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가적 교육의제: 교육재정, 교육부의 역할, 4차 산업혁명과 교육

에듀인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2019년 국가적으로 다뤄야 할 교육 의제’를 주제로 교육계 인사 좌담을 진행했다. 2018년 교육계는 교육감 선거, 대입정책 변경, 교육부 장관 교체, 사립유치원 문제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이런 이슈들의 해결 과정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이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 육성을 위한 길로 방향키를 잘 잡고 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미래교육을 위해 우리가 꼭 논의해야 할 이슈는 무엇인지, 그 속에서 꼭 다뤄야할 주제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에듀인뉴스, 권재원 교사, 반상진 교육개발원 원장, 박백범 교육부 차관, 박경미 국회 교육위원으로부터 제안 의제를 받아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다. 1편(에듀인뉴스 제안-통일 교육, 저출산과 교육 문제, 자사고 와 사학문제, 권재원 교사 제안–학교폭력)에 이어 2편에서는 반상진 원장 제안-교육재정, 박백범 차관 제안-교육부와 현장의 괴리/교육부 역할, 박경미 의원 제안-4차 산업혁명과 교육에 관련한 내용을 소개한다. 

◆ 패널 : 권재원 교사, 박경미 국회 교육위원, 박백범 교육부 차관, 반상진 교육개발원 원장, 이돈희 발행인/ 사회 : 서정화 논설위원(홍익대 명예교수) 

에듀인뉴스 좌담 '2019년 국가적으로 다뤄야 할 교유 의제'에 참여한 (왼쪽 위)권재원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박경민 국회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 박백범 교육부 차관, (왼쪽 아래)서정화 에듀인뉴스 논설위원,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좌담 '2019년 국가적으로 다뤄야 할 교육 의제'에 참여한 (왼쪽 위) 권재원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박경미 국회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 박백범 교육부 차관, (왼쪽 아래) 서정화 논설위원,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이돈희 발행인.

 

2019년 교육 재정

2019년 소요될 교육재정 확보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으면 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모든 정책은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교육재정 확보가 관건이다. 특히 분야별 예상되는 재정 소요와 확보 방안 그리고 과제별 교육재정 산정 및 투입의 형평성 등을 다루길 바란다.

정화) 교육은 질에 초점을 둬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재정 확보가 관건일 텐데, 2019년 교육재정과 관련해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상진) 대한민국 정부 예산 대비 교육예산은 1990년도에 22.3%였다. 살기 어려웠다는 IMF 때도, DJ 정부 때도 20% 이상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MB 정부부터 16%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2017년 15.4%까지 떨어졌다. 결국 정부예산대비 교육예산이 5% 넘게 떨어진 나라가 됐다. 투자가 굉장히 소홀해졌고 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는 나라가 됐다.

2019년도는 이러한 재정구조를 혁파하는 원년으로 삼아주길 바란다. 재정은 필수적 조건이다. 좋은 말 많이 하지만 재정 투자없이는 절대적으로 교육은 변화할 수 없다. 말로만 하는 게 교육이 아니다. 그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서정화) 교육 예산을 늘린다면 특히 어느 분야에 투자가 늘어야 한다고 보는가.

반상진) 초중등은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 조금만 투자를 늘리면 OECD 평균은 간다. 그러나 고등교육 분야는 절대적 액수가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대학 R&D 분야에 많이 늘려야 한다. 인건비 부분도 늘리는 게 필요하다. 대학은 우수한 교수가 있어야 한다. 학생복지는 국가장학금 때문에 어느정도 완화가 되었다. 우수 교수를 확보하는 인건비와 R&D 분야에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 차원의 R&D 투자는 많지만 정부 수준의 투자는 굉장히 부족하다.

반상진 "정부예산 대비 1990년보다 5% 떨어져..투자 없이 교육변화 없어" 
박백범 "교육부 예산 재검토로 6335억 절감, 사업 통합으로 질적 조정도"
권재원 "교육재정 낭비는 정책사업 때문...교육부‧교육청 단위사업 줄여야"

서정화) 재정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낭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필요 경비 이상의 재정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다면.

