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존 듀이를 읽어야 하나] 지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②
[왜, 지금 존 듀이를 읽어야 하나] 지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②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8.10.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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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와 교육학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학계에서도 존 듀이(John Dewey)는 누구에게나 이미 잘 알려진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알려진 만큼 그의 이론이 잘 이해되고 소개되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의 사상은 ‘실용주의’, ‘실험주의’, ‘진보주의 교육’, ‘새교육’이라는 명칭으로 소개되어 왔고, 우리의 교육계와 교육학계는 그를 현대적 교육사상의 근원인양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교육계에서 심도 있게 평가된 수준은 아니었다. 에듀인뉴스는 정치와 교육의 이념적 갈등이 극심하고 특히 자유주의적 전통과 강령적 기조에 대한 이해의 혼란이 심각한 수준에 있는 이 때, 존듀이의 실험주의적 자유주의와 이에 일관된 교육사상을 검토해 보는 ‘왜, 지금 존 듀이를 읽어야 하나’를 연재한다.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서울대 명예교수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서울대 명예교수

이차적 경험의 인식, 양식을 지식으로 확정..."명시적-경험적 방법"

이차적 경험의 대상이 된 이론이나 인식의 양식을 지식으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일차적 경험의 대상으로 되돌려 다시 검증을 받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지주의자들이 범하는 오류, 즉 지식으로 주장하는 바를 아무런 구체적, 경험적 상황에서 검증받지 않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가 있다. 듀이는 이러한 방법을 ‘명시적-경험적 방법’(Denotative-empirical Method)이라고 하였고, 달리 ‘즉시적 경험주의’(Immediate Empiricism)라고도 한다.

우리가 여기서 뉴턴(Isaac Newton)과 사과나무의 이야기 그리고 제너(Edward Jenner)와 천연두의 이야기를 잠시 되새겨 보는 것은 명시적 검증의 방법을 이해하는 데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뉴턴과 사과나무의 이야기 ‘A. Sutcliffe & A.P.D. Sutcliffe, Stories from Science Book 2’(Cambridge: At University Press, 1962. pp. 61-65.)

뉴턴의 사과나무에 관하여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인력의 법칙은 뉴턴이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본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 뉴턴이 20대의 나이로서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니고 있던 1664년에 런던의 주변에는 흑사병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 무서운 병이 점점 더 확산되어 가자 뉴턴은 케임브리지를 떠나 2년 동안 어머니가 살던 집에 가서 함께 머물렀다.

어느 날 어머니의 집 뜰에 앉아 있을 때, 사과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자 그는 어째서 사과가 똑바로 아래로 향하여 땅으로 떨어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사과가 가지에서 떠났을 때 위로도 옆으로도 갈 수 있는데, 아래로 떨어지는 까닭을 두고 생각한 것이다. 숙고한 끝에, 어떤 힘이 사과를 땅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이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 뉴턴 이전에는 없었고 뉴턴만 그런 현상을 보게 된 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본 사실이지만 뉴턴이 최초로 인력의 법칙을 논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 중에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그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뉴턴이 태어나던 해에 세상을 떠난 갈릴레오(Galileo Galilei)도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지구의 인력에 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미 인력에 관한 이론을 편 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루어, 당시에 인력의 개념은 적어도 몇몇 연구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것으로 본다.

뉴턴의 주치의가 남긴 전기에 의하면, 인력의 법칙에 대한 발상은 그가 명상 중에 있을 때 사과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왜 사과는 지구의 중심을 향하는가? 지구가 그것을 끌어당기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확신하였다.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우두접종을 개발한 제너는 백신의 선구자라 불리운다. 사진=위키피디아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우두접종을 개발한 제너는 백신의 선구자라 불리운다. 사진=위키피디아

제너(Edward Jenner)와 천연두의 이야기 ‘A. Sutcliffe & A.P.D. Sutcliffe', Stories from Science, Book 3, pp. 33-44.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까지만 해도 천연두는 가장 무서운 병의 하나였다. 이 병에 걸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고, 비록 낫는다고 하더라도 얼굴에 곰보 자국이 남아서 보기 흉하게 된다. 한 차례의 유행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병에 한 번 걸렸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그 후에 병이 유행해도 두 번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옛날부터 알려져 왔다.

