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교원평가가 끝나고 재교육 대상자 지정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게 된 교사들은 좌불안석이다. 잘못을 했거나 큰 실수를 저질러 재교육 대상자가 됐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억울한 교사들도 있다. 원치 않았는데도 학교폭력 업무를 맡아 학부모와 대립각을 세운 교사,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했다가 항의를 받은 교사, 교육관이 달라 학부모와 소통에 애를 먹은 교사, 교장에게 찍혀 사사건건 괴롭힘을 당한 교사...
이 중 어떤 교사는 누군가가 작심하고 최하점수를 주는 순간 부적격 교사가 되어 방학이고 뭐고 다 반납하고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여기 한 교사가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다. 그 학교에 부임한 첫해, 잘 조직된 학부모들과 맞닥뜨렸다. 열성적인 몇몇 학부모들은 이전의 교사와 비교하며 무리한 요구를 거침없이 들이밀었다.
교사가 작은 실수라도 저지르면 윽박지르며 사과를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심지어 지역 위 센터에 교사를 여러 차례 신고했다. 위 센터에서는 조사를 벌인 뒤 특별한 과오가 없다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위 센터 신고는 계속 이어졌다.
교장과 교감은 이 교사를 도와주거나 보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성적인 학부모가 항의할 때마다 교사를 불러 조용히 해결하라며 사과를 종용했다. 교사의 교권은 방치됐고, 교사의 심신은 만신창이가 되어 갔다. 결국 심한 우울증과 수치심, 무기력증에 시달리다가 병가를 내고 출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교사가 학교를 쉬는 동안 교원평가 계절이 돌아왔다. 사태를 주도한 학부모들 몇 명이 약속이나 한 듯이 그 교사에게 낮은 점수를 매겼다. 평가에 참여한 학부모는 딱 세 명. 다른 학부모들은 의례 그렇듯 평가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세 명의 학부모가 교사의 운명을 결정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뺀 나머지 한 명의 평가가 그 교사를 부적격 교사로 만들었다.
교사는 올 겨울방학에 재교육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학부모와의 극심한 갈등으로 병가를 내고 치료를 받고 있는 교사가 말이다.
평가집단의 규모가 너무 작으면 평가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또 갈등의 당사자인 몇몇 학부모들의 평가는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교사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그 교사를 재교육 대상자 명단에 최종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학교와 교육청이 교원평가를 악용한 교사인권 유린을 방조한 꼴이다.
서울시교육청에 간곡히 촉구한다. 교원평가가 교사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흉기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무고한 교사가 또 다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긴급구제에 나서야 한다.