박백범) 저성과·유사중복·집행 부진 사업에 대한 양적 구조조정과 함께 질적 구조조정도 병행하여 재정 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2019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모든 재량지출 사업의 재검토 및 재정사업 자율평가를 통해 우선순위가 낮거나 성과가 부진한 사업의 예산을 축소․폐지하는 6335억원 규모의 양적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대학의 역량 강화 및 총체적 자율 혁신 지원을 위해 ACE+, PRIME 등 기존 사업을 통합하여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확대·개편하는 등 질적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권재원) 교육재정의 낭비는 무엇보다도 정책사업에서 비롯된다.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뭔가 실적을 남기고자 하고 사업을 편성한다. 그러나 공교육 실적의 대부분은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만으로 드러나야 한다.

안 그럴 거면 애초에 교육과정이 왜 필요한가? 교육과정 플러스알파를 추구하면 안 된다. 그런데 자꾸 추구하는 까닭은 교육과정의 실적은 단위학교, 교사들의 몫이 되지만 그 알파는 입안하고 기획한 담당자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 교육청에서는 자꾸 이 플러스알파에 매달리게 된다. 결국 단위 학교에서는 오히려 재정이 부족하고,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교육부, 교육청의 정책사업을 받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알파의 사업은 교원의 잡무 증가로 귀결되기도 한다.

서정화) 무상급식을 넘어 내년부터는 무상교복까지 대부분 실시된다. 정부는 보편복지로 정책 초점을 맞춰가고 있는 데, 복지 때문에 소외되는 교육경비는 없나.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에 대해 말한다면.

권재원) 무상 시리즈가 이어진다는 평가는 과도한 부분이 있다. 교복 같은 경우 서울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경기도 등에서 올해부터 진행되는 수준이다. 또 급식의 경우도 고등학교는 이제 시작이다. 이 문제는 의무교육의 한 부분으로 봐야한다. 9년간의 의무교육은 본인의 희망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받아야 한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그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법에 정해 놓은 것이다. 이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군인들에게 무상으로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박경미) 보편적 교육복지로 정책의 방향을 가지고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아동수당을 예로 들면, 당초 보편적 복지로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가 아닌, 소득·재산 하위 90% 가구에만 지급하게 되었다. 결국 지급제외대상인 10%를 선별하기 위한 행정비용이 1,600억원으로 들었다. 100% 주는데 드는 예산 1,230억원보다 더 들게 되고, 탈락자 3,400명을 선별하기 위해 각 가구원 113만명의 소득을 조사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야당에서 입장을 번복했고, 결국 내년부터는 보편적 복지로 가게 된 것이다.

권재원 "초중등교육은 의무...당연히 무상으로 의식주 제공해야"
박경미 "보편적 교육복지 타당...선별 복지 행정비용만 더 들어"
반상진 "미국도
 무상 대학등록금정책 확산...참고할 시사점 많아"

반상진) 현재 시장경쟁체제가 주도하는 미국의 고등교육도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 ‘무상 대학등록금 정책’이 확산하는 추세이다. 이를테면, 2017년 1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주 공립대학 등록금 면제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를 통해 가구 연 소득이 12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 이하인 경우 뉴욕주립대와 시립대,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 입학생에게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사립대학인 뉴욕대학교(NYU)에서는 2018년 9월 가을학기부터 의대에 진학한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들의 등록금 전액을 면제(Free Tuition)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대 의대 신입생들은 학부 4년과 대학원(MD 프로그램) 3년 등 모두 7년간의 의대 교육 과정을 무료로 다니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서 2018년 11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존스홉킨스대학교에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자계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재원으로 18억달러(약2조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대학은 학비지급 능력과 관계없이 우수 학생을 입학시키는 ‘니드 블라인드 어드미션’ 제도를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고등교육의 무상화 현상이 확산하는 이유는 교육 양극화 해소가 국가적 의제로 주목받았고, 동시에 미래 사회변화의 핵심동력인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예에서 많은 시사점을 가져오길 바란다.