이러한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하여 우두를 접종하는 방법을 탐지해낸 영국인 의사인 제너(Edward Jenner)는 젊은 시절인 1766년경에 어느 의사 밑에서 의술을 배우고 있던 어느 날 농장에서 젖을 짜는 한 여인으로부터 "나는 우두가 몸에 젖어있기 때문에 절대로 천연두에는 걸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바가 있다. 우두는 암소의 유방을 침범하는 병으로 이것에 걸린 소의 젖을 짜는 사람에게 곧잘 옮는 일이 있다. 이 병에 걸리면 팔과 손, 때로는 얼굴에 천연두의 곰보 자국이 생기기도 한다.

제너는 그 여인이 한 말을 귀담아 듣고 기억하고 있었으며, 후에 그가 의사의 자격을 취득한 후에 고향에 돌아가서 마을의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그와 같은 사실을 믿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는 한 소년에게 우두를 놓고서 그 후에 진짜 천연두를 놓아 보는 처방을 시도했다. 소년의 팔에 조그만 상처를 몇 군데 내고 거기에 우두에 걸린 종기에서 뽑은 고름을 조금씩 넣어보았다. 소년은 가벼운 우두에 걸렸으나 곧 좋아졌다. 그리고는 얼마 후에 천연두에 걸린 환자의 종기에서 고름을 조금 뽑아 소년의 팔에 낸 상처에 발랐다. 며칠을 기다려 본 그는 젖 짜는 여인이 한 할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두는 그에게 천연두에 대한 '면역'을 주었던 것이다.

제너는 여러 차례 검증을 시도하면서 10여년 가까이 우두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연구한 끝에 1976년에 종두를 처음으로 실시하였다. 제너는 우두와 천연두가 닮았다고 하여 '소의 천연두'(라틴어로 Variola Vaccinae)라고 이름을 붙였고 흔히 사용하는 '백신'(Vaccine)이라는 말도 거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차적 경험, "일상적 생활의 경험에서 시작"

위의 두 이야기와 관련하여 탐색적 지식이 만들어지는 원천적 상황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 천연두라는 질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일상적 생활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뉴턴의 인력의 법칙이나 제너의 천연두의 면역과 같은 이론, 즉 이차적(반성적) 경험은 일상적 경험에 내재하는 현상인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천연두가 전염되는 것 등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일차적 경험에서는 사과가 떨어지는 원인을 밝히고 질병을 고치려는 가치지향적 동기가 발생하고 이와 함께 거기서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지력의 작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차적 경험의 결과인 이론적(혹은 상징적) 내용과 논리는 그 자체로서 진리의 의미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 경험의 내용이 되는 일상적 경험을 설명하고 명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차적 경험인 인력의 개념은 사과가 떨어지는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고, 우두라는 질병은 종두에 의한 면역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일차적 경험 "삶을 사는 수준 따라 달라져"

듀이의 일차적 경험은 인간사회가 전혀 반성적 검토나 이해를 해 본 적이 없는 원시적 자연 상태에서 경험한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지식을 생산하는 상황은 원초적 지식의 진공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지식들이 일차적 경험의 대상에 함께 뒤섞여 있고 거기서 이차적 경험이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다.

일상적 경험의 원초적 상황이라고 해서 원시적 상태와 같이 아무런 학술적 이론이나 제도적 양식이 없는 상태인 문명 이전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 경험의 양상에 있어서, 문명된 사회와 미개한 사회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일차적 경험을 언급하는 구조적 복잡성과 명시적 범주는 어떤 삶을 사는가의 수준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 문명된 사회는 이미 반성적 사고를 거친 고도의 이론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므로 즉시적 경험의 대상도 그런 수준의 것들을 포함한다. 과학적 지식은 고도의 반성적 사고의 결과로서 생산된 것이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허다히 즉시적으로,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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