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려제에 바란다] 학교장 종결제 '은폐' 우려도..."경미한 사안 '무혐의' 마무리해야"
[숙려제에 바란다] 학교장 종결제 '은폐' 우려도..."경미한 사안 '무혐의' 마무리해야"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8.11.26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우성 한국교사학회 정책실장/ 경기 대부중 교사

교육부가 지난 10일부터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일 경우 학교장 ‘자체종결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이해관계자 30명으로 구성된 정책 참여단을 구성하고 최근 일반인 10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 진행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에듀인뉴스>에서는 학교폭력 담당 교원 및 변호사, 전문가 등에게 ‘학교폭력 숙려제에 바란다’ 릴레이 기고를 기획,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최우성 한국교사학회 정책실장
최우성 한국교사학회 정책실장

최근 연이어 터지는 학폭관련 사건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인천에서는 학폭피해로 사망한 중학생까지 생겨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9일 교육부는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약 30명으로 구성된 참여단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도 병행한다. 10일까지 토의규칙을 합의하고, 17일부터 1박 2일 동안 참여단의 분임토론, 전체토론, 최종토론을 통해 권고안을 도출하는 방식이며, 일반국민 대상 설문조사도 추진해 교육부가 최종 정책 결정을 하도록 되어 있다.

경미 사안..."학교장 자체종결제, 학생부 미기재 긍정적"

주요 논의 내용은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 차원의 자체종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가해학생 조치사항 중 경미한 사항에 한하여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이다.

지난번 대입제도 공론화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교육부 입장에서는 학교폭력만큼은 최대한 국민 여론과 현장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려는 움직임이라 환영할만하다.

기존 ‘담임교사 해결사안’이 ‘학교장 자체 해결사안’으로 변경되었지만, 피해학생(학부모)이 학폭위를 요청할 경우 반드시 개최하여 처리해야 하며, 학교장 자체 해결사안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으며, 법률상 처분이 아니라 법적인 구속력이 생긴다고 볼 수 없는 맹점이 상존한다.

무엇보다 최근 학폭은 저연령화되고 있고,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모양새이고 쌍방이 한 학교가 아닌 여러 학교에 혼존하고 있어 단독학폭이 아닌 공동학폭 개최 건수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교육지원청이 나서 해야할 일을 가해학생측 학교에서 공동학폭위를 개최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형국인셈이다.

학폭담당교사는 학폭 사안이 발생하면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현장의 학폭담당교사들의 마음은 이번만큼은 제대로된 정책이 반영된 법개정이 되길 바라는 분위기이다. 실제 수많은 학폭 사안을 처리하는 학교와 책임교사는 한마디로 쑥대밭으로 변질되었다. 오죽하면 책임교사가 병가나 휴직을 하고 학부모로부터 소송에 휘말리어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 학교자체 종결제 도입과 학생부 미기재하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경미한 사안을 구분하는 기준이 현장에서 가능한지, 학교자체 종결로 마무리 된 사안이 큰 사안으로 증폭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결국 학교안에서 해결해야 하기에 담당교사의 업무과중을 덜어낼 수 없다는 점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경미한 사안 구분 말처럼 쉽지 않아..."0호 조치 신설해 갈등해소 필요"

문제는 학폭법은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학폭위에 보고하고 개최하여야 하며, 이를 어기는 경우 책임은 결국 교사들에게 전가되어 학교의 교육적 기능이 마비가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학폭사안이 발생하면 학폭위에서 심의하고 처분하지만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재심이나 행정심판 등으로 변질되어 동일사안으로 단위학교는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 반이상 심지어는 졸업때까지 질질 끌어가는 소송으로 전락했다.