교육부와 현장의 괴리/교육부 역할

내년에는 ‘교육부와 현장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다루어보려 한다. 정부(교육부)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을 만들어도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2019년 교육부와 현장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정책 발굴, 정책결정, 집행, 평가 및 환류단계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교육부가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했으면 한다.

또 지난 한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등을 놓고 교육부 역할 범위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시도교육감이 권한 이양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논의해 봤으면 한다.

서정화) 현장에서는 감독기관의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말한다. 행정적인 업무 또한 과중해 가르침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면 2019년에는 감독기관 규제의 적정선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겠는가.

반상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개혁 의제 중에 하나가 교육지배구조 개편, 즉 교육부의 많은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교육자치, 나아가 학교자치의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탈정권적 차원에서 국가 교육정책의 큰 틀을 마련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도 중요 의제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교육지배구조 개편 방향에서 유초중등교육 영역은 대부분 시도교육청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고등 및 평생교육 영역은 교육부에서 집행 권한을 가져간다는 취지다.

교육현장에서 교육혁신정책이 제안되는 상향식(Bottom-up) 의사결정구조가 실현된다면,

교육부와 교육현장과의 거리는 당연히 문제 될 것이 없다.

유초중등학교와 대학 등 거대한 규모의 학교들을 교육부가 총괄하는 구조에서는 통제와 규제 중심의 행정 권한이 집행될 수밖에 없다. 개인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하여 학교현장의 역량을 이제는 중앙정부가 인정하고 그들에게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
박백범 교육부 차관

박백범) 학교와 학생을 지원하는 관점에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역할과 기능이 정립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교육복지’, ‘학생건강 및 안전’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청은 지역수요와 특성을 기반으로 학교의 발전과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정책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고 불필요한 국가적 규제와 사업 등을 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특별교부금 비율을 4%에서 3%로 축소하였으며, 시도교육청의 조직운영 관련 자율권을 확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7년 12월부터 시도교육청으로의 권한배분 우선정비과제 75개를 정비하고 있으며 2018년 12월부터는 추가과제 36개 정비에 나섰다.

다만, 교육부의 권한이양이 교육감의 권한만 강화하고 학교는 업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선, 학교가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학교행정에 대한 폭넓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교가 자율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는 것과 동시에 학교의 행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반상진 "학교에 자율적 권한 부여하고, 그에 대한 책임 부과해라"
박백범 "교육부는 학교·학생 지원, 교육청은 지역수요·특성 반영"
권재원 "현장과 관청 괴리 타파...'교사=전문직' 인식에서 시작"

권재원) 교육부는 자신의 위치에 맞게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고 믿는지 되묻고 싶다. 요즘 교사들에게는 사회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그 위상과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엄청나게 많다. 실제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까? 학생중심 교육을 말한다. 교실에서 무게중심이 학생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렇다면 교육부 역시 권한을 내려놓고 달라진 위상을 받아들이고,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전문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즉 해야 할 일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 안 되는 일만 지정하고 그 밖의 것들은 모두 재량으로 넘겨주어야 한다. 그래서 하라고 한 일을 했는지 일일이 체크하기 보다는 충분한 자율권을 주고, 간혹 발생하는 현저한 오류나 비리만 엄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

현행 제도는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해야 할 일을 지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교육을 하라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지정하는 규제는 과실과 비리를 구별하지 않는다.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교사일수록 그물같이 짜인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빼먹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답답하고 타성에 젖은 교사들은 매뉴얼 체크리스트만 수행하고,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교사들은 그 이상을 수행하려다 오히려 매뉴얼에 나온 것을 빼먹는 경우가 생겨 감사 지적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규정이 복잡하고 많은 것은 마치 너 한번 걸려봐라 하고 그물을 치는 것과 같다. 해야 할 일은 재량으로 맡기고 다만 해서는 안되는 일, 즉 비리나 중과실에 해당되는 것들만 지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21세기에 걸맞는 관리감독이다.

