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종의 덫'에 빠진 대한민국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기고] '학종의 덫'에 빠진 대한민국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8.12.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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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접수된 입시 비리 살펴보니...
'미출석 학생 출석 인정', '학폭 기록 누락과 묵인', '대학 부정 입학', '논문 대필 및 표절' 등 다양
대입 공론화 결과 무시하는 '교육부'..."학종은 대입 공정성 보장하지 못해"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대표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대표

경악 금치 못할 입시비리 제보 사례...중간고사 후 수능일까지 시험일 제외하고 학교 나오지 않은 고3 학생 출석 인정도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은 지난 8일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로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숙명여고 사태를 통해 바라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민낯을 알리고,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이 학종의 덫에 빠져있는지 그 실상을 알리고자 함이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입시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보면 5월 중간고사 이후부터 수능일까지 재수학원에서 보내며 시험일을 제외하고는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고3 학생의 출석을 인정하고, 담임 및 학생부장이 학교폭력 기록을 고의 누락하고 묵인한 행위, 체육 특기자의 대학 부정 입학 의혹, 대안학교 교사의 논문 대필 및 표절 등의 엄청난 비리 사례가 접수됐다. 모두 내신 관리를 위한 사안으로 지나친 수시 확대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비리를 조장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세미나에서 학종 등 수시의 문제점을 발표한 대학생은 교사의 권한 남용, 학교기출 문제를 학원 등 사교육 업체를 통해 접해야 하는 현실, 인맥 부족 혹은 컨설팅 받을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 접하기 어려운 입시 정보, 점수를 부여하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줄을 서야 하는 상황, 고교생활 내내 친구를 경쟁자로 인식해야 하는 현실, 수시 비율 확대와 창의력 증진의 상관관계 미입증, 고교 3년간 최소 12번의 평가로 인한 학생들의 피로감 과다 등 실제 고교 상황을 전해 참석한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세미나에서 교육윤리의 타락을 초래한 학종은 이미 위선의 입시이며, 사교육종합전형이 되었다고 지적한 한 교사의 고백은 학생들을 더 힘들게 하는 학종보다 차라리 정시가 더 낫다고 외쳐온 학부모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국민 목소리 무시하는 무능한 '교육부'

올해 초 국민청원에 학종의 폐해를 알리고 정시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청원이 10만 명을 넘기자 정부는 2020년 대입 전형 발표를 앞둔 시점에 교육부 박춘란 차관을 통해 정시를 확대하라고 상위권 대학들을 압박했다. 서울대는 거절하고 나머지 상위권 10여개 대학은 논술을 줄이는 대신 정시를 소폭 늘리는 결과가 있었지만 문제가 제기됐던 학종은 여전히 2020년에도 확대로 이어졌다.

이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자세가 아니라 6.13지방 선거를 의식하고 시끄러우니 일단 조용히 시키자는 꼼수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2022년 대입개편안의 공을 떠넘기는 모습은 교육부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학부모로서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특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상실감은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정해놓은 답안이 안 나왔나?..."공론화 결과 과반수 넘는 선택 받은 의제 무시"

정시 45%이상 확대, 수능 상대평가를 주장했던 의제 1이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차 범위 내 1위라는 이유로 정시비율은 자기들 마음대로, 수능절대평가는 중장기적으로 다시 논의하겠다는 여지를 남긴 채 공론화 과정은 끝이 났다. 애초부터 정시확대를 찬성하는 70%이상의 국민 뜻을 받아들였다면 혈세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을 일이다.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교육부는 정시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 없는 비율을 제시해놓고, 수시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정시가 늘어나면 우리 교육이 엄청나게 후퇴하는 양 아우성을 칠 빌미만 제공하고 말았다.

숙명여고 사건..."대표적인 학종 변질 모습"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는 학종을 더 확대하고 수능을 무력화하려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되었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기소는 더더욱 당황스러웠을 것이고, 사회적인 파장을 최소화하여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었을 것이다. 숙명여고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학종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질되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한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의 입시 현실을 다시 되돌아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그 원인을 인정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와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그저 자식을 향한 비뚤어진 사랑에서 비롯된 한 개인의 잘못으로 매듭지으려는 것으로 보일 뿐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더 살펴볼 의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불수능으로 인한 혼란을 핑계로 그냥 덮고 가려는 심산인 모양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현 입시제도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의 고통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것인가.

이쯤 되면 교육부가 나서 학종 관련 비리는 더 없는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대상으로 감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대입 공정성 보장 못 하는 '학종', 추상적인 말에 가려 썩고 있는 '학종'

지금의 학종은 ‘우리 아이들의 다양성, 창의성, 종합적 사고를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며, 교육다운 교육, 미래 사회에 적합한 전형’이라는 추상적인 말들에 가려져 뿌리째 썩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오히려 왜 떨어졌는지 왜 붙었는지 묻거나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그저 우리 아이들이 언제까지 성적으로 줄을 세워 대학에 가야 하냐며 입시현실을 경험해 보지 않은 학부모들에게 그럴듯한 달콤한 말로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입시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이다. 잘못된 입시정책으로 억울한 학생들을 계속해서 양성해 내고 있는 이 상황에서 공정성이란 찾아볼 수 도 없는 학종을 계속 고쳐서 가겠다고 한다. 설사 대학만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해주는 길이 아니라 할지라도 자기 아이는 자기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들에게 있어서 대입의 공정성만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개입이나 영향력이 입시의 결과를 뒤엎는 일이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이 더 이상 버거운 일이 아닌 그날이 오길 바란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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