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 청소가 싫은 아이, 청소를 가르치는 선생님
[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 청소가 싫은 아이, 청소를 가르치는 선생님
  • 박용광 기자
  • 승인 2018.11.05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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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것'에서 책임을 깨우치는 아이들
청소는 '벌'이 아냐...“책임과 협동을 배우는 과정”
학생이 깨달을 때까지 반복하는 지난한 작업 '교육'

교실이 무너지고 교권이 흔들린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 현장에 사과나무를 심는 교사들의 이야기. ‘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를 통해 들여다 본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부산 금성중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부산 금성고등학교에서 사회교사로 교직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9월, 2010년 6월, 2011년 6월, 2015년 6월 전국 학력평가를 출제 위원이었고, 2018년까지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교육부가 주관하여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집필하기도 했다. 부산광역시 교원 연수원, 경남교육청의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를 출제 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실 청소, 교사의 착각과 자유분방 아이들

아이들에게 청소는 고역이다. 하긴 어른들도 청소를 기쁨이라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신학기가 되어 청소당번을 정할 때면 묘한 신경전이 일어나곤 한다. 어떤 학교는 학생들이 청소당번을 하는 대신 외주를 맡긴다고 하던데, 시골학교 청소는 여전히 학생들 몫이다. 교실이고 복도고 화장실이고. 어디든 학생들에게 청소는 괴로운 일이다. 그러니 청소와의 전쟁은 늘 ‘실화’다.

학급 전체 인원만 계산해 1주일에 몇 명씩 혹은 한 달에 몇 명씩만 정해주면 돌아가면서 자신이 맡은 구역을 자율적으로 맡아 무리 없이 청소가 잘 돌아가리라는 필자의 생각, 그것이 착각임을 알아차리는 데는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의자를 걸상 위에 얹어주고, 자신의 책걸상은 교실 한 쪽으로 밀어주고, 당번을 맡은 아이들이 쓸고 닦고. 그게 뭐가 어려워서!

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늘 상 교사만의 착각이기가 쉽다. 일찍 오는 아이와 늦게 오는 아이가 있으니, 청소를 알리는 음악과 더불어 걸상을 얹고 걸상을 미는 일이 일시에 시작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밀어진 책상이 있고 그냥 교실 바닥위로 나동 그는 의자가 있고, 밖에 안 보이는 곳에 숨어 폰 질하는 아이가 있고, 정해진 곳에서 빗자루로 쓰는 아이가 있고 다른 교실로 놀러 다니는 아이가 있고. 어떤 교실은 청소가 잘 되고 어떤 교실은 청소가 엉망이고. 청소시간의 진풍경인 것이다.

 

청소를 힘들어 한 아이의 ‘속사정’

유독 청소를 힘들어하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분명 청소당번인데 늦게 오는가 하면 교실에 올라가는 시간이 5분만 늦으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폰만 만지고 있기 일쑤였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ㅇㅇ아, 빗자루 저기 있는데!”

청소하란 지적질(?)보다는 낫겠다 싶어 명령 대신 빗자루 저기 있다는 말로 대신해 보지만 급정색에 ‘쌩’ 하고는 빗자루로 춤을(?) 춘다. 빗자루가 휙 휙 날아다닌다. 교실 바닥의 먼지 덩어리를 도리어 이리저리 날리는 꼴이다. 꾹 꾹 참아보지만 더는 봐주기가 어려웠다.

“ㅇㅇ아, 그렇게 하면 먼지가 다시 교실로 다 퍼져 나가지 않니!”

“…”

대꾸도 안 하고 똑같은 행동의 반복이다. 들은 척 만 척!

“ㅇㅇ아, 너 청소 할 줄 모르니?”

“예!”

청소를 할 줄 몰라 그런단다. 고1의 대답이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건데. 속에선 울컥하고 부하가 치밀었지만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ㅇㅇ아, 빗자루 이리 줘봐. 선생님이 가르쳐 줄게, 그렇게 하면 먼지가 다시 다 날아다니거든. 청소를 하나마나지. 이렇게. 이렇게! 자. 이제 네가 해봐.”

하지만 아이의 행동은 그대로였다.

‘휙, 휙!’

반항이었다. 담임교사의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는! 고함을 빽 지르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아이가 아니었다.

“ㅇㅇ이 너 오늘 청소하기 싫구나. 그럼 3층 상담실로 좀 가있을래? 조금 있다 갈게.”

