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희 경기 마산초등교 교사 

평창 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팀. 사진=sbs 캡처
평창 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팀. 사진=sbs 캡처

평창올림픽과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올해 평창올림픽이 있었다. 동계올림픽은 세계의 축제이기도 했지만 남북의 축제이기도 했다. 많은 국민들은 김여정·현송월을 비롯한 북한 응원단의 방문에 열광했다. 일각에서는 대결과 분쟁의 역사가 끝나고 남과 북이 하나 된 평화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눈살이 찌푸려질 일이 있었다. 우선, 갑작스레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화를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기존 선수 팀과의 합의가 전혀 없었던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였다. 

올림픽 선발만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고된 훈련을 감내했을 몇몇 한국 선수는 남북 단일팀 결정으로 인해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인스타그램에 강한 유감을 표현한 한 선수는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에게 인신공격을 동반한 강한 비난을 받고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까짓 개인적 사정 때문에 새 역사를 만드는 영광스러운 일을 반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조차 악플 네티즌과 다르지 않은 태도로 ‘애초에 비인기 종목이고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여자 아이스하키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인 권리 침해와 불이익은 사사로운 것인가
정부 여당 지도자들의 논리는 비슷했다. ‘어차피 메달권도 아니라 상관없다’는 이낙연 총리의 말이나 ‘별 것도 아닌 문제로 정부의 노력에 발목이나 잡고 있다’는 추미애 대표의 발언은 남과 북이 친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있어 개인적 권리의 침해와 불이익은 사사롭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태도에 젊은 세대는 반발했다. 고귀한 명분을 내세우며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비인기 종목이거나 메달권이 아닌 것처럼 내세울 것이 부족한 이들은 희생당해도 애초에 잃을게 별로 없어 상관없다는 태도는 젊은 세대가 그토록 바꾸고 싶었던 부패하고 낡은 권력의 모습이었다. 그런 부당한 세상을 바꾸고자 들고 일어난 젊은 세대들의 에너지에 동력을 삼아 집권한 정당이 경제성장과 이윤의 용어를 남북화해와 평화라는 말로 바꿨다고 해서 행위의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젊은 세대의 외침에 정권 지지성향의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보수 정권 동안 통일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북한에 대해 대결적 자세를 가지고 새 역사를 만드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일축했다. 통일교육의 강화에 특정 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동기가 개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통일교육, 동일한 반응만 나와야 하나 
통일 교육이 북한관련 이슈에서 마땅히 동일한 반응만이 나와야 한다는 당위감에서 기인했다면,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한국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획만큼이나 교육에 대한 부당한 정치의 개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획들은 교육이 아니라 제도화된 정치 세뇌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중립한 자주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천명한 헌법과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정신에 따라 학생들을 기르고 키워내야 하는 교사들은 통일 교육에 대해 제대로 돌아보고 어떤 내용들을 어떤 방향으로 가르쳐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북한을 환영하지 않고, 남북공동행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 줌도 안 되는 수구 세력이나 하는 못된 생각이므로, 그런 사상이 새싹으로도 자라지 않도록 완전히 박멸시키고 궤멸시켜야 된다.’ 이런 것은 통일교육이 아니다.

교사는 법령에 따라 교육해야 
교사는 법령에 따라 교육해야 한다. 통일교육의 기본이 되는 법령인 통일교육 지원법을 돌아보자. 통일교육 지원법의 제2조는 통일 교육의 내용을 정의한다. 해당 조항은 1항에서 ‘"통일교육"이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통일 교육의 기본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 의식, 건전한 안보관이 있다고 확실히 명시하고 있다.  

통일교육 지원법 제2조는 ‘통일교육이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말한다’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자. 통일교육은 곧 북한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정당화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화는 김정은 개인에 대한 선전과 미화로 이어진다. 최근 EBS에서 김정은 캐릭터 상품을 내놓고 김정은을 결단력 있는 세계 최연소 지도자로 묘사한 것에서부터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선언 전후로 각급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진 김정은과 북한 체제를 긍정적으로 미화한 교육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만 볼 수 없다. 

평화를 위해 대화의 노력을 지속하는 것과 대화의 상대를 사실과 맞지 않게 미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북한이 김정일 체제의 실패로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김정은이 이전 북한 지도자들보다 외부 노출에 적극적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개방되지 않았으며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빈곤과 비인권적 감시와 강요된 집단생활 속에 살고 있으며, 물질적 대가를 전제로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이 아닌 평화 분위기와 북한의 매력 공세를 그대로 교육 현장에 옮기는 것은 교육자로서 적합한 일이 아니다.

사진=지금서울교육 캡처 
사진=지금서울교육 캡처 

北 비핵화, 인권보다 화해 분위기만 강조해 가르치는 것은 위험 
더군다나 현장은 북한의 비핵화나 위협의 제거, 주민들의 생활 및 인권상의 개선보다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 그 자체를 더 높은 가치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이는 북한과 대한민국의 대결이 마치 싸운 사람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유치한 양비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 동안 북한이 어떻게 침략과 도발, 범죄를 자행해왔으며 그에 대해 우리가 어떤 원칙으로 대응해왔고 지금의 대화 노력은 어떤 현실과 원칙을 바탕으로 추구되어야 하는지 학생들은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무장 독립운동을 한 투사들이 일본군과 싸웠다고 전쟁광이나 일본군과 똑같이 잘못한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유인 것이다.

어째서 통일 교육이 북한 일반 주민들의 생활상이나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역사를 무시하고 북한 체제를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며 맥락과 역사를 떠나 무조건적으로 화해해야 한다, 전쟁은 하지 말자는 식으로 정해진 결론에 짜 맞춰진 활동으로 꾸려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침략에 대한 저항은 나쁜 전쟁이 아니다. 다만, 그런 북한을 바른 길로 이끌도록 노력하자는 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안보를 지키기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까지 냉전적 대결이나 소모적 분쟁으로 묘사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자 통일교육 지원법의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북한의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헌법 10조와 39조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와 지켜야 할 의무가 열거되어 있다. 북한의 주민들은 대한민국 헌법상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빈곤을 강요하고 주민들의 기본권조차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북한 인권운동이나 국제 사회의 노력, 우리 정부의 투쟁이 통일교육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독일도 동독과의 협상에서 끊임없이 주민 인권 의제를 올렸다. 정치적 성과만을 위해서 우리 국민인 주민들의 인권 실태와 고립, 감금의 현실을 외면한다면 이는 헌법에서 정의하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가 의도적으로 무시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평화 통일에의 지향이 원칙의 포기나 전체주의 집단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제사회도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교육해야 
통일교육에 바란다. 통일을 위한 협력과 대화의 자세를 강조하고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정당의 세계관에 입각해 지난 정권에 있었던 일을 무조건적으로 악마화해 북한 정권과 지배자를 정당화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국제 사회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윤리에 근거하여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우리의 안보와 북한 주민의 인권과 경제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을 객관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학생들은 편향되지 않은 정보로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권리가 있다.    

예전 반공교육처럼 무조건적으로 대결 의식과 증오만을 부추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싸우지 않는 것이 평화라며 사실을 왜곡해가며 북한을 정당화하고 감싸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방적인 방향의 사고만을 강요하는 반공 교육이나 다름없다. 진정한 통일 교육은 통일교육 지원법의 정의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소중함과 건전한 안보관에 바탕했을 때에야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석희 경기 마산초등교 교사
박석희 경기 마산초등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