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주요교과 1과목 객관식 시험 폐지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내년 2월부터 실시

[에듀인뉴스=박용광 기자] 내년부터 서울지역 중·고교의 서·논술평가와 수행평가 비율이 50% 이상으로 늘어난다. 또 서울 중학생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중 최소 1과목은 객관식 시험을 보지 않는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담긴 ‘학교 수업·평가 혁신방안’을 12일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목표는 △교실혁신 위해 '교육과정-수업·평가혁신과 교사역량 지원' 유기적·체계적 설계 △학교급 간 연계성을 담아 단절 없는 수업·평가 혁신 등이다. 

중·고교의 경우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연계를 통한 과정중심 평가를 점진적으로 확대, 내년에는 서·논술형 평가와 수행평가 합의 비율을 현행 45%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한다. 암기보다는 사고력을 이끌어내는 수업으로 전환시키기는 게 교육청의 목표다. 

중학교에서는 5개 교과군(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에서 학기당 1과목 이상 수행평가 또는 서·논술형 문항만으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 20% 이상을 논·서술형으로 출제하고 논·서술형 평가가 적용된 수행평가 실시를 권장할 계획이다.

또 수업성적관리 관련 지침에 대한 연수 강화, 평가 기준 사전 공개, 연 2회 고사 관련 전수 점검, 학생평가 아카데미 운영을 통한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높여 평가의 공정성·신뢰성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교실 수업을 통해 배움과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학생 진로 맞춤형 교육과정도 확대 운영한다. 이를 위해 중학교 자유학년제를 확대 운영해 2020년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를 전면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 교과시간과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해 진로 탐색 활동을 실시하는 것으로 지필시험을 보지 않고 과정 중심 평가만 한다. 

한 학급의 모든 학생이 한 학기 동안 뮤지컬이나 연극 등 창작활동을 함께 하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은 중학교에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로 시행 대상을 넓힌다. 내년 485개 초중고에서 협력종합예술활동이 실시될 예정이다.

수업방법 측면에서는 △협력적 독서·토론·글쓰기 교육 전 교과에서 운영하며 서울형 메이커 교육을 확대 운영해 창의성·협력·공유 능력을 함양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학생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지금-여기'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현안 논쟁·토론 수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실제 수업을 지원해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업이 이뤄지게 노력할 예정이다.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99개 중·고교에 ‘수업나눔카페’를 설치한다. 교사들이 수업·평가방법을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업·평가나눔교사단’을 운영하고 1대1 수업지도와 전문가 연수도 진행한다.

특히 평가혁신을 3월 신학년부터 적용되기 위해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을 내년 2월부터 모든 초·중·고에서 운영한다. 교육청은 ‘신학년 집중 준비 기간’을 직무연수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미래교육을 위한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과제가 수업혁신”이라면서 “이번 방안이 학생과 교사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정중심평가 문항 개발, 서술형 채점기준 명확화, 평가기준 사전 공지 등 보완해야

◆ 서울교육청 평가방안, 고교교사들 반응은?

고교교사들은 우선 수행평가 성적에 대한 민원 증가를 우려했다. 양적 팽창보다는 난이도를 차별화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과정중심평가 문항 개발, 서술형 채점기준 명확화, 평가기준 사전 공지 등 보완할 점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A고교 수학교사는 “학기말 성적 100점 중 수행평가 40점, 정기고사 100점 만점에 10점이 서술형이었다면 서술형을 20점으로 하거나 수행평가를 45점으로 높여야 한다”면서 “수행평가를 늘리면 민원이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행평가나 서술형 비중을 늘린다고 학생들의 사고력이 자연히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꼭 평가비율 상향 조정으로 이루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B고교 국어교사는 “현행 45%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5%정도라면 변동에 따른 당장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학년 국어과의 경우 서술형평가와 수행평가 합을 작년 45%에서 다면평가와 다양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부터 서술형평가와 수행평가 합을 51%로 상향해 운영해 본 결과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어 “교육청의 의도는 과정중심평가를 토대로 한 학생 참여형 모둠, 토론식 수업 설계를 장려하는 거 같다”며 “옳은 방향이지만 교과 간 특수성을 고려해 강제성 없는 권장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고교 영어교사는 “현재 수행은 30%지만 필기시험의 서‧논술형 문항을 합치면 이미 50%에 육박한다”면서 “서‧논술형을 높이는 것은 몰라도 수행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줄이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논술형을 늘리려면 채점과 루브릭 세분화 등 많은 과제들을 선결해야 한다”면서 “특히 국‧영‧수를 잘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서‧논술 확대가 국포, 영포, 수포를 대량 양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