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국회의원 요구 자료, 학교 문턱 넘지 말아야
[현장칼럼] 국회의원 요구 자료, 학교 문턱 넘지 말아야
  • 권호영 기자
  • 승인 2018.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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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걸 밀양송진초 교감, '학교 내부자들' 저자
박순걸 밀양송진초 교감, '학교 내부자들' 저자
박순걸 밀양송진초 교감, '학교 내부자들' 저자

국감기간 자료 요청 공문 불만 '폭발'

국정감사기간이 되면 교사들은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 공문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행정 업무에 시달리게 된다. 의원들은 자신들이 보내는 요구 자료를 수업하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처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요구 자료를 이처럼 거침없이 ‘요구’할 리가 없다. 공문에 행정실에서 처리하라고 명시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공문은 교사에게 편철이 된다. 학교의 특성상 ‘○○교육’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대부분 교사의 업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던 국회 요구 자료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은 올해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이 요구한 ‘최근 4년간의 수학여행 저소득층 지원현황’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의 ‘농구공 보유현황’ 요구 공문을 접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수학여행 업무담당자가 저소득층 학생의 숫자를 파악하고 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더구나 4년 전 수학여행 자료까지 검색해서 공문을 작성해야 하니, 머릿속에 당일 수업을 구상하기는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전 초중고를 대상으로 농구공 보유현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의 첨부 자료에는 농구공을 만드는 특정 회사 이름의 브랜드와 기타로 구분하여 개수를 기입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공문을 접수한 교사는 학교에 있는 농구공을 찾아야 하고 제조회사별로 몇 개나 있는지 세러 가야 한다.

'긴급' 달면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공문 처리해야 하나

현재 국회의원 요구 자료에 대해 교사들의 감각에는 날이 서 있다. ‘나라가 하는 일에 공무원이 협조해야지’라는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2개월로 기간을 설정하고 ‘국회’라는 단어로 제목 검색을 하자 접수 문서가 22건이다. 그 중 3건을 제외한 19건은 제목 앞에 ‘긴급’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또 4건은 ‘국회의원 000 요구자료’라는 말만 있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수 없는 문서다. 요구 제목은 밝히지 않아도 요구하는 사람의 이름은 잊지 않고 제목에 명시하고 있어서 오히려 재미있다. 지금까지 확인한 국회요구자료 공문 중 단 1건도 요구 자료의 목적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최근 4~5년의 자료를 요구하는 공문까지 포함되어 있다. 직속기관인 교육청에서도 웬만하면 ‘긴급’을 붙이지 않는다.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공문을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제쳐두고 긴급하게 처리하라는 압력을 가하며 자료의 목적도 밝히지 않은 내용을 복잡한 양식에 4~5년 전의 자료까지 찾아서 제출하게 만든다.

자료요구 절차와 규정 엄격히 적용해야

국회의원의 요구 자료는 교육부나 교육청 문턱을 넘지 않아야 하며, 학교의 문턱을 넘을 수밖에 없는 자료라도 공문을 처리해야 할 담당자를 교사가 아닌 행정실로 한정해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기관에 대한 자료요구는 그 어떤 행정기관에 대한 자료요구보다 엄정하게 국회법 제128조에 정한 자료 요구의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정 감사기간에 답하기 위해 자료 제출에 협조해야 한다는 그들의 거침없는 요구에 정작 피해를 입는 것은 교사가 아닌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권호영 기자  lovtome34@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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