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예산 최대 쟁점은 누리과정... 교문위 심의도 못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한다. 종합정책질의와 부처별 심사를 거치며 큰 틀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살핀 예결위가 본격적으로 감액심사에 돌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크게는 국회와 정부간, 쟁점별로는 정부 여당과 야당간 첨예한 예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7월 정부가 제출한 11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가운데 세출부분에서 4750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386조700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삭감액은 이 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정부가 짜온 예산을 감액하지 않으면, 여야가 자신들의 고유 정책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감액심사를 앞두고 여·야간 전운이 고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누리과정 예산 올해도 최대 쟁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으로 인해 해당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의조차 끝내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지방재정교부금으로 해결해야 된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 야당은 보육예산은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며 2조원 이상 반영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심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의지가 강하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만난 '3+3' 회동에서도 국회 정상화의 첫 걸음으로 누리과정 예산 국비 지출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는 국비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교문위에서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공은 예결위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증액 요구의견이 반영돼 예결위로 안건이 넘어올 경우 이 문제로 인해 다른 예산도 발목이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교육부 “시도교육청 재원 부족하지 않아”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4곳이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령상 의무”라며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재정 전문가인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날 “누리과정 예산은 의무지출경비로 규정돼 있다”면서 “내년 교부금과 지방세 전입금이 증가하는 등 수입은 늘고 교원명예퇴직 등으로 인한 지출은 줄어들어 교육청마다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인 재정 여건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 말했다. 재원 부족으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각 교육청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교육부는 2016년 지방교육재정 중 교부금과 지방세 전입금은 3조원 이상 증가하지만 학교 신설 수요와 교원명예퇴직 수요는 1조 4000억 원이상 감소해 재정여건이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시도교육청의 예산 중 약 4조원이 매년 이월되거나 쓰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차관은 “3∼5세 무상 교육·보육의 근본적 취지와 법령상 해석,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유아들이 누리과정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집의 법적 근거와 관련해 이 차관은 "어린이집이 교육감 관할이 아니라고 해서 교육기관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교육을 담당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리과정은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협의해 정하는 공통의 교육·보육과정으로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교육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가 파악한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서울 3807억원 ▲부산 977억원 ▲대구 765억원 ▲인천 1232억원 ▲광주 670억원 ▲대전 550억원 ▲울산 465억원 ▲세종 172억원 ▲경기 5459억원 ▲강원 659억원 ▲충북 824억원 ▲충남 1073억원 ▲전북 782억원 ▲전남 951억원 ▲경북 986억원 ▲경남 1444억원 ▲제주 458억원 등이다. 

◇ 14개 시도교육청 예산 편성 안해 "갈등"

대구와 경북, 울산을 제외한 14개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은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각 시도교육청이 내년에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은 4조44억원이지만, 1조9567억원(본예산 계획)만 예산에 반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내년 예산 중 절반이상(51%)인 2조477억원이 '펑크' 날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도 10일 '2016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어린이집 보육료를 예산으로 편성하면 노후 교육시설 개선을 비롯한 각종 사업을 지원하기 어렵다"며 "내년 누리과정 예산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료 3800억원 전액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올해 6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누리과정의 부족분을 충당했지만, 여전히 보름치(150억원 규모)가 편성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다른 예산의 남는 금액으로 부족분을 충당하면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겠지만, 문제는 내년 어린이집 보육료”라고 강조했다.

경남도에서는 진보성향 교육감과 보수 도지사가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경남교육청이 편성하지 않은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을 경남도가 직접 편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도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교육청에 주는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을 그만큼 줄이겠다는 것이다.

◇ 무상복지 경쟁이 낳은 정책 '누리 과정'

누리과정은 2010년 진보 교육감들의 무상 급식 논쟁 등 무상 복지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면서 도입됐다. 2011년 5월 이명박 정부는 만 5세에 누리 과정을 2012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2013년부터는 만 3~4세로 시행 범위를 확대했다. 당시에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국고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으로 누리 과정 예산을 분담하고, 2015년부터는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세수(稅收) 증가세가 둔화돼 교부금 증가 액수가 예상보다 늘지 않자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교부금 총액이 1조5000억원이나 줄면서 시도교육청의 살림살이가 더 빠듯해졌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교육감들은 "정부의 공약인 누리 과정을 교육청 재정에 떠넘겼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3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중앙정부와 갈등이 본격화했다.

◇ 누리과정 갈등으로 학부모는 '불안'

서울(1377억원)·경기(2382억원) 등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는 약 1조원 규모다. 교육 당국은 내년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약 2조원도 결국 지방채를 발행해 풀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예산을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서로 "예산을 부담 못하겠다"고 버티는 '보육 예산 떠넘기기'가 왜 2년 연속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만 3~5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내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는 누리 과정 예산지원을 받지 못하고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원아들이 유치원으로 대거 몰려 '유치원 취학 전쟁'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해는 이런 사태를 우려한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의 ‘갈아타기’를 예년 대비 약 30% 정도 더 하기도 헸다. 항간에서는 경영위기로 폐업 직전인 유치원조차 ‘대박 났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모든 아동에게 교육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 취학 전 모든 아동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2012년 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했고, 2013년 만 3~4세로 확대됐다. 아동 1인당 유치원·어린이집 비용 월 11만~29만원을 예산으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