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성과 발표회
"수강 기회 확대, 진로 고민 도움 등 긍정적인 면 많아"
"진로계획, 과목이해, 상담부족 등 해결 과제도 산더미"

지난 17일 교육부가 개최한 2018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1년차 성과발표회에서 발표를 마친 교사 및 관계자들이 청중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지준호 기자
지난 17일 교육부 2018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1년차 성과발표회에서 발표를 마친 교사 및 관계자들이 청중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지준호 기자

“진로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진로 상담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많았다.” “대학이 고교학점제 선택 고교 학생을 많이 뽑아야 한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운영 중인 연구학교(54개교), 선도학교(51개교) 105개교의 성과발표회에서는 다양한 교사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발표회에서는 대구 비슬고 등 총 5개 연구선도학교의 1년 운영 성과가 발표됐다. 연구선도학교의 성과 발표인 만큼 발표자들은 고교학점제의 안착을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진로 계획 잡지 못한 학생들...“진로 상담 확대 절실”

권미정 대구 비슬고 교사는 “학생들이 진로를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됐다고 하더라”며 긍정적 결과를 전하면서도 “진로관련 전문 상담사 부족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진로 상담을 제공하는 기회가 부족했다.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은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고교 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의식이 성패를 가른다”면서 “선택과목의 양보다 질을 높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승철 수원 고색고 교사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은 과목 선택에 있어 힘들어한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진로를 결정해야 어떤 과목이든 선택하게 되기에 과목 선택 이전에 진로 상담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고, 학생들도 상담이 더 활발히 이뤄지길 간절히 원했다”고 말했다.

수원 고색고에서 실시한 고교학점제연구학교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 결과. 사진=지준호 기자
수원 고색고에서 실시한 고교학점제연구학교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 결과. 사진=지준호 기자

김 교사는 “이러한 영향 탓인지 자체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학생들의 14% 이상은 ‘불만족’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색고의 학생 만족도조사 결과를 보면 과목개설만족 항목에 18.7%, 진로상담만족 항목에 14.8%, 프로그램만족 항목에 14.9%의 학생이 불만족 의견을 표하는 등 운영을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수능체제에서 불안해하는 학부모...내신 잘 받기 위한 과목 편중 현상

서울 불암고와 경남 함안고에서는 학부모의 불안과 학생들의 과목 편중 현상이 일어났다.

안옥현 불암고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많이 받아 학교 부담이 상당했다”면서 “대학이 고교학점제에 대한 긍정적 면을 수용해 입시 정책에 반영해야 학부모의 불안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소영 함안고 교사는 “기숙형 공립고라는 학교 특성상 수능에 집중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많은 과목을 개설해도 실제로는 수능과 연계된 과목을 집중 선택했다”면서 “학생들이 진로희망과목보다 성적중시과목을 선택함으로써 진로탐색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고 아쉬워했다.

교사들은 이밖에도 ▲교실 이동 수업으로 인한 혼선 ▲선택과목에 따라 시험이 없는 학생의 경우 시험기간 출결 및 관리의 문제 ▲교사의 교재개발부담 증가 ▲선택과목에 따른 교과서 주문의 어려움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부족 ▲초빙 강사의 자질 부족 등 다양한 분야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입맛 맞는 학교만 소개...교육부, ‘부정’ 의견 낸 학교 공개 거부

한편 연구선도학교 대상 설문조사 중 소통 협력의 학교문화 형성 부분과 고교학점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질문에는 각각 4개교와 2개교가 부정적 의견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참조)

교육부가 지난 14일 배포한 2015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1년차 성과발표회 개최 보도자료에는 고교학점제 인식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총 6개교가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4일 배포한 2015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1년차 성과발표회 보도자료에는 고교학점제 인식관련 설문조사 결과 에서 총 6개교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처럼 부정적 답변을 낸 학교 공개를 거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조사에 참여했기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2025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2022년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342개교로 늘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저변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