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혁신학교 학업성취도 향상도 일반학교보다 높다"는 인터뷰
박제원 "일반적인 사항 아니며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취지 왜곡"

혁신학교 성과분석 보고서 

혁신학교 성과분석 연구자료..."혁신학교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해"

작년 말 ‘세계일보(12.17), 오마이뉴스(12,18), SBS(12.23)’는 기존의 ‘혁신학교 학력저하론’을 뒤집는 ‘혁신학교의 성장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1일 ‘news1’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혁신학교 학력저하 논란에 대해 “데이터가 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혁신고교를 비롯한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주장과 관련해 뚜렷한 증거나 데이터는 없으며 학력저하 주장의 근거 자료는 비교 조건에 대한 아무런 보정 없이 단순하게 비교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도가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전국 모든 학생의 자료를 분석한 것이어서 신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언론매체나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해 작년 7월에 나온 ‘혁신학교 성과분석 연구자료(연구책임자 서민희)’를 근거로 말하지만 보고서 전문을 보면 한 사례에 불과하다. 즉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보다 높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혁신학교 전반에 걸쳐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연구는 표본을 정해 회귀 분석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아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그처럼 말하고 보도하는 것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취지를 왜곡할 수 있으며

혁신학교에 대한 국민적 착시효과로 교육혁신에 약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취지는 경기도를 대상으로 혁신학교 정책 도입 시기의 혁신학교와 확산 시기에 혁신학교 정책을 도입한 학교들의 특성을 검토하고 혁신학교 도입 이후에 학업성취도 및 정의적 특성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2009년 혁신학교 코호트(혁신학교 경험 집단) 및 비교집단에 대해 특성연구를 했는데 6개의 혁신중학교와 한 번도 혁신학교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일반 중학교를 매칭 학교로 정했으며 그 학교는 대체로 중소도시에 소재하는 소규모 학교-교사 수에 대한 전체학생수의 평균은 비 혁신학교가 혁신학교의 2배-였다.

인지적 영역에서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중학교 3학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를 고려하였으며 2009∼2016년까지의 7개 년도의 경기도 지역의 학교 평균 결과를 산출하여 분석단위로 활용한 종단연구였다. 각 연도의 성적은 T점수(평균50, 표준편차 10)으로 전환하여 사용하였다.

조사연구결과 일반학교와 혁신학교의 국어, 수학, 영어 T점수 평균의 변화추이는 [표]와 같이 나타났다.

[표]2009~2016년 국어, 수학, 영어 T점수 평균: 2009 혁신중학교 비교집단
[표]2009~2016년 국어, 수학, 영어 T점수 평균: 2009 혁신중학교 비교집단

언론매체는 보고서에 나온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국어, 영어, 수학에서 2009년도 성취도 평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극은 줄어들고 혁신학교의 성장세가 컸다. 즉 국어, 수학, 영어 세 과목 가운데 국어, 수학에서 혁신학교의 성장률이 일반학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는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고 조희연 교육감도 마찬가지로 인용했을 것이다.

'혁신학교 점수성장률이 더 높다'고 일반화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

그렇지만 연구과정을 보면 사례조사를 넘어 “혁신학교의 점수성장률이 더 높다”고 일반화하기에는 지나치다.

첫째, 혁신학교에 대한 비교집단을 ‘지역규모’, ‘설립유형’, ‘학교성별’, ‘총 교사 수에 대한 총 학생 수 비율’이 유사한 집단으로 정했지만 ‘교사 수와 학생 수가 유사한 집단 대신에 ‘총 교사 수에 대한 총 학생 수 비율’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혁신학교 코호트와 매칭학교 집단이 비율적으로 유사하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교사 수와 학생 수가 적은 집단이 성적향상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집단이 학업성취도에 긍정적이라는 연구조사보고서는 상당할 정도로 많다. 교사가 교육과정 및 수업 평가에서 집중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혁신학교가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학교에 비해 학업성취도 성장률이 컸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둘째, 두 집단에 속한 각 학생의 국어, 영어, 수학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평균값을 성적으로 사용했는데 평균값의 착시효과를 간과하고 있다.

평균은 집단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푯값으로 가치 있지만 근본적으로 학업성취도고사는 개인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이다. 따라서 개별 학생의 성적을 모두 합하여 평균할 경우에 개인의 학업성취도 수준이 사라져 버리는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가령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국민 각자의 경제적 삶의 질을 보여주지 못하는데도 각 국가의 GDP(국내총생산)의 평균인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비교하고,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국가 국민의 경제적 삶의 질이 높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오히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높아도 빈부격차가 심각한 소득분배의 극심한 불균형 같은 경제 문제를 은폐할 수 있다. 이처럼 혁신학교나 비교학교의 당해 연도의 학력에 대한 대푯값을 학업성취도의 평균으로 정해버리면 다양한 성취도를 갖는 학생의 개별적인 수준을 비교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셋째, 표준편차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보도이자 인터뷰였다.

