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부장→행정실장→교감→교장 등 5단계 결재 거쳐야
관료제 산물...“전결규정 만들어 시스템 반영하면 해결 가능”

사진=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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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볼펜 한 자루도 긴급하게 살 수 없게 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등 사립유치원에서 돌고 있다는 이 문자는 가짜뉴스일까. 아닐까.

유은혜 부총리는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한유총 단톡방에서 돌고 있다는 문자에 대해 “너무 사실과 다른, 황당한, 악의적인 부분까지 포함돼 있어 17개 시·도교육청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실태 파악과 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유 부총리는 “법안(박용진3법)이 통과되면 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이 도입돼 볼펜 한 자루도 긴급히 살 수 없게 된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국 초중고교 교원에 따르면, ‘볼펜 한 자루 긴급하게 살 수 없다’는 내용만 놓고 보면 이 문자는 ‘가짜 뉴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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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교사가 학교에서 필요해 연필 한 자루라도 사려고 하면, 담당자→부장→행정실장→교감→교장까지 5단계 결재를 받아야 한다. 심지어 임의로 교사가 ◯◯으로 지정도 하지 못하고 연필, 볼펜 등 품목만 제시해야 한다.

10만원, 30만원 단위 전결규정이 있는 학교도 있지만, 그래도 교감까지 4단계 결재를 거쳐야 한다. 납품을 하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연필 한 자루 납품하는 데도 서류가 여러 장이다. 긴급하게 볼펜이든 연필이든 살 수 없다.(여기서 긴급하게 살 일이 뭐냐는 딴죽은 걸지 말자.)

교사들이 투명성도 좋지만 이 정도의 자율성, 융통성도 없는 시스템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한국교사학회 최우성 정책실장은 “금액별 전결규정을 만들고 시스템에 반영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결재, 증빙을 챙기는 행정 업무에 교사들의 시간이 허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