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원 서울 성원중학교 교사

 

사진=jtbc캡처
사진=jtbc 캡처

인천에서 집단 따돌림으로 고통 받던 러시아계 다문화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이후 밝혀진 여러 사실들을 통해 사람들은 가해자들의 잔혹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나면 관행적으로 따라 나오는 말들이 있다.

학교교육이 잘못되었다.

학교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가르친다.

학교에서 단일민족, 순혈주의 교육을 중단해야 한다.

대충 이런 말들이다.

하지만 모두 그 동안 학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는 과거 경험담에서 비롯된 말이다.

학교는 이미 1997년 7차교육과정부터 다문화교육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국사'라는 교과 이름이 '한국사'로 바뀌고, 다시 중학교에서는 세계사와 통합하여 '역사'라는 교과로 재통합되었다. 이 과정은 국수주의, 순혈주의적인 역사관을 버리고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한국사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물론 실제 교과서는 한국사 + 세계사처럼 되어버렸지만, 이건 한국사 전공 교수들의 고집 때문이다.

사회 교과에서도 민족주의, 국수주의적 내용은 대거 삭제되었다. 오히려 문화 국수주의, 문화 사대주의를 극복하고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을 얻도록 하는 것을 분명한 목표로 삼고 있다. 나아가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차별하는 것이 다름과, 2세대를 넘어 연대권을 포함한 3세대 인권에 대한 강조까지 오롯이 교육과정에 담겨 있다. 

과거 '특수반'이라 불렸던 학급이 '개별학습반'으로 바뀌었고, 장애 학생들을 일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도록 하는 '통합 학급'이 어렵지만 정착되어 가고 있다.

학교가 혐오와 차별을 막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 못한 것과 ‘혐오와 차별을 재생산 한 것’은 다르다. 혐오와 차별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 받을 수는 있어도, 이 혐오와 차별의 원인제공자로 몰아붙인다면, 이 사회에 대해 항변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 대한 이지메를 이제 멈춰 달라고.

따져보자.

사회시간에 아무리 배워도, 사회라는 교과를 국영수에 비해 쩌리로 만들고, 이과생들에게는 아예 의미 없는 과목으로 만든 것은 학교가 아니다. 학교에서 수능과목 말고 다른 과목은 무시하라고 가르치나? 그런 태도를 학생들은 어디에서 배워왔을까? 학교는 아니다. 그건 가정이며 학원이다.

여러 선택교과 중 하나였던 한국사 과목을 떡하니 수능 필수과목으로 만들고, 다른거 아무리 잘쳐도 한국사 응시 안하면 모든 과목 무효 처리하는 교과 파시즘을 시전한 것 역시 학교가 아니다. 그건 다름 아닌 정부다.

걸핏하면 독도타령에 고대사의 영광을 타령하면서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담론을 펼친 것 역시 학교가 아니다. 문화부 장관, 일부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이다.

그 밖에도 학생들이 갖가지 소수자, 약자에 대한 혐오를 배워오는 곳은 방송 예능프로그램이며 유튜브의 악성 VJ들이다.

이러한 물결 앞에 학교는 너무도 약하다. 이미 대통령에 의해 개혁을 가로막는 적폐로 몰린 교사의 힘은 더욱 약하다. 그 나약함을 질타하라. 아, 그럼 이미 약자를 공격하는 혐오네?

학교는 혐오를 막아야 한다. 힘들어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건 맞다.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질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범인으로 몰지는 말자. 학교가 무력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그 배경을 좀 정리해 달라. 질타를 하던 뭘 하던 그 다음에 하자.

권재원 서울 성원중학교 교사
권재원 서울 성원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