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27일 교섭..."교사 자존감 세우는 것부터 챙기겠다"

“교원노조는 정파싸움을 멈추고 교원의 자존감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전교조는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산별 노조 형식의 교사노조연맹을 만들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교사노조연맹 김은형 위원장은 교원노조의 역할과 책임을 말하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교원이 학교에서 함께 한다”며 “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교섭에 나서려면 각자도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각자가 관할청과의 교섭권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위원회 형식이 아닌 개별 노조를 만들고 이를 묶어 노조연맹을 결성했다. 개별노조는 지역교육청과 교섭하고 연맹은 교육부와 교섭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노조에 대한 갈증이 상당하다. 더 이상 전교조와 교총은 새 시대의 요구를 담지 못한다는 증거다.”

실제로 경기교사노조의 경우 젊은 여교사들이 직접 찾아와 개별 노조를 만들겠다며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설립 두 달 만에 10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그는 교육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교사노조연맹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 설정에 있어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 "싸우는 것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운동의 의미”라고 말하는 김 교사의 목소리에는 교육에 대한,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들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다음은 김은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김은형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사진=지준호 기자
김은형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사진=지준호 기자

첫 교직에서 본 관리자의 부정..."교육운동 시작하게 해"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교직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충격적인 일을 많이 겪었다. 대표적으로 명절에는 교사들이 교장 선생님 집에 가서 돈봉투와 사과상자를 주고 큰절을 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선배들에게 “같은 동료인데 왜 이렇게 해요”라고 하니까 오히려 선배들은 “선배들이 하라면 해라. 관행이다”라며 무시를 하더라.

또 학교신문을 맡아서 만들 때였는데 행정실에서 인쇄를 맡기라는 업체의 견적을 받으니 엄청 비싸더라. 그래서 더 싼 곳이 있다고 하니까 “교장선생님께서 하라고 하는 곳이니까 그냥 하라”고 했다. 뒷돈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 이야기를 하면 웃을 수도 있지만 겨울에 연료도 떼주지 않아서 춥다고 따지면 극기훈련도 하는 데 어떠냐고 말하던 때다. 학교예산을 공개하지 않을 때라서 연료도 떼어먹던 시기이다.

이런 학교 현실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낼까 하고 괴로워했다. 1985년이었다. 그런데 이때 교육운동의 바람이 불어 지하에서 교사들이 모여 공부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했다. 빗물이 새는 지하에서 책을 나눠 읽고 토론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했다. 그게 그당시의 시대정신이었나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교협을 만들고 전교조를 만드는 데 참여하게 됐다.

전교조는 나의 뿌리지만..."조직 변화 어려움 느껴 노조연맹 설립"

▲교사노조라고 하면 전교조를 떠올리게 된다. 새로운 노조를 구성하게 된 이유는?

전교조가 나의 뿌리이긴 하다. 나도 86년부터 전교조 활동을 했다. 수석부위원장까지 하고 구치소도 다녀올 만큼 목숨 바쳐 교육운동을 소중히 여겼다.

나는 교사로서 전문성을 갖춰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과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온전히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는 교육 운동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교직에 남았다.

그래서 국어교사연구회를 만들어 국어교육연구를 했다. 교과연구를 오래 하다 보니 교육부에서 만드는 교육과정에 개입해야 하는데 노조가 아니라 관여할 수 없었다. 연구회는 임의단체이고 전교조와는 별개의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교조에서는 교육과정 개입 문제를 중요 이슈로 삼지 않았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직접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에 노조를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 하면 유아, 초등, 중등, 특수, 사서 등의 개별적인 집단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유럽식 산별 노조 형태를 보고 각각 독립된 노조를 만들어 연맹으로 묶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전교조 설립부터 활동까지 온몸을 던져서 해 왔는데, 전교조를 바꿔 볼 생각은 안 했나.

앞으로 전교조가 교원노조로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생각했다. 우선 정파 싸움을 그만하고 다양한 교원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선 분권화해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교조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별노조안을 생각하고 각 노조를 많이 만들자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결국 위원장 선거에 출마를 고민하고 있을 때 전교조에서 조직분과를 맡아 조직을 개편해보라고 제안을 했다. 큰 뜻을 품고 내부로 들어가 보니 이미 해왔던 방식이 있어서 그런지 각 분야에서 요구가 분출하는데 집행부에서는 무시하고 투쟁적인 이슈 하나만 갖고 가더라.

