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등학생 학력향상 "국어사전 활용 교육이 답"
[인터뷰] 초등학생 학력향상 "국어사전 활용 교육이 답"
  • 박용광 기자
  • 승인 2018.10.09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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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보급 운동 펼치는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장

2018년 10월 9일은 오백일흔두 돌을 맞은 한글날이다. 각종 외래어의 유입과 줄임말의 사용 등으로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할 당시의 본래적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초·중등 학생은 물론 대학생까지도 기본적인 국어 어휘를 몰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우려도 있다. 한글날을 맞아 올바른 한글 사용과 어휘력 향상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국어사전 보급 운동을 하는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장을 만나 한글의 의미와 국어사전의 올바른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김승호 국어사전 기부 운동가, 현 교육성장연구소장
김승호 국어사전 기부 운동가, 현 교육성장연구소장

[에듀인뉴스=박용광 기자] “한글의 보급이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572번째 한글날을 맞아 만난 국어사전 기부 운동가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 소장은 한글이 국가, 사회, 경제, 교육 등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똑똑한 사람은 한나절에, 좀 아둔한 사람은 열흘이면 한글을 배울 수 있다’는 세종대왕의 말을 들며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말임을 상기시키기며 “초등학생에게 국어사전을 활용한 어휘 교육 활동을 하면 학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 재직시 관내 초·중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국어사전을 무료 보급하고 이후 1년 만에 치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전국 최저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초등학생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어사전 기부 운동을 하고 있는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래는 일문일답.

▲자기 소개를 한다면.

-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목포여고 등 중·고등학교에서 10여 년을 영어교사로 근무하다 전직하여 23년간을 장학사, 장학관, 정책기획담당관, 함평교육장, 교장 등으로 재직했습니다. 작년 8월 전남 목포 목상고에서 정년퇴직을 하였으며, 목포대 교육대학원 시간강사를 하면서 교육성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번역하여 출간했으며,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초등학생 대상 국어사전 기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글날입니다. 우리나라에 있어 한글은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 세종대왕께서 똑똑한 사람은 한나절에, 좀 아둔한 사람도 10일이면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글자가 한글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과학적인 글자가 바로 한글입니다. 한글 보급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문맹국에서 빠르게 탈출해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빨리 그리고 수준 높게 발전했다고 확신합니다. 한글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글은 하나의 글자, 국어는 글자가 모인 단어·문장·문단"

▲지난해부터 국어사전 기부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글이 국어사전에 실리는 것은 아닐 텐데요. 독자를 위해 한글과 국어의 차이부터 설명해주세요.

한글은 28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영어의 알파벳(Alphabet)이죠. 언어는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서 하나의 글자를 만들고, 글자들이 모아져 단어로, 단어들이 모아져 문장과 문단으로 그리고 하나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한글은 여기서 첫 번째 단계인 자음과 모음, 자음과 모음이 만든 하나의 글자를 뜻하며, 국어는 대한민국의 언어를 뜻하는 것으로 단어, 문장 그리고 문단을 포함한 완성된 글 전체를 뜻합니다.

"한글은 가장 쉬운 글자,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언어...단순히 읽는 단계 넘어서야"

▲한글을 아는 것과 국어를 아는 것은 다른 의미이겠네요?

- 우리나라의 한글날(Korean Alphabet Day)과 같은 문자 발명 기념일은 다른 나라에 없는데, 알파벳 데이는 세계 도처에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유치원 과정이나 초등학교 1학년을 마무리 하는 시기에 A, B, C 등 알파벳을 완전히 깨우쳤다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 학교 행사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글을 완전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글을 안다는 것과 한국어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미국 외교관 양성 과정에서 한국어는 아랍어와 중국어와 함께 가장 어려운 언어라고 합니다. 한글은 가장 쉬운 글자지만,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언어라는 의미입니다. 소리글자인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해서 한글로 만들어져 각각의 개념을 가진 한국어 단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어의 뜻을 알고, 단어가 모여서 만들어진 문장이나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읽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닌 새로운 개념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장은 지난 2017년 전난 군남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국어사전을 기부했다. 사진=교육성장연구소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장은 지난 2017년 전난 군남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국어사전을 기부했다. 사진=교육성장연구소

적금 깨 15개 초등교에 414권 기부..."인생 보람과 행복 느껴"

▲국어사전 보급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 교직경험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낮은 수업참여도와 기초·기본학력 부진 원인의 상당 부분이 교과서 용어와 교사의 수업용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농어촌 학생들의 대부분이 기초학력 이하 수준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대상 단기 처방위주 교육보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장학관과 학교장으로서 어휘력 배양과 독해능력 향상 등 자기주도 학습역량 제고를 위한 국어사전 활용의 필요성을 제시했으며, 올해 초부터는 직접 사전 보급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 재직시에는 관내 초·중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국어사전을 무료 보급하였으며, 이후 1년 만에 치른 2013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전국 시군 교육청 중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가 있어서 그런지 함평에서의 국어사전 보급 및 활용 사례는 신문과 방송 및 교육부의 학력향상 우수교육청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교육부 발간 ‘행복한 교육’ 2013년 12월호에 교육청 및 교육장 우수사례로도 실렸습니다. 특히, 미국 초등학생 대상 사전보급 운동인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쌓이고 인생의 보람과 행복을 찾게 되면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대한민국공무원상을 수상하고 귀향하던 기차 속에서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을 대상으로 국어사전 기부활동을 직접 하고자 결심하고, 현재까지 국어사전을 기부하였습니다. 국어사전 기부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정년시 일부 만료된 적금 3200만원을 5년 동안 매월 57만원씩 받아 13권씩 기본으로 확보하였으며, 학교의 상황에 따라 6학년까지 추가하여 제공하기도 합니다.