혁신학교의 국어, 영어, 수학성적의 표준편차는 거의 매년 일반학교에 비해 추세적으로 컸고, 수학(2010, 2014)과 영어(2009, 2010, 2012, 2014, 2016)는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혁신학교 학생 간에 개인별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일반학교에 비해 상당히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오마이뉴스’는 2016년의 성적에 대해 혁신학교의 점수는 국어는 49.08, 수학은 48.54, 영어는 48,97 이고 일반학교의 점수는 국어는 48.97, 수학은 47,53, 영어는 48.2이라고 제시하면서 마치 혁신학교의 학력신장이 일반학교에 크게 이루어졌으며 더 높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표준편차를 보면 혁신학교는 국어는 2,47, 수학은 3.96, 영어는 4.66이었으며 일반학교는 국어는 1.19, 수학은 2.44, 영어는 2.34였다. 즉 거의 2배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학력성장률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

넷째, 혁신학교에 지원되었던 경기도 지역의 학교별 예산이 학생 1인당 목적사업비 기준으로 최소 2배 이상이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즉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학생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여러 목적사업을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수행해왔으며 그 혜택이 혁신학교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조사보고서는 그동안 학업성취도에 대한 여러 연구가 보여주듯이 경제적 요소가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긍정적이고 지대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다섯째, 전학요인(특히 전입)을 고려하지 않았다.

일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인근 혁신학교로의 전학은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요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직접적으로 대학 입시와 연관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혁신학교에 주어지는 ‘교육복지혜택’과 ‘창의적 체험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전학은 유의미한 변수이다. 그 경우에 전입한 학생들의 성적수준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조사연구보고서에는 고려되지 않았다. 만약 혁신학교로 전입한 학생의 인지적 역량이 높았다면 혁신학교 성적에 포지티브하게 기여했으며 중소도시의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대도시 학교 학생의 전학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 자료는 혁신학교에 대한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종단 연구적 가치는 있지만 혁신학교의 학력성장률이 높다고 말하기에는 미흡하다. 그보다는 일부지만 혁신학교의 성적이 향상되는 추세이고, 표준편차가 일반학교에 비해 큰 점에 주목하여 혁신학교 운영과정을 개선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성적변수로 사용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는 국가교육과정 운영국가로서 국민이 적정한 학력을 갖추게 하는 기초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미달학생 많으면 학력저하 심하다?..."평면적이고 단순한 주장일 뿐"

2016년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도 교육과정평가원 연구의 한계를 보여준다.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전국 평균인 3.6%에 비해 5%였으며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전국평균 4.5%의 2.6배 수준인 11.9%였다. 전국 고교 평균인 4.5%의 2.6배 수준이다. 즉 2016 혁신중학교와 혁신고교 학생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전국 고교 평균보다 중학교는 높고, 고교는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이 점은 교육과정평가원의 조사연구에서도 추정할 수 있다. 혁신학교의 표준편차가 일반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기초학력미달 학생이나 기초학력수준에 해당하는 학생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강민정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상임이사가 ‘오마이뉴스’에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성적을 추적한 해당보고서 내용을 보면 혁신학교가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많아 학력저하가 심하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이 얼마나 평면적이고 단순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코멘트를 한 것은 신뢰할 수 없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대응 연구 바람직..."연구 가치 살릴 세부 항목 만들 필요있어"

이러한 한계에도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대응시켜 연구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잇달아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단순 비교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업성취도를 보통 학력이상,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의 4개군으로 구분하여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분해 비교분석하고 추세적 경향을 추적했다면 한계는 있겠지만 종단 연구적 가치를 더욱 살릴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우리사회 곳곳에서 혁신학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심각한 국민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합리적인 자료로 쓰일 수 있었을 것이다. 교육적으로도 매년 교육청이 혁신학교에 대한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교사가 혁신학교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를 피드백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혁신학교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어찌되었든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보고서는 기초자료일 뿐이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혁신학교의 ‘학력저하론’을 방어하기에는 무리이다. 그런데도 국민에게 이러한 연구 자료를 믿을 수 있는 근거라고 말하는 것은 진보적이라고 할 수 없다.

진보교육감들이 정말 혁신학교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혁신하기를 기대하면 이 같은 기초 자료로 국민을 계몽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혁신학교에 가해지는 비판을 되짚어봄으로써 개선안을 찾아 국민적 공감대를 한층 강화하려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진보교육감들이 깊이깊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혁신학교 문제를 지적하는 국민들의 대다수는 박근혜나 이명박을 지지했거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교사인 나와 교육감을 포함한 소위 진보라고 말하는 우리들이 교육문제로 늘 자녀의 삶을 걱정하는 것처럼 그들도 자녀의 교육문제로 잠을 못 이루는 우리의 이웃이며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