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농구공 브랜드, 갯수까지 조사하라고?...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취재노트] 농구공 브랜드, 갯수까지 조사하라고?...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8.10.1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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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자료요구’ 관련 청원 11일 오전 9시 5570명 넘어
농구공 브랜드 등 조사 요구자료 공문. 자료=sns캡처 
농구공 브랜드 등 조사 요구자료 공문. 자료=sns캡처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예언하나 하면, 이번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는 농구공이 깜짝 등장할 모양이다. ‘미리보는 국감’이라는 코너가 있다면 말이다.

10일 교사들에 따르면,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실에서 학교의 모든 농구공을 전수조사해 브랜드별로 보고 하라는 자료요구 공문이 내려왔다. 일부 농구공 브랜드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조사하려는 취지라는 것이었다.

공문을 받은 현장은 그야말로 ‘부글부글’이다. 역시나 ‘긴급’이 붙어 있는 이 요구 자료에 대해 교사들은 ‘올해 받은 최악의 국정감사 공문’이라는 혹평이 잇따랐다. 안전에 문제가 있어 요구하는 자료라면 더욱 악질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해 물질이 문제가 된다면 해당 부처에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학교에 안내해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몇 퍼센트가 유해물질 농구공을 사용하고 있다고 국감장에서 쇼하듯이 ‘뻥’ 터뜨리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교사들이 ‘이용’ 당하고, 또 언론을 통해 교사들이 잘못한 것인 냥 질타까지 당하게 되는 구조가 화나다 못해 서글프다는 것이 중론이다.

농구공 공문뿐이 아니다. 올해는 유독 국정감사 자료 가운데 교사들을 화나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단골손님 같은 성범죄 비위 공무원 자료 등을 포함해 학생부 지침위반, 상피제 등 ‘교원 때리기’에 활용되는 자료도 많았다.

보도자료를 다루는 기자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부터 교육부 관련 국감 자료에는 ‘5년치 통계자료’가 많다. 해마다 다를 바 없는 내용의 자료를 또 해마다 조사해 내라는 것도, 그렇게 요구한 자료가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도 '날것대로' 현장에 다시 내리는 구조도 문제다. 공문 없는 날을 만들고, 공문 자율학교, 공문 간소화 전수조사 등을 하는 것보다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문제제기에서 지난 7일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국회의원 요구자료,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청원은 11일 오전 9시 현재 5570명을 넘어섰다. 국회법 제128조 ‘본회의, 상임위원회 의결 또는 상임위 재적의원 3분의 1의 요구로 자료요청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지키라는 것과 무분별한 자료요구로 학교 현장에 혼선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 요지다.

국정감사 첫날인 10일부터 의원들의 눈길잡기 ‘쇼’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동물학대 논란 뱅갈고양이, 대답 없는 인공지능 AI 스피커, 가습기 논란 유사 물질 포함 액체괴물 등이 등장했다. 여기에 농구공으로 한몫하고 싶은 의원은 본인도 부동산 공공택지 후보지 공개로 국감 증인 채택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농구공까지 들고 나와 현장을 괴롭히는 '무리수'까지 두지 않아도 이미 주목받기에는 성공한 것 같은데 말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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