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 꽃다발 대신 라면과 성금 받아 장애인시설 기부
"합창과 자선 행사 결합해 지역에 따뜻함 계속 전할 것"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입니다. 늘 그렇지만 연말에는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로 따뜻한 마음을 느끼려는 기부와 봉사 등 행사들이 늘어납니다. 특정한 시기에만, 아니 올 한해를 누구보다 따뜻하고 알차게 행복과 기쁨을 나누며 보낸 교육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아듀! 2018- 따뜻한 당신’ 기획을 통해 <에듀인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연말이면 작은 온기라도 나누고자 하는 움직임이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길거리에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하고 사랑의 열매가 진행하는 ‘사랑의 온도계'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경기 침체 등으로 올해 기부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있지만, 교육계의 '작은 기부' 동참 발걸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포교직원합창단은 지난 5일 제4회 정기 연주회를 열고 관람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제공=김포교직원합창단
김포교직원합창단은 지난 5일 제4회 정기 연주회를 열고 관람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제공=김포교직원합창단

김포교직원합창단...‘공연’과 ‘자선 행사’ 결합하다

교사 5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김포교직원합창단은 지난 5일 제4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2014년 결성해 2015년부터 매년 정기연주회를 여는 합창단은 이번 공연은 특별히 주변의 불우한 이웃에게도 사랑을 나누는 자선 행사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자선 행사를 제안한 강정훈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단순한 취미활동에 그치는 것을 넘어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을 사랑이 필요한 주변 사람들에게 되돌려주자는 의미로 제안하게 됐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이 소식을 들은 경기도교육청과 김포교육지원청에서도 연주회 홍보 및 성금, 출연 등 좋은 일을 함께 하려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합창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정덕 김포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교사들이 연습에 참여하기 용이하도록 기본 소양과정과 전문 역량증진과정으로 구성된 직무 연수로 운영하고 있다”며 “연습 및 공연을 위해 김포아트홀을 정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김포시와 업무협약도 맺었다”며 합창단 운영 지원에 힘을 쏟고 있음을 설명했다.

관청의 지원과 제안을 등에 업은 합창단 운영진은 곧장 김포자원봉사센터에 문의해 지원할 장애인생활시설을 추천받고, 실제 어떠한 자선 행사를 함께 열지 회의를 열었다.

강 장학사는 “공연 당일 찾아올 지인들에게 축하 꽃다발 대신 라면이나 성금을 받아 기부하는 게 어떨까요”라는 의견을 냈고 회의에 참석한 단원 모두 좋은 아이디어라며 동의했다. 합창단은 이를 ‘사랑의 물품 모으기’로 이름을 정하고 주변인에게 꽃다발 대신 라면이나 성금을 보텔 것으로 독려했다.

김포교직원합창단은 지난 5일 개최한 제4회 정기연주회장에는 크리스마트 트리를 연상케 하는 '라면탑'이 세워졌다. 사진제공=김포교직원합창단
김포교직원합창단은 지난 5일 개최한 제4회 정기연주회장에는 크리스마트 트리를 연상케 하는 '라면탑'이 세워졌다. 사진제공=김포교직원합창단

공연 당일 관람객들이 라면 박스를 들고 공연장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총 55박스에 달했다. 운영진은 이 라면 박스로 로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하는 ‘라면탑’을 세워 장관을 이뤘다. 또 미처 라면을 가져오지 못 한 관람객들은 성금을 건냈다.

기부 활성화를 주도적으로 이끈 조국제 운유초 교감은 “좋은 일에 쓰라며 성금을 건네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우리 단원들도 연주회 전에 각자 성금을 모았는데, 다 합하면 200만원이 넘을 것 같다"며 "라면과 소정의 금액이지만 이웃들이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면과 성금은 지역 장애인생활시설 예지원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합창단이 지원한 예지원은 약 50여명의 장애인이 생활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다. 라면과 성금을 기부 받은 최미숙 예지원 원장은 “합창단과 여러 교육관계자의 도움으로 예지원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따뜻하고 든든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며 “합창단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나눔이 널리 세상에 알려져 고마운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장에서 육아를..."따뜻함 뒤에 숨은 노래를 향한 열정"

“육아를 병행하는 젊은 교사들은 평일 저녁 연습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다. 노래가 좋고 해보고 싶은 열정이 만든 결과다.”

실제 합창단 50여명 중 10여명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이다. 일과 중 학교에서 아이들과의 전쟁을 끝내고 녹초가 된 몸으로 가정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녀도 돌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힘든 환경마저도 그들의 열정을 식히지는 못 했다. 아이들을 직접 합창단 연습장에 데리고 와 돌보면서 연습하는 단원들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공자미 김포 신곡중 교사는 “합창은 많은 사람이 함께 합을 맞춰 공연을 올리는 데 개인적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며 “방과 후에 어린 자녀들을 연습실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자 한 여러 동료 교사들이 있어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동료 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송경업 총괄(경기 양곡초 교사는) 역시 “올해 운영진이 교체됐다. 나 역시 초창기부터 참여했지만 운영은 처음하는 터라 공연자체가 무산될 뻔 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았다"면서 "아이들까지 데려와 연습하는 열정적인 단원들을 보며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려야한다는 일념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며 동료 단원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냈다.

김포교직원합창단 합창 모습. 사진제공=김포교직원합창단
김포교직원합창단 합창 모습. 사진제공=김포교직원합창단

총 80여명이 참여한 김포교직원합창단의 제4회 정기 연주회는 모두가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합창에서 가장 중요한 지휘는 김용 김포아트홀 관장이 설립 초기부터 참여하고 있으며, 9명 정도의 합창 운영진은 휴일 반납은 물론 자비를 털기도 했다.

단원들은 “자아연찬을 위해 합창단 활동을 하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계속 자선 행사와 결합해 지역사회에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안겨주는 합창단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한 목소리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