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성취 이루려면 그에 맞는 대가 치러야

강명규 스터디홀릭 운영자. EBS 뉴스 캡쳐.
강명규 스터디홀릭 운영자. EBS 뉴스 캡쳐.

요즘 고3 부모들을 만나보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며 걱정을 많이 합니다. 수능 최저를 못 맞췄다는 것은 수능 성적이 좋지 않다는 뜻이니 정시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지요.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기에 대입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가 된 것 같아 허탈한 기분일 겁니다. 수능 채점하다 말고 울음을 터트렸다는 아이들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올해에는 수시에서 정시로 넘어가는 인원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따라 수능성적이 뛰어난 특목고, 자사고, 강남 일반고 학생들의 대입실적이 상승할 가능성도 높지요.

그렇다면 아직 수능을 치르지 않은 고1, 2 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어렵게 공부하자

상담하다 보면 ‘학교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며 쉬운 공부만 고집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입시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어려운 문제까지 풀어봐야 한다고 말씀드려도 한 귀로 흘릴 뿐이지요. ‘너도 역시 뭔가 팔아먹으려고 겁주는 사기꾼에 불과하구나’라는 차가운 눈빛과 함께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수능이 끝나면 저를 원망하더군요. “왜 그때 더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냐”라면서요.

어려운 문제에 끙끙대며 고생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가능한한 그런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은 게 부모의 마음이지요. 저 역시 똑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지금 아이들이 고생해도 흔들리지 않고 밀어올리면 20세 이후에는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편하게 풀어준다면 자식들이 20세, 30세, 40세가 된 후에도 그들의 미래를 걱정해야할지 모릅니다.

입시는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 자체가 무의미해질 때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실력 밖에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실력이요.

▲누적단위로 공부하자

예전에는 고등학교 시험범위가 누적되는 것은 기본이고 선행진도까지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은 시험준비를 위해 지나간 진도 뿐 아니라 선행학습까지 해야했지요. 지금은 선행학습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학교시험에 선행진도 문제나 교과서 수준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지 못합니다. 또한, 시험범위를 누적시키지 않는 고등학교도 많이 늘었습니다.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중간고사 범위를 기말고사 때 출제하지 않는 학교들이 많이 늘었지요.

하지만 모의고사나 수능시험은 누적범위입니다. 그런데 학교시험은 누적되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지 않으세요? 아이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주겠다며 고등학교에서 시험범위 누적을 중단한 것인데 그 결과 학교시험과 수능시험이 따로 노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내신등급이 모의고사 등급보다 낮게 나오는 학교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절대로 재수하지 않을거고 정시로도 지원하지 않을거야, 오직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학생부 전형으로만 지원할거야’라고 마음 먹은 학생들은 학교 시험범위만 맞춰서 공부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적범위로 공부하기 바랍니다. 우리학교 시험만 범위가 누적되지 않을 뿐 모의고사는 계속 누적되니까요.

▲영어, 특히 어렵게 공부해야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하자 전국적으로 영어 학습열이 굉장히 낮아졌습니다. 90점만 넘으면 누구나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니 이처럼 쉬운 시험이 어디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런데 절대평가는 등급산정의 기준을 절대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지 시험을 쉽게 출제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너무 쉽게 출제되어 변별력이 없다고 평가된 2018학년도 수능도 영어 1등급 비율은 10.03%였습니다. 재수생이 포함된 수치니까 고3 학생들 사이에서는 상위 6~7% 실력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2019학년도 수능은 난이도가 더 높아져 1등급 비율이 5%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비율이 4.19%였던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발생가능한 상황이지요.

영어가 절대평가된다는 것을 시험이 쉬워진다고 오해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수능 영어의 난이도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오직 등급산정 기준만 바뀔 뿐입니다.

역설적으로 수능에서 등급부담이 가장 큰 과목이 영어가 될 수 있습니다. 90점은 1등급이지만 89점은 1점 차이로 2등급을 받게 되니까요. ‘설마 우리애가 89점으로 2등급을 받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그런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2등급의 충격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 크게 작용하죠. 영어는 정시모집에서도 등급별 환산점수를 반영하기 때문에 영어 2등급은 정시에 지원할 때도 걸림돌이 될 수 있거든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필수

상담할 때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렇게까지 시켜야 되냐? 난 그렇게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지원할 대학의 수준을 낮춰도 괜찮으실까요?”라고 반문하면 버럭 화를 내지요. 누구나 명문대에 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문대에 가려면 그만한 댓가가 필요하지요. 그게 자본주의니까요.

교육적으로 이것이 맞는지 틀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일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맞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그 대학에 가기를 원하신다면 그만큼 준비를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준비를 해야될지는 내가 가고싶은 대학 수준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다이아몬드와 돌맹이를 갖기 위해 치러야하는 댓가가 다른 것처럼요.

 

# 이 글은 강명규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스터디홀릭'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