초등 3학년 학습 능력 변곡점..."읽기 능력 교육에 집중해야"  

▲초등에서 국어사전을 활용한 교육 활동이 왜 필요한가요?

교육과정에서 초등 1~2학년 시기엔 일상생활에 필요한 5000개 정도의 단어만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교과서의 어휘수도 그 정도로 한정됩니다. 3학년 시기에는 사회, 과학 등 세분화된 교과를 배우기 시작할 뿐만 아니라 교과서 어휘수도 2학년까지 습득한 단어의 2배인 9000여 개로 급증하고, 4학년 때는 1만2000여 개 등으로 계속 증가합니다.

어휘 학습 면에서 부담이 큰 3학년 시기에 어휘력이 뒤처지면 4학년 때 학습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나아가 학습동기 저하는 물론 책을 읽는 것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뉴욕시립대 사회학과 헤르난데즈 교수는 2011년 미국교육학회 발표 논문에서 초등학교 3학년 시기가 이후의 학습 성패의 큰 흐름을 시작하는 변곡점(Pivot Point)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초등학교 3학년 때 읽기능력인 독해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19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비율(16%)은 다른 읽기능력 우수학생들이 탈락하는 비율(4%)의 4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정부 의지 보이지만, 현장 아직 멀어"...국어사전 활용 수업에 국어사전 없기도

▲정책적으로 국어사전을 활용한 교육활동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사교육 증가, 계층간 교육격차 심화 등 한국 교육의 위기 현상이 초등 3~4학년 시기의 어휘력 저하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아는지 작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그리고 올해부터 3~4학년에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언어교육과 국어사전 활용교육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다행이라고 여겨집니다.

구체적으로 초등 1~2학년 동안 27차시였던 한글교육을 62차시로 두 배 확대했습니다. 또한 지난해까지 초등 4학년 1학기 8단원 ‘국어사전과 함께’에서 9차시만 배웠던 것을 올해부터는 3학년 1학기 7단원 ‘반갑다, 국어사전’에서 8차시 그리고 4학년 1학기 7단원 ‘사전은 내 친구’에서 9차시로 2년간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강화하였습니다. 교육과정을 개정해 초등 3학년 전후로 국어사전을 활용을 통해 국어 기본학력을 확보하려는 정부 수준의 정책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잘 진행됩니까?

교육 현장에서는 국어사전 활용에 대한 관심과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수업 중에나 혼자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습관적으로 사전을 찾아 확인하고 이해하는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학생들은 사전이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국어사전 학습 단원에서라도 사전을 확인해 보면서 공부해야 하는데 대부분 사전 없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년 전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농어촌 초등학교를 찾아 국어사전 기부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 원인을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는 무상의무교육 단계라 선생님들은 5만원정도 하는 국어사전을 구입하도록 안내하는 것을 어려워하더군요.

대도시 학부모는 학교에서 안내해 주지 않으면 직접 서점에서 좋은 사전을 골라 자녀에게 선물하기도 하지만 농어촌 학부모는 거의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결국 농어촌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국어사전 활용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게 되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들은 고등학생이 되어도 모르는 어휘를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에서 찾아 스스로 확인하면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의미도 모른 체 무조건 암기하거나 대강 틀린 의미로 인식하여 말실수를 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종이사전 필요없다? ‘종이로 읽기’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많아

▲인터넷과 휴대폰의 발달로 모르는 단어를 바로 찾을 수 있는데요. 꼭 종이사전이 필요한가요?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쉽게 단어를 찾아 확인하거나 교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쉽게 찾은 것은 쉽게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또 인터넷에서 단어를 확인할 경우 그 단어만 이해할 수 있지만, 종이사전을 찾아 확인할 때는 찾는 동안 반복하여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며, 찾은 후에 앞뒤로 유사 어휘나 다양한 활용 사례도 확인하게 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어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또한 거의 모든 학교에서 수업 중에는 주의집중을 위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환경·제도적 문제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종이로 읽기’가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많습니다. 앤 니콜리는 “학생들에게 똑같은 글을 태블릿 PC와 종이로 나눠 제공한 뒤 기억력과 이해력을 테스트한 결과, 종이로 글을 읽은 집단에서 좀 더 고득점자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나오미 배런 미국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에 대해 실험해 보니 디지털 기기 스크린을 통한 글 읽기에서 딴짓으로 이어질 확률은 85%로, 종이 매체 읽기(26%)보다 크게 높으며 읽기 집중력 역시 크게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저는 교육성장연구소의 역할 중 하나를 국어사전 보급 영역으로 하여 미국의 딕셔너리 프로젝트(www.dictionaryproject.org)와 같이 개인 및 단체가 국어사전을 기부하고자 할 때 사전 선정, 대리 전달 및 격려, 감사편지 보내기 등을 수행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장학금은 받는 순간의 감동을 주지만 국어사전은 최소한 6년 이상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성적 향상 효과는 평생 잊지 않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우리 모든 학생들이 잘 모르는 단어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 확인하면서 알아가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용광 기자  cool4241@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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