이런 방식이면 10년을 못 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더 큰 문제는 내가 위원장이 돼도 조직을 바꾸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물러나 멀리서 응원하며 바라봤는데 이후 네거티브 투쟁으로 몰아가면서 교원들이 전교조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투쟁적 이슈 하나만 갖고 가는 집행부, 조직 바꾸기 어렵겠다 생각했다.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교원이 학교에 함께한다.

그래서 산별 노조 형식의 교사노조연맹을 만들었다.

분권형 추구 연맹 "교육부 교섭 주력"...각 개별 노조 "지역교육청에 목소리 투영 노력"

▲지금은 교사노동조합연맹을 결성해 위원장을 하고 있다. 연맹을 소개해 달라.

서울교사노조, 광주교사노조, 전국사서교사노조, 경기교사노조 등 각 개별노조가 교사노동조합연맹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것이다. 연맹 차원에서는 유초중등을 관통하는 일을 한다. 예를 들면 남북교육교류사업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연맹은 정치적 대응이나 언론 대응 관련 일을 하고 각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공통분모를 찾아 교육부와의 교섭 등을 진행한다.

▲개별노조를 모아 연맹체를 만들었는데, 운영체계가 궁금하다.

연맹은 분권형을 추구한다. 어떤 조직이 상층 조직으로서 다른 노조를 제압하거나 리드하지 않는다. 각 노조는 재정과 회원에 있어 독자적이어야 한다. 자기조직의 요구를 챙기면서 공통된 것은 연맹을 통해 관철하면 된다.

하나의 조직이 하나의 위원장이 모든 교육문제에 의견을 낼 수 없다. 조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이슈가 있어 따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또 함께 움직이는 것이 민주시대에 맞는 풀뿌리 노조이다.

우리는 지역 노조를 독자적인 노조로 만들기로 했다. 이미 9개의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 안에 다시 유치원, 초등, 중등, 사립 등의 개별 노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연합의 연합이 된다.

정치투쟁보다 생활밀착형 사안 관철..."교사가 교육의 본질 찾아가는 활동 지원"

▲연맹의 태동은 서울교사노조로 알고 있다. 연맹에서 서울교사노조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나.

나의 주요 활동권이 서울이고 평소에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합심해 지난 2016년 서울교사노조를 출범했다. 연맹 내부적으로 서울교사노조가 산파역할을 한다. 사무실을 내서 거점을 만들었다. 각 지역 노조나 각 단위 노조는 서울교사노조 사무실에 모인다. 서울교사노조가 활동에 있어 다른 노조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활동할 것이다.

연맹뿐만 아니라 서울교사노조에서도 거대한 정치투쟁보다 생활밀착형 사안들을 중요하게 여긴다. 주로 청소예산과 교원 강사비 상승을 말했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문제를 학교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한다. 서울교사노조에서 이를 꾸준히 이야기했더니 예산이 학교별로 내려왔다. 큰 성과다. 내년에도 다양한 종류의 청소예산을 교육청이 약속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교권에 관해서도 다른 공무원과의 차별을 없애달라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현재 교사는 외부 강의 시 경력이 30년이 되어도 6급 이하 공무원 수준의 강의료를 받는다. 이를 변경할 것을 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교사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다.

또한 학교폭력이 무조건 학폭위로 넘어가는 것을 고쳐주길 바란다. 학폭위로 넘어간 사안을 교사가 처리하려면 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된다. 교사가 경찰도 아니고 어떻게 그것을 조사하고 처리할 수 있겠나. 사소한 갈등은 학폭위 개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사서교사나 상담교사보다 돈을 적게 지급하려고 공무직을 둔 것, 

교육부와 교육청의 패착이다. 꼼수가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서울 외 광주, 경기, 경남 등에 지역 지부가 결성됐다. 지역 활동과 전국단위 활동은 어떻게 차별화되나. 각 지역의 주요 활동이 있다면, 서울 외 다른 지역은 아직 교섭은 하지 않고 있나.