더 아이와 실랑이하는 것은 아이와 교사인 필자 둘 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아이를 상담실로 보내고 교실 청소를 다른 학생들과 함께 마무리하고 숨을 가다듬었다. 고작 두 개 층이었지만 상담실까지 가는 길이 멀었다. 자신이 한 짓이 있으니 밝지 않은 표정에, 야단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이는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

“ㅇㅇ아, 오늘 아침에 무슨 안 좋은 일 있었니? 좀 힘들어 보였거든.”

청소시간 이야기로 채근당할 줄 알았는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오히려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잠시 후 우물쭈물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늦잠 자서 뛰어 왔는데 버스는 놓치고...”

제 딴에 아침에 일찍 오려 했는데, 뭐가 어긋나고 짜증스럽고, 안 그래도 청소는 싫어하는데 교실 청소당번이 되어 하기 싫은 청소까지 하는 마당에 대충 안 넘어가는 담임이 꼬장꼬장하게 잔소리는 해대고. 눈치가 그랬다.

“그랬구나. 그런데 ㅇㅇ아, 너 진짜 청소할 줄 몰라? 모르면 다시 가르쳐 줄까?”

“아니에요, 선생님. 알아요. 아깐 그냥 짜증 나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나도 네가 청소할 줄 몰라 그런다고는 생각 안 했어. 그래. 집에서 조금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뻔했네 뭐. 내일부턴 좀 더 정성껏 해보자. 선생님도 도와줄게.”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교실로 돌아간 아이는 다음날 아침부터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부산 금성고 학생들의 자기 반 청소 장면. 조윤희 교사는 "청소는 책임과 협동을 배우는 과정"이라며 "내가 먼저 솔선수범의 자세로 움직이면 아이들도 따라 움직인다"고 교사의 자세를 강조했다.
부산 금성고 학생들의 자기 반 청소 장면. 조윤희 교사는 "청소는 책임과 협동을 배우는 과정"이라며 "내가 먼저 솔선수범의 자세로 움직이면 아이들도 따라 움직인다"고 교사의 자세를 강조했다.

청소 실명제 그리고 ‘따라쟁이들’을 위한 본보기

애초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전체 교실을 ‘자율적’으로 나누어 청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담임교사가 피교육자의 특성을 잘 못 이해하고 학습목표(?)를 잘 못 설정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한 달 가량의 시행착오 끝에, 교실 구석구석을 아주 잘게 쪼개 구역을 나누고 전체 학생에게 그 작은 구역마다 자신의 담당과 역할을 지정해 주었다. 왼쪽 복도 쪽 유리창 2개는 너, 뒤쪽 교실 문 유리창 두 개와 문틀은 너. 이렇게!

청소가 실명제로 정해지고 자신의 몫이 생기자 게으름을 피우는 아이도 떠미는 아이도 없어졌다. 자신의 몫이 구체화되었을 뿐 아니라 그 의무를 다 하지 않게 되면 자신의 책임이 선명해지는 것도 보게 된 탓이었다. 청소시간엔 노는 아이가 없어졌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교실 전체가 청결하고 쾌적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청소가 벌로 주어지는 불쾌한 장치가 아니라 개인의 책임을 확인하고 전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임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한 번 청소로 인해 필자가 배우게 된 사건이 있었다. 석식 시간 후 저녁 자율학습 시작 전, 자습 교실을 가게 되면 난장판인 교실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각자 다른 학급에서 자습만을 위해 아이들이 모여든 시간이니 자신의 교실도 아닌 그 교실의 청소가 되어있길 바라는 건 거의 교사의 망상에 가까웠다. 자기 교실 청소도 외면하기 일쑤인 아이들이니 그 자습 교실 당번이 누구냐고 외쳐봐야 소용은 없었다.

“얘들아, 청소 좀 하고 시작하자.”

공허했다. 요지부동이었다. 슬슬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기 직전이었지만 다시 한 번 시도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봅시다.”

두 줄로 세우고는 ‘나처럼 해봐라 요렇게!’를 외치고 각자 다섯 개씩만 줍자고 했다. 교사가 먼저 허리를 굽히고 줍자 아이들이 따라 했다. 말로만 휴지를 주우라는 말은 공허했지만 먼저 내가 주우며 보여주고 따라 하라는 말은 울림이 있었다. 그렇게 자습시간의 청소도 직접 보여주며 움직이게 하자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이들은 ‘따라쟁이’들이다. 교사가 하는 대로 따라간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종종 잊는다. 아이들에 비친 우리 모습을 보고서야 깨달으면 늦을지 모른다. 교육은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보여주고 일러주며 함께 가야 하는 지난한 길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변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기어이 보게 되는 행복한 길임 또한 잊지 말 일이다.

박용광 기자  cool4241@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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