물론 관료들은 이를 거부할 것이다. 규제의 목록이 길면 길수록 관리감독이라는 명목으로 휘두르는 권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지금 거의 모든 부처에서 혁신이 좌초되고 있다. 규제를 권력으로 생각하는 관료들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정화) 교사의 기를 살려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교사의 자긍심을 살리는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반상진)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는 물론 교육의 내용, 교수학습 방법, 교육평가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은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아닌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일부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학교폭력과 교권, 학생인권 사안을 담당하는 부서 설치를 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고, 교원배상책임보험 가입, 교사학습연구년제 확대 적용 등 최소한의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박경미) OECD ‘국제 교수-학습조사 연구(TALIS)’의 2013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교 교사의 20%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고 있다. 교사의 자기효능감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첫째로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교사의 자율적인 전문성 개발을 위한 교사학습공동체 지원도 필요하다. 둘째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각종 업무로 소진되거나 교권침해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이를 호소하고 해결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권재원) 현재 교사의 사기는 역대급이라 할만큼 땅에 떨어져 있다. 공동 교육자에서 ‘악성민원인’으로 돌변한 학부모, 산업사회에나 적합한 세세한 규제와 관리감독을 놓지 않으려는 교육관료 체제, 그러면서 ‘창의융합교육’을 하라는 모순적인 요청이 쏟아지는 것이 이유이다.

우리의 세밀한 규정과 지시에 따라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교육을 하라,

단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이나 문제는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가 교사가 느끼는 교육관청의 모습이다.

말하자면 동그란 네모를 만들어라, 네모난 바퀴를 단 수레를 굴려라라는 요구인 셈이다.

교사의 사기는 자신이 존중받고 믿음받고 있다고 느낄 때 올라간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로서 믿음이 중요하다. 가령 3월 2일에 바로 수업할 수 있게 2월중에 교육과정 편성을 완료하라는 요구는 타당하다. 그런데 그걸 학교교육과정 확정일을 2월 28일 전에 완결하도록 하라고 정하는 것과 2월 중에 의무적으로 5일간 출근하여 학교교육과정을 완결하도록 하라고 정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 당연히 후자가 사기를 땅에 떨어뜨린다.

또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양한 수업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있는데, 정부에서 앞장서서 수능 정시 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런 노력이 한 순간에 조롱받는 느낌을 받는다.

권재원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권재원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교사 연구실을 제안한다. 교무실은 휴식도 연구도 상담도 할 수 없는 공간이다. 여기는 그야말로 일반 행정사무를 처리하는데 맞춰진 공간이며, 교사들을 몰아넣고 감시하는 일에나 적합한 공간이다. 작더라도 자신만의 연구공간이 주어진다고 한다면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도 높아질 것이다.

중등의 경우 교과교실제를 전면화하여 교사 1인당 1개 교실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교과교실을 시행하는 학교에서도 교무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교사들은 계속 관료제 조직의 말단공무원 의식밖에 가지지 못할 것이다.

교사는 교무실이 아니라 교실로 출근해야 한다.

교장, 교감, 부장을 향해서가 아니라 학생을 향해 출근해야 하며, 가능하면 아이들만 보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컴퓨터 모니터가 아니라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선생님을 아이들에게 돌려 드리길 바란다.