간단하게 전국단위는 교육부와 교섭하고, 지역단위는 교육감을 상대로 교섭한다. 교육자치가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사안이 한 지역에서 논의가 되고 관철되면 다른 지역도 해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역 노조가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섭이 상당히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전남상담교사노조가 교육감과 교섭을 했고, 경기교사노조도 26일부터 교섭에 들어갔다.

전국단위는 수능시험 등 입시문제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 전체에 관한 문제에 목소리를 낸다. 중등교사노조가 대표적이며 초등도 결성할 예정이다.

▲사서교사, 전문상담교사 등 직능단체가 조직돼 있다. 공무직과 교사가 섞여 있는 이들 조직부터 노조가 결성된 이유가 있나.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교육부나 교육청의 패착이다. 사서교사나 상담교사보다 돈을 적게 지급하려는 꼼수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공무직들이 세력화해서 현재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태다. 이번에 국가인권위원회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키라고 제소도 했다고 한다.

문제는 공무직들에게는 수업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지금 수업도 하고 나이스에 들어가 생기부도 작성하는 데 모두 불법이다.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교육부가 일을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사서교사와 상담교사에게는 지금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그래서 조직화하는 게 속도가 났다.

사서교사들은 전국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게 최우선 목표이다. 아직도 학교마다 사서교사가 없는 곳이 많다. 경기도의 경우 700명 정도 추가로 뽑겠다고 하는 데 교사가 없다. 그래서 교과전환이라도 해서 뽑으라고 이야기한다.

또 앞서 말한 것처럼 교사자격증이 없는 공무직이 생기부를 작성하는 등 교사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한다. 즉 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다뤄달라는 것이다.

16년 만의 교육부와 노조의 교섭...청소예산, 교사 출장여비 등 교섭할 것 

▲교육부와 단체교섭을 앞두고 있다. 서울교사노조의 교육청 교섭을 보면 교사들에게 현실로 와 닿는 것들이 많았다. 학교청소비가 그 대표적인 것 같다. 교육부 교섭 내용이 궁금하다.

16년만에 교원노조와 교육부 간 단체교섭 본교섭에 임한다. 투쟁하는 것보다는 교육부를 설득해서 현장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려 한다. 아까 이야기한 청소예산 등 교육환경 조성 문제와 교사의 출장여비 등을 공무원 경력의 상당계급표에 준하도록 해 교사의 자긍심을 살리는 것, 사서교사 및 전문상담교사 확대 배치 등 양질의 학교 교육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 있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등교사노조에서 요청한 직원평의회 설치이다. 단위학교에는 사안이 많은데 학운위에서 모든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렇게 빠지는 문제들을 직원평의회를 통해 다루려고 하는 것이다. 학교 내부에서 학교장과 교섭할 수 있는 민주적인 기구를 말한다.

젊은 교사들..."교총, 전교조 등 기존 노조와 접점 못 찾아"  "교내 직원평의회 설치로 학교장과 교섭도 추진"

▲새 교원단체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가 존재하는 것 같다. 교총과 전교조 등 거대화된 조직에서 정작 교사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

그 증거가 경기교사노조이다. 어느 날 젊은 여교사들이 나를 찾아와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평생을 교육운동만 해 온 나도 전혀 모르는 교사들이었다. 알고 보니 온라인상의 여러 카페에서 활동을 하는 젊은 여교사들이었다. 이들은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공무직에서 교사자격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엄청난 분노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했단다.

결국 이들이 경기교사노조를 설립했는데, 두 달 만에 회원이 1000명이 넘었다. 젊은 층은 전교조와 교총 등과 뜻이 맞지 않아 새로운 노조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운동의 진정한 의미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

▲앞으로 교사노조연맹의 방향은 무엇인가.

교육부나 교육청의 정책 설정에 있어 참여를 최우선으로 한다. 정책을 설정하는 데 있어 교육부나 교육청이 오류를 줄일 수 있도록 옆에서 최선을 다해 참여하겠다. 우리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교사들이 교육의 보람을 느끼면서 아이들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길 바란다. 이제 교육운동의 진정한 의미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