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몽둥이로 벌집을 쑤셨다.”

교육부 전직 고위 관료가 사립유치원 사태가 시작될 무렵 이렇게 말했다. 그 때만 해도 ‘너무 심한’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교육부‧교육청-박용진(국회)-한유총(사립유치원)-정치하는엄마들(학부모)의 공방을 보니 나름 깊은 뜻이 담긴 조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론에 떠밀린 교육부는 ‘무관용’ ‘엄정 대응’ ‘처벌’ 카드를 계속 꺼내들며 사립유치원을 겁박하고, 사립유치원은 이 상태론 운영할 이유가 없다며 ‘폐‧휴원’하겠다고 대응한다. 그 사이에서 진짜 엄마들은 당장 내년에 아이를 보낼 곳이 없어질까 ‘걱정’이 늘고 있다.

매일 새로운 대책과 처방을 쏟아내는 교육부(교육청)는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어제(1일)만 해도 ‘처음학교로’ 신청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자 ‘연장’과 함께 ‘원장수당 대폭 경감’이 포함된 서울시교육청의 사례를 공유했다. 조례 탓도 있지만 서울의 참여율이 82%에 가까운 이유를 타 시도교육청도 참고하라는 사실상 ‘압박’이다.

‘처음학교로’ 참여율 5%로 교육부 심기를 불편(?)하게 한 부산교육청은 지난달 25일 감사결과를 공개하며 ‘감사처분을 받았다고 비리유치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의·경고는 단순착오, 업무미숙 등 경미한 사항에 대한 처분’이라는 것도 함께 설명한 것이다. 한유총 비대위는 이런 경우가 실명공개 유치원의 96%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폐‧휴원 시 학부모 2/3의 동의를 얻도록 지침도 개정해 즉시 적용에 들어갔다. 사실상 폐‧휴원 불허 방침이다. 폐원이 늘면, 정부에게 날아 올 화살을 피할 방법이 없으니 급조한 대책이지만, 지침이 법 위에 있지는 않다. 또 하나의 논란만 만든 셈이다.

폐원 의사를 밝힌 청주 유치원에 대해 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은 더 한심하다. 인근 공립 또는 사립유치원에 아이들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인근 공립, 사립유치원 정원을 확인해 본 결과, 분산 배치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인근에 200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수용할 여유가 있어 분산만 할 수 있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대책이 되는 것일까.

사진=유은혜 부총리 sns 

급하다고 막 던진다고 대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공립유치원은 사립과 달리 퇴근이 빠르다. 종일반이라도 오후 4시면 데려와야 한다. 방학도 사립은 1~2주에 불과하지만 국공립은 1개월이다. 졸업도 사립은 1월, 국공립은 12월이다. 국공립 비율이 낮다는 것도 문제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국공립이 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지를 한 번이라도 생각은 하고 내놓는 말인 지 묻고 싶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박용진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의 이달 내 통과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한유총을 세미나 집단 무력화 등으로 고발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유총 토론회에 참석한 원장들의 전언은 “아이들 볼 낯이 없고, 더 이상 기력을 상실해 폐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당국은 한유총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다. 법부터 밀어 붙이겠다는 뜻이다. 한국당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알려진 대로 박용진3법 대안을 준비 중이라면, 머지않아 ‘정쟁’으로까지 발전할까 염려된다.

벌집을 쑤신 몽둥이들에게 묻는다. 법은 통과가 능사가 아니다. 잘 다듬어 제대로 입법하지 않으면 이후 문제가 더 커진다. 학교폭력법처럼 말이다. 지침과 엄정 대응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땜질 처방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정치하는엄마들도 마찬가지다. 국공립유치원 60% 확대를 주장한 장하나 대표는 에듀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공립 1000개 학급을 늘리려면, 교사도 1000명 더 필요한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한유총도 마찬가지다. 문제 있는 벌들을 스스로 집에서 쫒아내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

이제는 서로 좀 차분하고 냉정해 질 필요가 있다. 유치원(Kindergarten), 아이들의 정원이 이렇게 시끄러워서야 교육이고 놀이고 뭣도 할 수 없지 않나. 이성을 찾고, 차분하게 하나씩 풀어 가지 않으면 학부모와 아이들이 입게 될 피해만 커진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한 장관의 취임일성까지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방향’이 맞을수록 ‘속도전’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