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수요 많지 않은 지역에 국공립 병설 늘려 학급수만 뻥튀기
교육부 "인구유입 많은 지역부터 설립"...예산, 교원 등 합의는 '아직'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권호영·한치원 기자] 정부와 여당이 25일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는 사립유치원이 강력 반대해온 정책이 총망라됐다. 그 중에서도 핵심정책은 국공립유치원 40%를 1년 앞당겨 내년까지 확충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국공립 학급 500개를 만들 당초 계획에서 더 나아가 내년 9월에도 500개 학급을 추가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요구에 급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요 조사와 입지 선정 등 유치원 개설을 속도전으로 하면 결국 탈이 날 것”이라면서 “사립유치원이 이미 있고, 저출산으로 아이가 줄면서 시설이 비어가는데 국공립을 또 확충하는 게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숫자로만 보면 당장 내년에 국공립 학급이 1000개 늘어나는 셈이지만 실제 수용 원아 수를 살펴보면 의문이 제기된다.

2017∼2018년에도 국공립 유치원은 1만395개에서 1만896개로 501개 학급이 늘었다. 하지만 수용 원아는 17만2521명에서 17만2553명으로 32명 증가에 그쳤다. 유아 교육 수요가 많지 않은 곳에 국공립 그것도, 단설이 아닌 병설 학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방안에는 인구유입이 많은 지역부터 늘릴 계획이므로 올해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면서도 "단설 유치원은 독립 시설이 있어야 하고 규모도 초등 병설 유치원보다 커 용지와 예산 확보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정의 25일 발표에도 이 때문인지 병설 유치원을 우선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또 초·중학교 유휴 교실을 사용하는 병설 유치원 외에 사립 매입형·장기임대형·공영형 사립유치원 등을 늘려 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사립유치원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다.

공영형 사립유치원은 교육부가 지난해 야심차게 준비한 카드였다. 시도교육청이 사립에 공립 수준의 지원을 하되 기존 시설과 인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1곳당 8억원 정도 투자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원을 받으려면 개인이 운영하던 사립은 법인 전환해야 하고, 사업 단위도 3년으로 계속성이 불투명해 시도교육청 참여가 저조하다. 현재 서울 4곳, 대구 1곳 등 총 5곳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교총 역시 공영형, 부모협동형 등을 국·공립 40% 확충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그 실효성 여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교총은 “국공립 40% 조기 달성을 위해서는 부지확보, 시설확보, 교원확보 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학교용지확보특례법에 유치원을 포함시키는 개정안 통과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유치원 부지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건설되는 지역과 대도시 구도심은 초등학교에서 분리해 단설 유치원 확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 동탄초등교 이희주 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공동주택이 건설되는 경우 단설유치원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동탄2신도시 등 경기도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다"며 "구도심 등 초등학교 학생 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든 곳에는 초등학교에서 분리해 별도 단설유치원을 설립하는 방안이 수원, 평택 등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유치원 교사, 신규 부지 등에 들어 갈 예산은 문제가 없을까. 당장 예산권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인사권을 가진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대책 발표까지 기재부, 행안부 등과 교육부는 별도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유은혜 장관의 예비비 투입 언급에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공립 유치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재정 확보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도 “당장은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사립유치원을 옥죄기만 해선 안 된다”며 “사립유치원과 협의를 통해 한발씩 양보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공립 확대로 재정부담은 물론 교육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정호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국공립 유치원을 실제로 연구해 보니 자본 비용과 운영비를 합친 아이 1인당 총비용은 사립의 2배에 달했다”면서 “재정적 측면에서도 부담이며 원아모집 경쟁이 사라져 다양성과 창의적 교육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