박백범) 교권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원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에서는 교권침해 예방교육 강화와 피해교원에 대한 상담과 치료 등 지원과 함께 일상적인 교육활동 중 도움이 필요한 경우 상담․조언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16년 시범운영을 거쳐 ’17년부터 전체 시도교육청별로 교원치유지원센터를 통해 심리치료·심리상담·법률자문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20일 국회 통과한 이른바 교원지위법 개정안의 현장 적용을 서두를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피해교원에 대한 보호조치 내용 구체화, 피해교원에 대한 관할청의 보호조치 비용 부담 및 구상권 행사 등,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학급교체, 전학 등 단계적 조치근거 마련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4차 산업혁명과 교육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를 수식하는 형용사처럼 쓰여고 있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란 어떤 시대이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무엇인지 고민과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단순한 신기술의 출현이 아니라, 이들 기술혁신이 가져다줄 미래사회에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학교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변화를 대비한 준비가 절실하다.정부에서도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가교육회의를 대통령직속기구로 두고 있고, 교육부에서도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해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정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도 입시위주 주입식·암기식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바른 인성을 가진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거시적 담론에서 벗어나 4차산업혁명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2019년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의제로 제안한다.

서정화) 4차 산업혁명이시대, 주입·암기식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교육 방법과 평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교-수-평(교육과정, 수업, 평가) 일체화를, 또 일부 시도에서는 IB(국제 바칼로레아)를 도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방법, 평가에 대한 고견이 있다면 제안해달라.

박백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아닌,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울 교육방법과 평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래사회에는 지식을 많이 습득하는 것보다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어진 환경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육부는 토의·토론 학습, 협력 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교실 수업을 개선해 나가고 있으며, 평가 또한 기존의 서열과 결과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서‧논술형 평가를 포함한 과정중심 평가로 전환함으로써,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교사의 수업과 평가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실습 중심의 맞춤형 연수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업 자료 및 평가 도구를 제공하고, 연구학교 및 교사연구회 지원을 통해 우수 사례를 발굴하여 보급하고 있다.

반상진) 우리는 오늘날 시대적 격변기에 서 있다. 4차 산업혁명, 인구절벽, 초연결사회의 변화 물결은 교육계에 대한 혁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새로운 미래 사회를 긍정적으로 조망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출산 현상으로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이는 생산성 감소, 소비 위축, 그리고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이다.

그리고 인공지능(AI) 등 기술진보와 초연결사회로의 진입도 일자리의 감소와 계층간 격차 증대, 저성장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을 중장기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교육투자를 통한 21세기형 인재양성이 주요 국가 전략으로 주목받아야 한다.

이러한 미래 격변기를 맞이하여 협력적 네트워크형 인재상 정립, 그와 연계된 교육내용, 교수학습 방법, 교육평가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른바 협력적 학습생태계 구축을 위한 연구와 실천전략을 시급히 마련하여 미래를 심각하게 대비해야 한다.

권재원) 핵심은 불확정성이다. 학생들은 이제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교육은 확정성을 전제하고 있었다. 살아갈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으며 배우고 익혀야 할 지식과 기능도 어느 정도 정해 있다. 그래서 지식과 기능을 전수(Transfer)하고 그 전수가 잘 되었는지 시험을 쳤다.

하지만 불확정한 미래에 대처하려면 특정한 지식과 기능을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 장차 어떤 지식과 기능을 배워야 하는지, 그걸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역량이다. 역량은 실제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학습전략을 세우고 해결책을 고안하여 실행해보는 과정, 즉 많은 경험을 통해 확장된다.

따라서 미리 정해진 학습목표, 미리 정해진 학습내용, 미리 정해진 평가 요목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다. 학습의 목표는 학습의 과정 속에 바뀔 수 있어야 하며, 학습의 내용 역시 학생의 상황,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어야 한다.

