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소장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소장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소장

 

지난 10월 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개최하려던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물리력 행사로 무산되었다. 한유총은 작년 9월에도 재무회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반발하며 집단 휴업을 선언하여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전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에도 한유총은 집단적으로 반발하며 이들의 실력행사로 번번히 공청회 조차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박용진 의원과 MBC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실시한 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1878개의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되었다고 밝혔다. 그 중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의 설립자 겸 원장이 교비를 숙박업소, 성인용품점, 노래방 등에서 사용하고 자신의 아파트 관리비, 명품가방을 사는데 총 7억원의 정부지원금을 썼다고 알려져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원장은 지난해 7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파면 조치를 받았지만, 파면된 후에도 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자신은 총괄부장으로 지내면서 사실상 유치원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나 후안무치함이 대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유치원 원장은 공금으로 랍스터, 킹크랩, 홍어회와 술을 사먹고 급식비로 처리하였다고 한다. 설 상여금으로 본인에게 790만원을 지급한 원장도 있었다고 한다. 이 원장이 교사들에게 지급한 설 상여금은 5만원에서 15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원장은 자신의 월급을 2번씩 받아갔다고 한다.

박용진 의원은 공개된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비리 유치원 명단은 전체 유치원 중 40~45% 정도며, 절반이 못되는 유치원을 감사해 거의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에 회계비리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유치원 감사를 진행한 시도교육청들은 이미 유치원의 회계부정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수년간 제도개선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비리 유치원을 알려달라는 학부모의 요구에도 개인정보보호, 영업이익 침해를 운운하며 비리를 비호하였다. 지역사회에서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로비력은 엄청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사립 유치원에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교육비 등 한 해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유치원 1곳 당 5억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2013년부터 누리과정교육비 지원으로 원아 한 명당 월 22만원, 방과후교육 과정에 7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또 학급운영 지원금이 월 25만원에서 내년부터 40만원으로 오른다. 교원처우개선비(월 50만원 이상)와 교재교구비(월 10만원)도 지원된다. 사립 유치원 예산의 40~45%가 국가 지원금이다. 국민의 세금이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조치하는 것은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다.

이에 필자는 사립유치원의 회계비리 방지 및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관련해 국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국회는 유아교육법을 개정을 통해 유치원에 지급되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가가 지원하는 누리과정 교육비가 유치원 경영자의 소유로 해석되어 횡령죄를 묻기 어려운 법적 불합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 또 현행 지출 항목 구분이 미흡하여 투명한 수입·지출 확인이 어려운 구조이므로 유치원 운영자금의 출처와 용처를 명확히 회계프로그램에 넣는 것을 의무화 하고 비리유치원과 설립자 및 원장의 실명을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 비리유치원이라고 해도 폐원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유치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공립 신증설도 필요하지만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매우 시급하다. 사립유치원을 법인으로 전환하는 등 공공성과 투명성이 보장된 사립유치원을 중심으로 예산지원을 차등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만하다.

둘째, 사립학교법도 개정되어야 한다.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원장이 이름만 바꿔 다시 유치원을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설립자와 원장이 중대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하여 다시 개원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 원장이 설립자일 경우 셀프 징계를 할 수 없도록 허술한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유치원은 설립자인 동시에 원장인 경우가 많아 비리가 적발되어도 책임 소재자가 경영자이기 때문에 셀프 징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차제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유아교육은 물론 사립 영역 전반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교육부는 비리 문제 뿐 아니라 사립 유치원의 전반적인 공공성을 확보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시도교육청 별로 다른 감사 시스템을 통합하여 감사 관련 원칙을 만들고 회계 책무성 확보 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빠른 시일 내에 내놓아야 한다.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과 ‘처음학교로’ 입학관리시스템 등 번번히 사립유치원연합회에 의해 좌절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넷째,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공약대로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학률을 40%까지 확대해야 한다.

다섯째, 시도교육청은 향후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기적이고 주기적인 감사를 시행해야 한다. 유아교육법에는 시도교육감이 사립유치원을 지도·감독하도록 명시되어 있으나 교육감들이 교육부에 각종 권한을 이양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이미 가진 권한 조차 행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감사관제의 적극 활용 등을 통해 시도교육청의 예방 및 일상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유치원은 명백히 학교로 규정되어 있다. 사립유치원은 학원처럼 설립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또 이러한 비리가 일부의 문제라면 사립유치원 스스로가 그 일부를 도려내고 바꿔나가자고 해야 할 것이다. ‘지원은 더 많이 하고 간섭은 하지 말라’는 식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주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와 공공성 강화와는 동떨어진 주장이며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휴업 등 정책을 거부한 집단행동이라든지 정치인 로비를 통한 압력행사 등의 행태는 이제 뿌리 뽑아야한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유아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에 유아교육 관계자들은 힘을 모아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말고, 국민의 힘으로 유아교육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