이와 같은 모순된 구조는 악법으로 전락한 학폭법의 휴유증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아무리 좋게 법개정이 되더라도 학폭법으로 모두가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오죽하면, 현장교사들은 과거처럼 학폭법이 없는 경우 차라리 초·중등교육법에 정해져 있는 처분으로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아직도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단순한 학생들간의 갈등이지만 학폭으로 신고되어 학폭위 심의를 거쳐 1호부터 9호까지의 처분을 받아야 됐다.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조치가 결여된 학폭 구조상 가해자, 피해자, 담당교사 등 모든 교육 당사자는 전문성이 결여된 학폭위라고 쏘아붙이며 서로 화해나 조정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학생의 장래를 위해 소송도 불사한다.

학폭숙려제의 맹점은 재량권을 부여한 학교자체 종결제가 자칫 학폭사안을 숨기거나 은폐하는 악순환으로 변질될까 의심이 든다. 아예, 1호부터 9호까지의 처분 속에서 교육적인 효과가 없기에 차라리 1호 앞에 0호 조치(교육적 조치로 마무리)를 법개정에서 추가하여 학폭위 심의를 통해 갈등을 해소해 무혐의로 마무리하는 것을 제안한다.

  차라리 1호 앞에 0호 조치(교육적 조치로 마무리)를 법개정에 추가해 

학폭위 심의 통해 갈등을 해소, 무혐의로 마무리하는 것을 제안한다.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학교자체종결제로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님을 그동안의 전철로 확인할 수 있다. 떳떳이 사안을 공개하고 심의해서 진정한 교육적 조치로 0호 조치에 다가갈 수 있다면 은폐나 엄폐가 아닌 진실을 공개하여 학생들의 경미한 갈등은 0호 조치를 통해 서로 회복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심각 사안..."시도교육청차원 학폭 위원회 설치·처리"

학생부 미기재되는 1호부터 3호까지는 학교에서 처리하고, 4호부터 9호까지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지원청 가칭 학교생활갈등회복대책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처리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인천 중학생 학폭피해 추락사’에서 볼 수 있듯이 가해 학생들 중 한 학생은 올해 초에도 폭행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인천 내 공립대안학교로 옮겨 위탁 교육을 받다가 다시 지난 10월에 원적교로 복귀한 것이다. 가해학생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다.

수많은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지만, 일선학교와 교육청은 속수무책으로 사건이 불거져야 땜질식 처방으로 조치하고 있다.

숙려제..."현장 교사 입장 반영해주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육당국은 일선학교에서 묵묵히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학폭담당부장과 학폭책임교사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해주길 요구한다.

매년 업무분장에서 교사들이 0순위로 기피하는 업무가 학폭업무이다. 고경력의 교사들이 맡지 않고 저경력 발령교사, 기간제 교사, 복직교사 등이 맡은 현실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들이 억지로 업무분장 받아 홀로 힘들어하고 괴로워하여도 학교현장에서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려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교사들이 처리해야할 업무인지 되묻고 싶다. 교사들은 본연의 교육 본질에 다가서고 싶다. 진정으로 수업하고 생활지도하고 상담하고 싶다. 학폭사안이 터지면 담임교사는 담임업무도 못하고 수업도 못들어가고 학폭절차상의 수많은 공문과 잡무로 퇴근도 못하고 방학때도 나와야 한다.

교육은 숭고한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일개 학폭담당자라 하더라도 그 교사가 담당하는 학급, 담당업무, 생활지도, 상담 등의 부재로 인해 파생되는 불행한 교육효과를 상상해 봤으면 좋겠다. 교사들도 학폭사안처리없이 평화로운 학교에서 교육본질에 다가서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사학회는 ▲용어 개정 ‘학교폭력’에서 ‘학교생활갈등’ ▲학교폭력예방 승진가산점 폐지 및 상훈으로 대체 ▲학폭책임교사는 전담교사로 수업시수감축 ▲경미한 사안만 학교에서 학폭위 개최 ▲심각한 사안(4호-9호) 지역교육지원청 학폭위 개최 ▲공동학폭위는 지역교육지원청에서 개최 ▲실질적 교육조치는 0호조치 신설 ▲교원학폭배상책임보험 단체가입 등 8가지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제안했다.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저작권자 © 에듀인뉴스(Eduin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