‘시험’이라는 평가 방법 비중은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고,

학습 결과가 아닌 학습의 과정에 대한 질적인 평가가 상당 수준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물론 질적인 평가지만 평정척 등을 사용하여 얼마든지 계량화 가능하다. 객관식 시험처럼 정밀한 수치화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등급제는 가능하다. 등급과 교사의 서술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걸 외부에서 정할 수는 없다. 학습목표도, 학습내용도 교사와 학생의 구체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역시 일련의 과정을 마쳤을 경우 학생이 도달해야 할 역량의 수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그리고 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학습의 과정과 내용은 현재처럼 매 차시 단위의 내용을 일일이 정해 놓을 것이 아니라 학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수-평 일체화는 꽤 의미 있는 시도이다. 단, 그 일체화는 최종적으로 일체화 되는 것이지 교육과정이 먼저 정해지고 수업과 평가를 거기에 맞추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 교실 상황에 따라 교육과정이 수정되고 거기 따라 당초 계획한 평가도 수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IB의 경우, 일부 의미 있는 부분도 있지만 논술 역시 시험의 일종이며, 창의융합적인 수업이 논술과 토론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갈수록 중요해지는 미적, 감성적 역량 부분이 취약하고 지나치게 주지적인 영역에 치우쳐 있어 유럽식 분리형 학제에 어울리지 인문고가 아니라 일반고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중등교육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 교육이 국제적으로 볼때 그렇게 사대주의적이 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박경미 국회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
박경미 국회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

박경미) 4차산업혁명의 기수를 자임하는 세계 주요국들은 교육혁신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핀란드의 통합수업과 미국의 메이커 교육 등 교육과정과 방향의 혁신은 물론, 지능정보기술발전에 대응한 일본의 로봇 활용 소프트웨어 교육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국의 다양한 평가 방식 등 교육의 다양한 측면에서 미래 인재양성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면 기술 발전도 사회 혁신도 이끌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교육혁신을 통해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4차 산업혁명사회에서는 온·오프라인 교육의 결합과 확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활용, 첨단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교육방법·평가 등을 통해 교육의 내용과 방법·평가에서 제도의 유연화, 교육의 개별화·맞춤화, 교육기술의 첨단화가 이뤄질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를 단순히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교과적 지식을 습득 암기하고 평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하나의 예로, 4차산업혁명 시대를 구체화 할 기술의 원천이자 창의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과학과 수학은 단연 미래사회에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과 수학이 여전히 학생들에게 어렵고 따분한 과목으로 여겨지는 것은 현재의 과학, 수학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미래 사회는 물론 현재의 삶과도 유리되어 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20대 국회 입성 후, 미래 사회를 대비해 어떤 핵심역량을 갖추게 할 것인지, 이를 위해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교원 양성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푸는 것이 숙제였으며 내용과 체계를 정비해 ‘과학·수학·정보교육진흥법’을 제정했다. 이른바 ‘한국의 STEAM법’, ‘알파고법’이라 불리는 ‘과학·수학·정보교육진흥법’은 과학·수학·정보교육의 융합을 통해 우리 아이들 모두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실 현장의 변화를 든든하게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이처럼 새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시스템 마련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과 전략을 발표한 바 있고, 4차산업혁명시대 인재양성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과 학교 현장 적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주요국들의 교육혁신 동향과 정책분석을 통해 하나의 담론을 넘어 구체적인 미래 교육의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나갈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시스템과 학교 현장의 변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학생들의 중요한 배움의 터인 학교가 미래 지향적인 모습으로 변화해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미래교육 정책 방안을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정화 에듀인뉴스 논설위원
서정화 에듀인뉴스 논설위원

서정화) 바쁘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 내주어서 감사하다. 통일교육을 비롯해 저출산, 자사고, 4차 산업혁명 등의 문제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일들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다 같이 해나가길 바란다.

2019년도에는 더 질 높은 교육, 다 함께 가는 교육, 경쟁력있는 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운용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물론 고등교육까지 국가 발전을 견인하고 지원하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운용의 합리화, 교육연구의 선진화, 법적 제도적 측면의 지원 기능 강화 등 실질적인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오늘 교육 현장, 교육부, 국회,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 참석했는데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이 구축되고 운영될 숴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여길 바란다. 황금돼지띠의 해인 2019년에 건강하고 행운과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