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갑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회장

우치갑 경기 성남 늘푸른중 수석교사
우치갑 경기 성남 늘푸른중 수석교사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최근 교육계에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라는 말이 회자된다. 사실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와 학생부 기록이 따로따로 일 수 없는 것인데 왜 새삼스럽게 ‘일체화’가 화두가 되는 것일까.

우치갑(사진) 경기 성남 늘푸른중학교 수석교사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사실상 현장에서는 평가 때문에 어떻게 가르쳐도 도루묵이었다”고 말했다. 수업을 좀 더 즐겁고 다양하게 해 보고자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토의·토론 수업, 비주얼씽킹수업, 프로젝트수업, 거꾸로수업, 하브루타 등을 적용해도 평가는 중간‧기말고사 형식으로 계속되는 한 교실이 바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핵심은 결국 수업과 평가의 일체화”라는 우 수석교사는 “그렇다고 모든 수업에 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필평가가 없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최적화된 것으로, 특히 1학년과 평가방법이 다른 중 2‧3학년에는 과정중심평가를 적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학생부 기록에 민감한 고등학교에서도 잘 활용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물리적 어려움이 많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도입을 준비 중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역시 핵심은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핵심역량 개념 도입으로 수업은 변했지만, 평가는 그대로라는 비판에 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초 경기지역 중학교 수석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수-평-기의 일체화’를 위해 결성된 연구회가 그동안의 활동과 교사들의 수업, 평가에 대한 고민을 담아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즐거운학교)를 펴냈다.

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우치갑 수석교사를 만나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의 필요성과 연구회 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네이버밴드 등 3500여명 교사 모여 수업‧평가사례 등 공유

따로따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을 구슬 꿰듯 엮는 것 

▲연구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교-수-평-기의 일체화 연구회’라고 불리는 우리 모임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의 줄임말이다. 경기지역 수석교사 6명이 모여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중심 수업 방안 및 과정 중심 평가와 기록 방안에 대해 연구한 뒤 자신이 소속된 학교 교사들에게 공유하는 연합동아리 형태로 시작됐다. 현재는 네이버 밴드(3500명), 카카오톡방(1100명)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료는 쌤동네에서 공유하고 있다. 시도교육청 및 각 연수기관 요청으로 직무연수 등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는 무슨 뜻인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교-수-평-기) 일체화’란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을 하나의 연속된 교육 활동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합적으로 운영해 학생의 성장을 돕는 것을 말한다. 교-수-평-기 4개의 과정이 따로 진행하지 않고 구슬을 꿰듯이 이 과정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성취기준 중심으로 교과내용을 재구성하는 교육과정 재구성, 참여와 활동중심(프로젝트학습, 토의토론 수업, 협력적 문제 해결학습 등)인 학생중심수업, 학생 성장을 유도하는 과정중심평가, 교과 학습 내용 및 지적 성장 내용의 기록이 연계된 교육활동을 말한다.

교-수-평-기라는 구슬이 제대로 꿰지면, 학생들은 참여 중심 수업을 통해 의사소통능력을 키우고, 이 과정은 곧 평가와 기록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교사는 활동을 통해 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학생부 기재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연구회에서 하는 활동은 무엇인가.

교-수-평-기의 일체화를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수업 모형을 개발한다. 한 달에 두 번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모형을 연구하고 이를 실제 수업에 적용시킨다. 수석교사들이 각자 담당하는 교과 단원을 선정한 뒤 해당 단원의 성취기준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하브루타, 비주얼씽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 중심 수업을 구성해본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든 수업 모델을 교사들과 공유하며 교-수-평-기의 일체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모든 수업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했는데.

배움 중심 철학과 가치가 반영되어야 하며 학생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능한 수업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취기준에 있지도 않는 역량을 억지로 융합하는 것은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 등에서 다양하게 구현해 보고 있다.

지난 7월7일 성남 늘푸른중학교에서 열린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위한 프로젝트 수업 워크숍) 장면.
지난 7월7일 성남 늘푸른중학교에서 열린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위한 프로젝트 수업 워크숍) 장면.

 

성취목표 따라 명확한 채점기준, 세부적으로 제시

미래교육에 대한 갈증 교사도 커...변화 노력 필요

▲결국 평가 문제로 귀결되는데. 과정중심평가는 공정성 시비가 많지 않나.

과정중심평가를 구현하다 보니 실제 수행을 통해 학생의 학습을 평가하는 수행평가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채점기준을 성취기준에 따라 명확하게 세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공정성 시비는 줄어든다.

평가의 채점기준을 학생에게 수업 시작 전에 미리 자세하게 안내하는 것이 좋다. 평가계획과 채점기준은 수행평가가 실시되기 전 학생들에게 자세하게 안내하여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공정함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학생평가(자기성찰평가 및 동료평가)와 교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채점기준표를 통해 학생들은 활동 중에 스스로 학습을 점검하고 성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까지 연결이 어떻게 가능한가.

성취기준에 맞춰 수업을 하고 그에 맞게 과정중심평가를 했다면 기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업과 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이 드러날 수 있으므로 평소 수업 활동에서 관찰한 것과 누가 기록을 통한 개인적 성장이 구체적 맥락과 함께 드러날 수 있게(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구체적 사례) 기록하면 된다.

▲교사의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사회도 변했고 학생도 변했고 학부모도 변했다. 수업도 당연히 변해야 하고 교사도 변해야 한다. 이미 학생들의 삶과 생각이 변해가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교사들도 기존 방식이 교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수업과 평가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실천하기 쉬우면서도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는 새로운 수업방법에 대한 갈증은 크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도 그렇게 시작됐다. 변하면, 할 수 있다. 사실 교사들이 그동안 해 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의 노력과 열정만 레시피에 더 하면 선생님만의 맛있고 특별한 요리가 탄생할 수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연구위원 선생님들 중에 30분이 각 교과별로 프로젝트수업을 활용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오는 12월1일 프로젝트수업을 활용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수업사례집 도서를 만들어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위한 프로젝트 수업 모형’을 개발해 선생님들에게 공유하고 싶다. 이 수업으로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