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3~6학년 수학·과학‧사회 교과서 검정제 도입
교과서 재구성 일반화...검정교과서 의미 없어
"현재 예체능 검정교과서 문제점부터 살펴야"

초등교과서 자료사진.
초등교과서 자료사진.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초등학교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2022년 전환된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초등 교과목 중 수학·과학‧사회 교과서 발행 체제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꿀 계획이다. 초등 3~6학년에 적용된다. 초등 1~2학년 전과목, 국어 및 도덕 등 기초‧기본교육, 국가 정체성 관련 교과는 현행 국정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는 예·체능과 영어를 제외한 국어·수학·과학·사회 등은 국가가 발행한 하나의 교과서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 발행 체제가 검정으로 바뀌면 민간 출판사에서 개발한 교과서를 선정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검정교과서는 과목에 따라 적게는 2종에서 많게는 수십 종이 개발되기도 한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교육부는 2020년까지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2021년부터 검정기준에 맞춰 개발된 교과서들을 심사, 2022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골라서 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 주도의 교과서 발행이 시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고교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에 맞춰 초등 교과서도 좀 더 자유를 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초등 검정교과서 체제 전환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단일 국정교과서와 달리 출판사 경쟁을 통해 채택하게 되므로 교과서 질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교육부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초등교과서 검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검정교과서들의 문제점 개선 없이 검정교과서를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현재 초등 검정교과서는 집필기준이 매우 세세해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캐릭터를 보고 교과서를 고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교과서를 선정하는 비용, 교과서 값만 올려놓았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판사들의 참고서 시장만 키웠다, 음악이나 체육 등의 경우 집필진이 작곡하거나 개발한 내용 등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되는 사례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도 교과서를 재구성해 가르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데 검정제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초등도 인정제, 자유발행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발행제는 검인정 교과서보다도 정부 승인과정을 대폭 줄여 출판사나 집필진의 권한을 늘려주는 제도다.  

반면 자유발행제나 검정제 등에 앞서 현실 직시가 먼저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정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경기의 한 초등교장은 “편수작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해야 한다. 자칫하면 교육부의 일 떠넘기기가 될 수 있다”며 “교과서 작업은 많은 인력이 모여 일관성, 체계성 등을 논해야하는데 검정교과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검정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대구의 한 초등교사는 “현재 검정교과서 체제에 대한 문제점들이 공론화 되거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검정제 확대보다는 교과서 재구성 등 교사 자율권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참여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과서 자유발행제는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초등의 경우 검정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과제라고 밀어 붙이기보다 시간이 있으니 현장 의견을 좀 더 수렴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