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학교, 양적 확대 줄이고 질적 성장 추구해야 할 때
[기고] 혁신학교, 양적 확대 줄이고 질적 성장 추구해야 할 때
  • 지준호 기자
  • 승인 2019.01.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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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

학부모는 왜 혁신학교를 불신하는가?

최근 헬리오시티 주민들이 혁신학교 설립 문제를 놓고 서울시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사건으로 그동안 학부모들 사이에서 커져왔던 혁신학교에 대한 불신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09년 혁신학교 정책이 경기도와 서울시교육청에서 시작될 때만해도 학부모들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건 사실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혁신학교 근처 집값이 들썩이기도 했다.

그러나 입시를 준비하고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학력저하 문제가 제기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노는 학교’라는 인식이 퍼져갔다.

이러한 논란과 함께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기 자식은 혁신학교에 안 보내면서 왜 내 자식은 보내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수도권 교육청 4급이상 공무원 중 자녀가 혁신학교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학생이 단 한 건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 특히 전국에서 혁신학교가 가장 많은 서울·경기의 경우 전무하다는 조사결과는 학부모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학부모가 자기 아이를 혁신학교에 보내고 싶겠는가? 이런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혁신학교를 정책적으로 늘리려고 하는 것엔 거부감이 더 커질 것이다.

며칠 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혁신학교 학력저하와 관련한 어떠한 데이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지난 10년간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해오면서 이상주의적 정책에 사로잡혀 오히려 학력문제 등을 점검해오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혁신학교에서 서울대 의대 2명을 합격시켰다"며 학력저하 논란을 잠재우려 한 발언은 대학 서열화를 막고 학벌 지상주의 사회를 바로 잡겠다는 진보교육감으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

강원도교육청도 그동안 고교평준화를 비롯해서 학교내 강제적인 보충수업을 없애는 등 입시 위주의 학교 현장을 변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민선3기 중점과제로 고교혁신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력저하에 대한 지적이 반복되는데다 고교 교사들마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자 교육정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교육계에서 학력 논란이 확산되자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교육정책과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두 가지 방향을 두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무조건 학부모들에게 혁신학교 정책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반발심만 더 살 뿐이다.

혁신학교 "무리한 양적 확대를 멈춰라"

그럼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옳을까?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제2기 교육감 출범준비위원회 백서’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서울형 혁신학교’를 현재 189개에서 2022년 250개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처음 혁신학교를 추진할 때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 위주로 나름대로의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것으로 안다. 열악한 교육 환경을 살리고, 소외된 계층의 교육 평등을 위한 목표 달성에만 멈췄으면 오늘과 같은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민선 교육감 체제에서 교육이 정치화가 되고 실적위주 정책을 고집하다보니 시민과의 마찰이 잦아지는 것이다.

특수한 목적을 가진 교육정책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곳에서 그 쓰임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일부 성공한 사례를 무리하게 전체에 적용하다보면 부작용과 반발이 생긴다. 혁신학교 정책이 이제 와서 학부모들과 마찰이 빚어진 것은 그 쓰임이 다했거나 점검이 필요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반고는 상대적 불이익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고의 몰락이라는 말도 그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목고 자사고의 증가뿐만 아니라 혁신학교에 대한 차별적 지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혁신학교정책의 점검을 위해 혁신학교의 예산편성과 일반고의 예산편성도 비교해볼 문제이다.

2013년 경기도교육감과 학부모 간의 간담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지적했었다.

'밖에서 보는 혁신학교'라는 세미나에서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한 선생님은 “500만원으로 아이들과 좋은 프로그램으로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또 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돈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돈이 없으면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교사의 마인드와 교수법의 변화를 만들어 내야지, 돈으로 가능한 변화는 지속가능성도 떨어지고 진정한 변화라 할 수 없다.

그 간담회에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에게 "얼마나 돈을 더 들이지 않고 혁신학교 확대가 가능하느냐", "얼마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느냐"라는 질문을 했지만,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10년간 혁신학교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지 진정으로 대한민국 교육을 걱정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정치적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수능절대평가, 혁신학교 확대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었다. 그런데 유독 2018년에 왜 이 정책들이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을까. 과연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제대로 점검한 정책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양적 확대에 연연하기보다 먼저 혁신학교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우리가 ‘학생들이 경쟁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을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빚에 얽매여 그들이 갖추어야 하는 기초학력조차 소홀히 하도록 방치하는 건 아닌지,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일이 더 많이 일어날텐데 암기식 공부가 뭐가 중요하냐'는 주장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우리 아이들의 기초지식 습득마저 막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혁신학교가 ‘기초학력미달비율 전국 평균 3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 더 고민해보고 그 해답을 찾길 바란다. 그 해답을 제시하기 전에는 무리한 확대를 멈추어야 한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대표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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