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임용 인원 가배정보다 300명 늘어...고시생 '허탈' 반발
청와대 청원인 "정치적 입김 '교사'된 잘못된 정책 바로잡아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하루 2식 이상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들의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경기도 등 일부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2‧3식 학교에 2명의 영양교사 배치 움직임이 일면서 정치적 로비 등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2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교원임용시험 선발인원 공고’에 따르면, 영양교사 선발규모는 412명으로 확정됐다. 지난 7월 각 교육청이 집계한 영양교사 가배정인원이 112명에 그쳤던 것에 비해 300명이나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84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이 42명, 전남이 35명을 선발한다. 서울은 지난해(34명)와 비슷한 31명을, 충남이 33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전예고 당시 5명에서 29명으로, 경기도교육청도 10명 계획에서 74명 늘려 84명 선발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용고시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이 일었다. 국영수 등 주요과목 준비생을 중심으로 반발이 컸다. 갑작스런 비교과 TO 증가 소식에 따른 박탈감과 비교과 영역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비교과 과목은 준비하는 사람이 없어 본래 경쟁률이 낮다. 비교과 때문에 교과 TO가 줄어 드는 것 아니냐” “선생님이 되고 싶어 영어교육과에 왔고 5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이나 영양사 자격증을 따야하나 싶다” “영양교사와 사서교사는 실제 필요한지 여부도 납득이 안된다” 등의 글과 함께 “이제는 ‘국영수’가 아니라 ‘국양수’라고 해야할 판”이라는 자조 섞인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고시생 "국영수 아니라 '국양수' 아닌가"...이상민 의원 "3식 학교 인원 충원해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가세했다. 25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 고교 2001개교 가운데 절반가량인 1039곳(51.91%)이 학교에서 아침·점심·저녁 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3식을 제공하는 학교 1039개교 중 영양(교)사가 1명 배치돼 있는 학교는 794개교라는 자료를 내놨다. 이 의원은 "3식을 준비하는 학교는 1~2식 학교보다 약 2배의 업무 부담이 존재하므로 인원을 추가고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교과 교사들도 SNS 등을 통해 ‘너무 지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교사들에 따르면, 영양교사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원이지 ‘가르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교사가 아니다. 필요하면 영양사라는 행정직으로 더 뽑으면 되는데, 왜 영양교사여야 하는지 당위성이 빈약하다는 설명이다. 교사 정원에 포함돼 1인당 학생 수를 계산할 때 교사로 집계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수업하지 않는 영양교사 대신에 수업, 담임, 학생지도를 하는 교과교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1일 열린 2017 전국영양사대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남긴 방명록. 

교사들 "영양교사는 수업 하지 않는데 왜 교사인 지 모르겠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지난해 한차례 뜨거웠던 청와대 청원 논란에 이어 업그레이드된 국민 청원이 지난 17일 등장했다. 청원인은 “이 청원은 교육현장에서 애쓰는 분들을 향한 분노의 외침이 아니라 정치적 유착관계에 의한 잘못된 입법 건에 대해 사회정의적 측면에서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청원권에 의해 영양교사 제도 폐지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얼마 전 발표된 영양교사 선발 TO가 사전 TO보다 4배로 늘어났으며 8배까지 늘어난 지역도 있다”며 “현재 대다수 급식실에는 영양교사 or 학교회계직 영양사가 있고 이들은 모두 정년을 보장받는 사람들"이라며 "퇴직하는 영양사가 없으면 발령 낼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2식 학교로 발령 내 영양교사 2인 또는 영양사+영양교사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2인 영양교사 체제를 운영한다고 해서 영양교사들이 교사로서 학생들의 교육에 힘쓸지는 의문이 든다”며 “오히려 영양사+영양교사의 이원적 구조로 인해 학교 구성원간 갈등만 훨씬 커질 것이다. 2식 이상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청원인 "정치적 입법 산물...대통령 공약 지키기인가"   

무엇보다 청원인은 영영교사 자체가 정치적 산물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영양사대회에서 영양교사 정원 확보를 약속하고, 유은혜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논란의 교육공무직법안 역시 중심에 영양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청원인은 모든 문제의 발단은 영양사의 영양교사 전환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품위생직인 공무원 영양사→입법로비를 거쳐 교사로 신분전환→영양교사 대부분 2식 학교 업무 기피로 2식 이상 학교에 학교회계직 영양사 대거 채용→학교 현장에서 영양교사와 영양사 간 갈등 발생(왜 동일 노동인데 임금이 차이가 나느냐)→정치권에서 노동문제로 인식하고 영양사를 영양교사 전환 움직임 등은 애초에 영양사를 교사로 전환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영양교사 대량 TO는 현직에 있는 학교회계직(교육공무직) 영양사들을 영양교사로 만들어주기 위한 합법적 절차를 가장한 정치적 챙겨주기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에는 26일 오후 3시 현재 4500여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