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에 보이는 무엇

작년에 영국일간지 ‘데일리메일’에 올라온 기사입니다. ‘꼭 봐야 될 위대한 그림 20선’ 정도 되겠네요. (2014년 11월 8일자. 직접 들어가 보셔도 좋겠습니다. “From JMW Turner to Rembrandt : The 20 greatest paintings in Britain you have to see By MARK HUDSON FOR EVENT MAGAZINE, PUBLISHED : 8 November 2014”)

그림 값이 높은 순서로 소개하는데 1등은 베르메르(Johannes Vermeer)가 그린 ‘기타치는 여인(1672년)’입니다. 1억2천5백만 파운드니까 우리 돈 2천억이 넘네요.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이 화가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애용했습니다.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가 유명합니다. 영화로도 나왔지요. 지난시간에, 눈으로 보는 세상과 달리 카메라에 맺힌 영상은 ‘실재가 아니라 실재의 반영’이란 말씀을 드렸습니다.

베르메르 같은 화가들은 그 ‘반영된 실재’를 다시 붓과 물감으로 캔버스에 재현합니다. 계속 ‘카메라 옵스큐라’를 들여다보면서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들여다본다’는 개념입니다. ‘실재의 반영’과 함께 꽤 중요한 녀석이지요. 마침 기사에 관련 그림이 한 점 나옵니다.

렘브란트와 로드코(현대작가)에 이어 4등에 오른 그림은 ‘얀 반 아이크(Jan Van Eyck)’의 ‘아르놀피니의 결혼(1434년)’입니다. 결혼서약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미술사 시간이라면 빠지는 법이 없는 단골손님이지요. 그림을 둘러싼 재미있는 일화가 많답니다.

그림제작 당시는 유리거울이 막 만들어졌을 때라, 화가(얀 반 아이크)는 그림을 의뢰한 부자 ‘아르놀피니’가 가진 거울에 푹 빠졌습니다. 너무나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물건이었거든요. 거울 속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꼈나봅니다. 그림 속 벽에 걸린 볼록한 거울을 한번 보세요. 그림과는 정반대인 모습이 비칩니다.

예비부부의 뒤편서 바라본 정경을 거울 속에다 그려 넣었네요. 그림을 그리는 방향에서는 당연히 볼 수 없는 모습이겠지요? 원화 전체가 60 × 82.2cm이니 거울은 기껏 스마트폰 크기입니다. 부부가 서있는 방안의 뒤편과 그들 앞쪽으로 좀 더 넓은 실내공간이 보이고, 인물이 두 사람 더 나옵니다. (한명은 화가자신.) 말하자면 ‘결혼식의 증인’인 셈이지요.

헌데 그것으로는 증빙이 부족했던지 거울이 걸린 벽 바로 위쪽에 ‘얀 반 아이크가 여기 있었노라, 1434년’이라고 척, 써놓기까지 했군요. 이밖에도 결혼서약의 상징물은 더 있습니다. 부부의 발 아래쪽 털북숭이 강아지를 포함해서요. 강아지는 당연히 충직함을 나타내겠지요? 나머지는 직접 한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퍼즐놀이처럼 찾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답니다. 다음시간에 계속하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