적인 통치이념에 그 근원을 두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도한 이기주의적 쾌락 추구의 풍조로 인하여 다양한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강녕을 기반으로 삼고 ‘이기적 이타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인류가 서로 배려하고 나누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공동체적 행복’과 ‘사회적 행복’을 강조하는 미래지향적인 행복관을 추구할 필요성이 절실하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서구식 행복관을 맹목적으로 모방하기 보다는 오복과 웰빙이 근본적으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사회가 웰빙을 커다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용이하게 그리고 열성적으로 수용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서구식 행복관도 근원적으로 우리의 행복관과 뿌리가 같을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웰빙의 긍정적인 면을 중심으로 보다 수준 높게 수용하여 우리 문화에 적절하게 생활화하면 된다는 열린 자세와 더불어 우리의 전통적인 오복사상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거듭나게 하여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전파시킬 필요가 있다는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를 현대적 의미로 되새기며 홍익민주주의의 이념에 따라 세계인들이 함께 기본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행복관을 선진화시키기 위하여, 미래사회에서 후세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판단능력과 자기관리능력을 제고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지도하고 안내하는 선진형 행복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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